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노조, 공동 파업으로 회사 압박
포스코·현대제철, 기본급 두고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
조선사 납기일 지연 배상금 발생·철강재 수급 불균형 우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지난달 28일 울산조선소에서 파업을 진행하는 모습. /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지난달 28일 울산조선소에서 파업을 진행하는 모습. /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조선 및 철강업계가 추석 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 타결에 실패하면서 추투(秋鬪)가 고조되는 모양새다. 두 업계 모두 노사갈등이 심화되면서 동반 파업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이로 인해 철강재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 대규모 생산 차질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조선업계는 14년 만에 찾아온 수주호황으로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실적과 생산량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노사 이견으로 파업이라는 최악의 길로 향하는 중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노동조합(노조)은 공동 파업을 진행 중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는 지난달 28일 1차 공동 파업에 이어 이달 9일 두 번째 단체행동에 나섰다.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노조는 조선노연에 속해 있다. 임단협 타결이 될 때까지 공동 추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25차례가 넘는 노사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정년연장은 물론 성과금 산출기준 변경,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등을 요구 중이다. 회사 측은 기본급 10만2000원 인상, 격려금 4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한 상태다.

한화오션도 올해 5월 첫 상견례 이후 20여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진전이 없다. 특히 성과급 차원의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지급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화 측은 인수 과정에서 2023년 매출 목표를 달성할 경우 RSU 300%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를 충족하지 못해 RSU 지급이 무산된 바 있다. 한화오션 노조는 이것이 부당하다며, RSU를 지급하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조선노연은 추석 전까지 회사 측의 대응에 따라 파업 및 투쟁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석이 끝난 현재도 노사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포스코 노동조합이 지난해 9월 전남 광양제철소 앞에서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포스코 노동조합이 지난해 9월 전남 광양제철소 앞에서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포스코 및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도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이달 12일까지 8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8.3%(약 25만원) 인상을 주장하는 반면 회사 측은 6만3000원 인상을 타협안으로 내놓았다.

노사가 주장하는 기본급에 차이가 커 파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1968년 포스코 창사 이후 첫 파업이 되는 셈이다. 지난해에는 파업권을 획득하며 쟁의행위 직전까지 갔지만, 막판에 합의해 무산된 바 있다.

현대제철 노사도 기본급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과 차량 지원금 할인 제도 개선 등을 요구 중이다. 회사 측은 글로벌 수요 침체와 중국산 저가 수입재의 물량 공세에 철강업계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어 노조의 요구를 전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상이 난항에 빠진 대표적 이유다.

조선·철강업계 노사의 대립각이 커지면서 동시 파업이 나타나 생산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내 산업계가 입을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사의 경우 납기 지연금이 발생한다.

납기 지연금은 발주 지연이 계약기간보다 길어지면 조선사가 선주 측에 내는 배상금의 일종이다. 대우조선해양(現 한화오션)은 2022년 51일에 걸친 파업으로 8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아울러 포스코·현대제철이 파업에 돌입해 조선용 후판 등이 적기에 공급되지 않을 경우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한 삼성중공업까지 피해를 입는다. 후판 수급 불균형이 현실화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추석 전에 파업은 물론 교섭이 다 끝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노사 입장차가 커 이달 안에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파업이 발생하더라도 단기간에 마무리하지 않으면 슈퍼사이클에 돌입한 조선업계는 물론 실적악화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는 철강업계 모두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