勞 “완성차 고객사에 이익 밀어줘 이윤 공정하게 배분 안돼”
社 “미래차 전환 재투자해 이익률 낮은 것, 勞 요구 과해”
車 산업 수직계열 구조 지적도···“수평적인 이윤 배분 고민해야”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등 1000여명이 서울 서초구 현대차·기아 양재 사옥 앞에서 대형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독자 제공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등 전국금속노조 조합원 1000여명이 서울 서초구 현대차·기아 양재 사옥 앞에서 대형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독자 제공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자동차 부품 계열사 현대트랜시스, 현대위아가 올해 노사 임금 및 단체교섭 협약(임단협) 협상을 좀처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근로자에게 더욱 공정하게 이윤이 배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사측은 노조 요구사항이 무리하다며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대트랜시스 15차례, 현대위아 20차례씩 각각 임단협 교섭을 실시했지만 결렬됐다.

전국금속노조 현대트랜시스지회(현대트랜시스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작년 매출액 2% 규모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작년 매출액 11조6940억원의 2%는 2340억원으로, 같은 해 영업이익 1170억원의 2배다.

현대트랜시스는 낮은 영업이익률과 미래 성장 재투자 여력 등을 고려할 때 노조 요구사항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기본급 9만6000원 인상(정기승급분 포함), 경영성과급 및 격려금 400%+1200만원을 제시했다. 현대트랜시스 추후 교섭 일정은 이날 오전 현재 미정이다.

경기 화성시 동탄대로 소재 현대트랜시스 시트연구센터에서 충돌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현대트랜시스
경기 화성시 동탄대로 소재 현대트랜시스 시트연구센터에서 충돌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현대트랜시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현재 R&D에 많이 투자하고 있어 영업이익률이 그룹 내 자동차 계열사 중 가장 낮다”며 “당분간 차입금 규모와 이자 비용이 늘 예정인데, 노조 요구사항을 만족하려면 빚을 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위아지회(현대위아 노조)는 기본급 15만8000원 인상, 작년 영업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기본급의 200%+1900만원 성과급 지급, 주식 50주 부여 등을 제시해 협상 시도 중이다. 노사는 지난 화요일 4차 본교섭을 실시했고, 차후 교섭 일정은 정하지 않았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모빌리티 산업 국면 전환 대응, 열관리 신사업 추진을 위한 재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화 창을 열어놓고 노조와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별 영업이익률 추이.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별 영업이익률 추이.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 노조 “현대차그룹 수직 계열화가 완성차-부품사 임금격차 벌려”

양사 노조는 지난 수년간 사측에 양보해 왔지만 현대차, 기아 등 그룹 완성차 계열사와 큰 임금 격차를 보인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사가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 기아에 낮은 단가로 납품해 이윤이 줄고 근로자에게 적정하게 배분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7월 기본급 11만2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기본급 400%+1000만원 경영성과금 지급, 2년 연속 최대 경영실적 달성 기념 별도 격려금 100%+280만원 지급, 주식 25주 지급 등 역대 최고 규모 보상에 합의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 현대위아 노조는 최근 사측 제시안의 지급 규모가 현대차 지급 규모보다 현저히 작은 것에 반발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최고 실적을 거둔 건 부품사 이윤을 줄인 결과”라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는 지난 5일 성명서를 통해 “완성차 업체 영업이익이 10%에 육박하는데 현대트랜시스 영업이익은 고작 1% 수준”이라며 “(현대트랜시스) 노동자들은 현대트랜시스 미션(변속기) 판매단가가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팔리는 것을 알고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에 문제 개선을 요구했지만 어떤 개선책도 나오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노조는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 사업 구조가 완성차 업체, 부품 업체 간 임금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차그룹은 부품 조달 안정화, 단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품 제조사를 그룹에 편입시켜 거래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기존 설정한 마진 범위를 넘어선 원재료 가격 변동분을 수급업체가 공급업체에 추가 지불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 허점이 작용한다는 노조 주장이 제기된다. 법적으로 허용되는 마진 범위 안에서 완성차 업체가 최대한 낮은 값에 부품을 수급하기 때문에 이윤이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고 있단 지적이다.

현대위아 노조 관계자는 “현재 그룹사간 거래 현황에 법적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모기업이 (자회사 이윤을) 신경써야 하는데 패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위아 창원1공장 직원이 냉각수 허브 모듈을 다루고 있다. / 사진=현대위아
현대위아 창원1공장 직원이 냉각수 허브 모듈을 다루고 있다. / 사진=현대위아

◇ “부품 계열사, 완성차-하청업체 사이 껴 수익성 확보 어려워져”

노조는 이뿐 아니라,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들이 제품 제조에 필요한 중간재 부품을 그룹사와 거래하고 있어 협상력 발휘가 제한된다고 꼬집었다. 이는 노사와 그룹 안팎에서 인지하는 부분으로 파악된다.

현대트랜시스는 지난 9월 12일 공시한 투자설명서를 통해 “국내 자동차 업계 가치사슬은 완성차 업계를 정점으로 과도하게 수직 계열화한 양상을 보인다”며 “시장 저성장 국면에 대응하려는 완성차 업체들의 납품가격 인하분을 (현대트랜시스가) 상쇄하지 못했을 때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융합기술원도 지난 상반기 대기업인 현대차그룹 계열 부품사와 그룹 외 부품사 영업이익률을 분석한 결과 그룹 외 부품사가 더 높은 점을 짚었다. 연매출 1500억원 미만 중소 부품사 25곳의 평균 영업이익률(4.64%)이 전년동기 대비 1.81%P 상승한 반면, 매출 7000억원 이상 대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0.06%P 하락한 3.06%로 하락했다. 현대트랜시스, 현대위아 같은 그룹 내 대기업들이 완성차 업체와 하청업체 사이에 껴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선률 자동차융합기술원 연구원은 “하청업체의 영업이익률은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더 높았다”며 “중소 규모의 N차 하청업체들이 납품단가 연동제 안에서 상위 하청업체에게 더 낮은 단가에 제품을 납품하고 더 높은 수익성을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현대트랜시스 협력사 관계자들이 지난 5일 현대트랜시스 노조 서산지회 소재지인 충남 서산시 모처에서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기 위한 결의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현대트랜시스 협력회
현대트랜시스 협력사 관계자들이 지난 5일 현대트랜시스 노조 서산지회 소재지인 충남 서산시 모처에서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기 위한 결의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현대트랜시스 협력회

◇ “勞, 일단 파업 중단해야” 수직계열화 구조 부작용 개선해야” 각계 목소리

자동차 업계에서는 노조 파업으로 인해 완성차 생산 차질이 빚어져 산업 성장에 악영향이 전해진 상황을 단기간에 구조적으로 개선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현대트랜시스, 현대위아 노조가 사측 제시안을 절충해 이견을 좁혀나가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트랜시스 협력사 800여곳은 전날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장기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연 후 “노조의 무리한 성과금 요구로 인한 파업 피해가 협력사에 전가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수직 계열화 구조의 자동차 산업 내 완성차 업체, 부품 업체 간 이윤 배분 격차를 줄이기 위한 거래 관행 개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한주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대변인은 “현대트랜시스가 완성차 업체로부터 공정하게 배분받은 이윤을 하청업체에게 고르게 배분해 차별 요소를 줄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산별 교섭 등 수단을 동원해 수직계열화한 자동차 산업 구조를 수평, 공정한 구조로 바꾸면 이윤이 공평하게 분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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