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아이디어 경연대회, 올해 15년 연속 개최
수상작은 실차 적용, 개발 과정 중 특허 출원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오늘부터 이 기술은 타사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죠.”

25일 현대자동차·기아가 경기 화성시 소재 남양연구소에서 개최한 ‘2024 아이디어 페스티벌’의 참가 연구원이 아이디어 발표 과정에서 강조한 말이다. 현대차·기아는 임직원들에게 기발하고 사업성 갖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펼쳐 보이고 발전시킬 기회를 제공하며 상호 성장을 지향하고 있다.

배성재 아나운서가 25일 경기 화성시 소재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개최된 2024 아이디어 페스티벌에 진행자로 참가해 코너를 이끌어가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배성재 아나운서가 25일 경기 화성시 소재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개최된 2024 아이디어 페스티벌에 진행자로 참가해 코너를 이끌어가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이날 정오 진행된 2024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 경연의 현장을 찾았다.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현대차·기아 연구개발(R&D)본부, 첨단차량플랫폼(AVP) 본부 주관으로 올해 15년 연속 개최된 행사다. 양사는 창의적인 연구 문화를 조성하고, 임직원들의 연구 개발 열정을 장려하기 위해 아이디어 페스티벌을 기획·진행하고 있다. 행사에 참가한 임직원들이 매년 주제에 부합한 아이디어를 제출한 후 실물을 제작, 발표하면 양사가 우수작에 시상한다.

올해 아이디어 페스티벌 주제는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차 덕후들’이다. 덕후는 한 분야에 지나치게 집중하거나 전문 지식을 지닌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おたく)에서 유래된 신조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4월부터 임직원 참가자들이 품고 있던 모빌리티 아이디어들을 공모했다.

양희원 현대차·기아 R&D 본부장(사장)이 개최사를 전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양희원 현대차·기아 R&D 본부장(사장)이 개최사를 전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현대차·기아는 사전심사를 거쳐 본선에 오른 6개 팀에게 제작비와 실물 제작 공간 등을 지원했다. 각 팀은 7개월간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했다. 양사는 올해 처음 참가자들이 소프트웨어(SW), 콘텐츠 등 무형 분야에서 떠올린 발상도 실물로 만들 수 있도록 지원했다. 현재 미래차 화두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주목하는 점을 강조한 방침이다.

고동욱 현대차·기아 연구원이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고동욱 현대차·기아 연구원이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이날 아이디어 심사 현장에서 단순히 아이디어 발표, 심사가 진행될 뿐 아니라 각종 콘텐츠가 도입돼 참석자 이목을 끌었다. 현대차·기아는 이날 참가자들과 그들의 결과물을 출시 상품 홍보하듯 티저 영상, 책자에 담았다.

연구소 임직원들이 아이디어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연구소 임직원들이 아이디어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진출 팀은 발표 시간에 심사위원에게 기술 체험 기회를 제공하거나 발표 과정에 스토리를 담는 등 방식으로 출품작을 적극 강조했다. 발표, 시연을 끝내면 심사단과 질의응답하며 기술 이해도를 높였다.

심사위원단으로 참석한 신입사원이 발표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심사위원단으로 참석한 신입사원이 발표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각 팀 시연 후 양희원 현대차·기아 R&D본부장(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심사위원단은 작품의 실현 가능성, 독창성, 기술 적합성, 고객 지향성을 평가하고 최종 순위를 결정했다. 이 결과 액티브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개발한 EAI팀이 대상을 차지했다. EAI팀 구성원들에게 상금 1000만원과 내년 미국에서 열리는 ‘2025 CES’에 견학할 기회가 주어졌다.

신입사원 50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발표자 아이디어에 대한 항목별 전자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신입사원 50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발표자 아이디어에 대한 항목별 전자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최우수상은 에어포켓으로 트렁크 내부 물체를 보호하는 스마트 러기지 시스템을 개발한 ‘포스트잇’과, 수소전기차에서 발생한 물을 활용한 가습 시스템 ‘H-브리즈(BREEZE)에게 각각 돌아갔다. 최우수상 팀에게 상금 500만원, 아시아 지역 해외기술 탐방 기회가 제공된다.

현대차·기아는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발굴된 콘셉트를 실제 양산 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신형 싼타페에 적용된 양방향 멀티 콘솔은 지난 2021년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다기능 콘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양사는 임직원 아이디어를 고객 가치로 승화시켜 경쟁력을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양희원 사장(뒷줄 오른쪽 네번째)이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 참가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기아
양희원 사장(뒷줄 오른쪽 네번째)이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 참가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기아

양희원 사장은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모빌리티에 대한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상상력을 발굴하고 실물로 만들어 고객에게 놀라움을 전하기 위한 자리”라며 “임직원들이 가진 참신한 아이디어가 현대차·기아의 성장과 혁신을 이끄는 원동력임을 확신하고 향후 더 많은 아이디어가 구현될 수 있도록 이러한 행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기아는 경연 결과 뿐 아니라 과정에서 여러모로 수확을 얻은 모양새다. 이 중 액티브 디지털 사이드 미러, 바디빌더 모듈은 개발 과정 중 특허 출원이 진행될 정도로 사내 주목받고 있다.

경연에 참가한 연구원들도 수상 결과 뿐 아니라 경연 과정에서 얻은 것을 들려줬다. 액티브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발표한 원종하 책임연구원은 “기존 업무 수행 중 자동차를 직접 다뤄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장치를 분해해볼 수 있었던 점은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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