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캐즘' 속 '선방'···5년 새 수익성 최고 수준
인니 광산·배터리 설비 투자··수직계열화 통한 경쟁력 강화
배터리 3사, 3분기 실적 부진 예상돼···LG엔솔, AMPC 제외 시 적자
삼성SDI·SK온 각각 30일, 내달 4일 발표···증권가 전망 '흐림'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감소한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삼성SDI와 SK온 역시 영업이익 감소 및 적자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중국 1위 배터리 업체 CATL은 생산성을 개선하며 순이익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ATL은 늘어난 이익으로 투자 여력을 확대하면서 ‘독주체제’를 강화하고 모양새다. 이에 반해 국내 배터리업계는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기) 탓에 투자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중국에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올해 3분기 순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9% 증가한 131억3500만 위안(약2조52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922억7800만위안으로 전년 대비 12.4% 감소했지만, 수익성은 5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업계에선 중국 내 탄탄한 내수시장이 버텨준 덕에 CATL이 호실적을 낼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CATL 측은 최근 실적 보고를 통해 공장 가동률이 크게 올리면서 수익성을 증대시켰다고 밝혔다. 경쟁사들이 캐즘 탓에 배터리 출하량이 감소한 와중에도 회사는 3분기에만 125GWh 규모 배터리를 출하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15%가량 증가한 수치다.
반면 K배터리는 고전하고 있다. 국내 1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감소한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6조87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 줄었고, 영업이익은 4483억원으로 38.7% 하락했다. 미국 인플레이션방지법(IRA)에 따른 첨단제조 세액공제(AMPC) 수혜액을 제외하면 영업손실(177억원)을 기록했다.
오는 30일과 내달 4일 실적 발표를 예고한 삼성SDI와 SK온 역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삼성SDI 실적 컨센서스(증권차 추정치)는 매출 4조3395억원, 영업이익 1367억원이다. 추정치 대로라면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7%, 72.4% 감소하게 된다.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 SK온도 영업적자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다수다.
한국과 중국 배터리 업체 간 실적 격차가 지속하면서 양국 업체 간 투자속도에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자 설비 신·증설 투자가 지연되는 등 속도조절이 가시화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매출 목표를 당초 ‘전년 대비 한 자릿수 중반 퍼센트(%) 성장’에서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로 축소했다. 또 애리조나주 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과 얼티엄셀즈의 미시간주 랜싱 3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양극재 등 소재 업계들도 설비투자(CAPAX)비를 줄이거나 중국과의 합작공장 건설 계획을 철회하는 등 셀 업계와 함께 속도조절에 나섰다.
CATL은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을 통해 수직계열화 작업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최근 회사는 인도네시아 국영 베터리 투자회사 IBC와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인도네이사에 배터리셀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오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연간 15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에는 인도네시아 국영 니켈 생산업체인 안탐 계열사 지분도 매입했다.
CATL은 그간 호주, 칠레 등 리튬 매장량이 많은 해외 광산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확보해왔다. 이를 통해 핵심 광물부터 배터리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 가격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에 광물을 조달할 수 있는 CATL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게 배터리를 공급가를 대폭 할인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이런 강점 덕에 과거보다 협력사가 늘면서 해외 시장 점유율도 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수익성·투자속도 측면서 양국 배터리 업체 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업체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지배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8월 중국 CATL과 BYD가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 2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CALB를 비롯한 중국 신흥 배터리 강자들의 추격까지 마주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기술 개발과 품질 경쟁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기존보다 배터리 크기를 키워 성능을 개선한 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46파이·46시리즈) 등 신제품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배터리 3사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도 가장 빠른 수준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고객사들에게 샘플을 공급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2030년까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