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마시스, 480억원에 블레이드와 경남제약 인수···2만 2000개 약국 등 경남 유통망 활용 방침
엔비에이치캐피탈, 110억원에 유니온제약 최대주주 등극···금융회사의 제약사 경영에 업계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잇달아 매각된 경남제약과 한국유니온제약이 향후 수익성을 높여 흑자로 전환할지 주목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약사 경영난이 지속됨에 따라 일부 중견 업체들이 매물로 시장에 나오는 등 매각 추진 움직임이 활발하다. 주로 연매출 500억원에서 2000억원 사이 제약사들이 매각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남제약과 한국유니온제약이 최근 각각 매각되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 두 제약사는 최근 매각 외에도 일부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600억원대 매출을 올렸고 최근 수년간 영업적자가 파악됐다. 이에 두 제약사는 이번 매각을 통해 매출과 수익성을 올려 흑자를 달성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판단된다.

우선 진단키트 업체인 휴마시스는 ‘블레이드 엔터테인먼트’의 주식 및 경영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블레이드 엔터테인먼트는 경남제약 지분 19.8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휴마시스는 480억원에 블레이드 엔터테인먼트 구주 1379만 4387주를 매입, 34.80%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경남제약 경영권도 확보했다. 앞서 블레이드는 지난 2019년 경남제약을 인수해 경영해왔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경남제약은 매출구조가 비타민C 제품 ‘레모나산’과 자양강장제 ‘자하생력’, 콜라겐 제품 ‘결콜라겐’, 인후염 치료제 ‘미놀’ 등에 치우쳐 있어 뚜렷한 매출 성장을 달성하지 못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레모나산과 자하생력, 결콜라겐, 미놀 매출 비중은 각각 29.0%와 10.7%, 8.7%, 3.3% 순으로 집계됐다. 경남제약 매출은 2020년 709억원, 2021년 646억원, 2022년 590억원에 이어 지난해 684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2020년 26억원을 올렸지만 이후 3년간 각각 77억원, 34억원, 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휴마시스는 경남제약의 국내 2만 2000여개 약국과 편의점, 대형마트, H&B스토어 등 유통망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휴마시스 관계자 A씨는 “주력제품인 코로나19 진단키트와 임신테스트기가 경남제약이 직간접 거래하는 2만 2000개 약국에 유통하는 등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건강기능식품 사업 등 가능한 자원을 동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설립된 휴마시스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 매출이 2022년 4713억원으로 급등했지만 코로나가 가라앉으며 지난해 138억원으로 급락했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기존 블레이드에 이어 제약업종 이해도가 불투명한 기업이 경남제약을 경영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향후 과정을 봐야 하겠지만 경남제약은 매출구조 개선이 시급한데 휴마시스는 유통망에만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진단키트 업체여서 이해도가 높겠지만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에 휴마시스는 사실상 경남제약 대표로 내정한 조정영 케이바이오컴퍼니 대표이사가 바이오 전문가라며 책임경영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휴마시스 관계사인 케이바이오컴퍼니는 생명과학 관련 기자재, 시약 등을 공급하는 바이오 유통사업과 ICT 산업에 주력하는 기업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기준 273억원 매출규모의 업체다. 1961년생 조정영 대표는 필링크 대표를 역임한 경력을 갖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제약업종 외부에서 경영인으로 온 후 흑자경영을 달성한 사례도 적지 않다”며 “과거 경력이나 업종에 대한 선입견을 최소화하고 경남제약 경영을 1년 후 판단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한국유니온제약은 최대주주 변경이 예정된 사례다. 공시에 따르면 한국유니온제약 최대주주인 안희숙과 백병하, 신성희 등 3인의 보유 지분 일부가 엔비에이치캐피탈에 양도된다. 양도 규모는 주식 178만 8500주다. 1주당 가액은 6163원이다. 양수도 대금은 110억원 규모다. 이에 오는 7월 31일 잔금이 지급되면 엔비에이치캐피탈이 한국유니온제약 지분 22.61%를 보유하는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다. 엔비에이치캐피탈은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로 파악된다.

한국유니온제약은 최근 수년간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2020년 504억원, 2021년 483억원, 2022년 613억원에 이어 지난해 632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2020년 -108억원, 2021년 –106억원에 이어 2022년 13억원 흑자를 올렸지만 지난해 다시 –5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국유니온제약이 최근 지분을 매각한 원인에도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누적된 영업적자와 높은 매출원가율, 부채 부담 등이 매각 원인으로 보인다”라며 “2020년 영업 형태를 CSO(영업대행사) 체제로 바꾼 후 CSO에 제공한 지급수수료도 부담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반면 CSO업계 관계자 E씨는 “한국유니온제약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품목도 다수”라며 “CSO에 지급하는 수수료율이 높은 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영업형태 전환과 매각은 상관관계가 적다”고 말했다. 

결국 중견 제약사인 경남제약과 한국유니온제약은 그동안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대표 품목과 자체 품목을 보유하고 있어 매각 후 흑자 전환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향후 경영진 개편과 실적 추이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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