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온제약·양 대표, 백 대표 등 2명 고소···혐의 금액 194억원, 유니온 “관련기관 조사 협조”
구체적 상황 알려지지 않아 주주들 답답···자금난 원인은 문막 제2공장 투자와 CSO 전환  
공장 등 경쟁력 있어 기업회생 추진 우선 거론···에스비메디코조합이나 제3의 투자자 가능성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경영진 간 고소와 거래정지 등 악재를 겪고 있는 한국유니온제약이 향후 정상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유니온제약 경영과 관련된 구체적 상황이 알려지지 않아 주주들도 답답해하는 형국이다.

14일 관련업계와 공시 등에 따르면 한국유니온제약과 양모 한국유니온제약 대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백모 대표와 전 미등기임원 김모 씨를 지난 11일 고소했다. 혐의 발생 금액은 194억원으로 지난해 기준 자기자본 303억원 대비 64.1%에 해당한다. 한국유니온제약은 적법 절차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며 관련기관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에 한국거래소는 11일 오후 한국유니온제약 주식매매거래를 정지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한국유니온제약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함에 따라 실질심사 대상 여부에 관한 결정일까지 정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한국유니온제약 주식거래가 정지됐지만 구체적 내용이 알려지지 않아 주주들과 일부 이해관계자들이 답답해하고 있다. 이날 아침부터 현재까지 경기도 성남시에 소재한 본사는 외부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홈페이지에도 관련 공지사항이 떠 있지 않은 상태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그동안 자금난이 누적돼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최근 상황은 업계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며 “최소한 주주들에게는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유니온제약은 최근 수년간 자금난을 겪었는데 현재로선 핵심 원인이 강원 원주시 문막에 소재한 제2공장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한국유니온제약이 문막 제2공장에 270억원 규모 자금을 투자했다고 전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회사가 당초 문막 공장에 투자한 것은 주사제 CMO(위탁생산)에 적합한 여건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며 “취지는 좋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건설비용 증가와 가동 지연 등이 자금난으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한국유니온제약이 직영 영업을 CSO(영업대행사)로 전환하는 작업도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충분한 준비와 계획 없이 영업체계를 CSO로 전환할 경우 수수료가 단기적으로 급증하는 등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한국유니온제약은 폭이 다소 컸다”라며 “연매출 600억원대 제약사 지급수수료가 지난해 기준 15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같은 자금난이 가중되자 한국유니온제약 경영진은 매각 대상을 물색하다 NBH캐피탈과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렬됐다. 대신 올 4월 대표이사로 합류한 양모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에스비메디코투자조합이 한국유니온제약 인수를 추진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유니온제약이 지난해 3월 액면 2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것에서도 자금난이 확인된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란 발행기업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지칭한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한국유니온제약이 192억여원 규모의 BW 조기상환에 실패하자 자금난에 부도설까지 확산되며 상황은 급속하게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세무사 D씨는 “부도는 채권자가 은행일 경우 발생하는 것이어서 현재까지 한국유니온제약은 부도난 상태가 아니다”라며 “유니온제약은 채무미지급 상태”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유니온제약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앞서 거론한 제2공장 등 일부 요소는 경쟁력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에스비메디코투자조합 등 인수자가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유니온제약 문막 제2공장은 정제, 캡슐제, 앰플, 주사제 등 기본 제형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3000만 앰플 규모 주사제 2개 라인과 연 5억정 규모 고형제 1개 라인 등 1공장 대비 2.5배 수준 생산능력을 보유한 점이 눈길을 끈다. 또한 항생제, 순환기계, 근골격계, 소화기계 등 4대 제품군으로 연간 600억원대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그동안 인수를 추진해왔던 에스비메디코투자조합이나 제3의 투자자가 나서 기업회생을 추진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기업회생은 법원 주도로 기업의 모든 채무를 조정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기업회생을 통해 기업 채무를 법적으로 동결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해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은행 차입금 등 다른 채무도 파악되지만 미래 가치를 갖고 있는 업체가 한국유니온제약”이라며 “특히 문막 제2공장은 중견 이하 제약사라면 관심을 가질 만한 생산시설”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유니온제약 자금난 원인은 공장 시설에 대한 투자와 영업체계 전환 후유증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회사를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업계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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