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조만간 상고심 속행 여부 결정
1·2심 과정서 드러난 오류, 법률심인 3심서 판가름 전망
민법상 부부별산제 근거···혼인 후 취득 재산은 분할 대상서 제외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심리 속행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다. 앞서 항소심 판결 직후 천문학적인 재산 분할규모인 1조3808억원에 대중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법률심인 대법원이 심리 속행을 결정한다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오류가 있거나 절차에 법률 위반 사항이 있는지가 판가름 난다.
올해 5월 30일 항소심 판결부터 5개월여가 지나면서 법조계 등에선 당시 결과를 두고 ‘치명적 오류’가 있었다고 꼬집는다. 이로 인해 대법원이 정식 심리에 돌입해 드러난 여러 오류 등을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재판하라고 서울고등법원에 ‘파기환송’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은 상고 기록을 받은 날부터 4개월 안에 심리속행 여부를 판단한다. 지난 6월 상고장이 접수돼,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심리가 정식으로 시작될지가 결정된다. 법조계에선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 사건이 사회적 관심은 물론, 비자금 등의 특유재산이 포함돼 있어 대법원이 법리 검토에 나설 여지가 크다고 본다.
현재 논란이 되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재산분할 대상·규모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김옥숙 여사 메모 등이다.
최 회장 측은 앞서 대법원에 500여쪽에 달하는 상고이유서를 제출해 본인 명의 재산 3조9883억원이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분할해야 한다고 판단해 보유 재산의 약 34.6%인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이 부당하다고 지적하며 민법 830·831조를 예로 들었다. 이 조항에는 부부 중 1명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뿐만 아니라, 혼인 중 본인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도 ‘특유재산’으로 보고 이를 각자 관리·사용·수익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부부별산제’다.
최 회장 측은 “혼인 중 단독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해당 명의자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된다”며 “배우자의 적극적 기여가 아닌 단순한 내조가 있었다는 이유로는 재산 분할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그룹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보는 항소심 재판부 및 노 관장의 주장도 쟁점 중 하나다. 노 전 대통령이 선경(現 SK)에 제공한 자금이 과거 태평양정권 인수에 활용됐다고 항소심 판결은 명시했지만, 최 회장 측은 사실상 기여가 없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6공화국의 유·무형적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꼬리표 등으로 김영삼 정권은 물론, 국민에 좋지 않은 이미지로 굳어져 오히려 피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선경에 유입됐다는 결정적 단서로 꼽히는 김옥숙 여사의 메모 역시 증거 효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메모는 1심에서는 단 한번도 언급된 바 없지만, 항소심에서 갑자기 등장해 항소심 재판부가 증거로 채택했다. 단, 메모에 대한 증거 효력을 다투는 절차를 갖거나 충분한 확인을 하지 않아 효력을 의심 받는 상황이다.
또한 메모와 함께 등장한 50억원 약속어음 6장이 찍힌 사진도 문제다. 약속어음은 돈을 주겠다는 약속이다. 선경이 받았다는 증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금을 거래할 때는 차용증을 발행한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중 국고로 환수된 것들도 대부분 차용증 형태로 존재해 꼬리가 밟힌 자금들이다.
최태원 회장 측은 “특유재산과 부부별산제의 개념, 증거로 채택하기 어려운 메모 등에 대한 진위 여부가 반드시 가려져야 한다”며 “1·2심 과정에서 드러난 오류가 대법원에서 바로 잡혀 올바른 판결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