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사, 독일 IDT 인수 절차 완료
글로벌 CDMO 수주 확대 청신호
IDT 실적 연결 반영, 재무 여건↑
폐렴구균 백신, 글로벌 3상 돌입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이하 SK바사)가 독일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기업 IDT바이오로지카 인수를 마무리했다. CDMO 자회사를 통한 글로벌 수주 확대를 비롯해 자체 백신 사업으로 하반기 실적 반등 모멘텀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올해까지 영업적자가 예상되나 점진적으로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사가 독일의 바이오 CDMO 전문기업 IDT바이오로지카(이하 IDT) 인수를 위한 납입을 최종 마무리했다. 인수금액은 3564억원으로 알려졌다. IDT는 독일과 미국에서 위탁생산 사업을 하는 글로벌 10위권 안에 드는 CDMO 기업으로 다수의 빅파마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SK바사는 IDT 인수에 외부 차입이나 조달 없이 보유 현금으로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바사는 팬데믹 기간 다국적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맡으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2020년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19 백신 원액과 완제품을 생산, 공급한 데 이어 2021년에는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공급도 개시했다.
그러나 이듬해 엔데믹 전환으로 실적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2021년 9290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2022년 4567억원, 2023년 3695억원으로 2년 만에 60%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490억원에 머물렀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지난해 적자 전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올해는 적자 기조가 더욱 심화됐다. 2021년 약 5000억원에 육박했던 영업이익은 2022년 1150억원으로 급감한 데 이어, 지난해 12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적자는 480억원으로 적자 폭을 키웠다.
◇ 올 4분기부터 IDT 실적 반영
이처럼 자체 백신 사업과 코로나19 위탁생산만으로는 수익성 개선에 한계를 체감하자, SK바사는 독일 IDT 인수를 결정하며 CDMO 분야로 시야를 확장했다. IDT의 독일 내 생산시설이 미국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승인을 받은 곳이라는 점을 활용해 미국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글로벌 수주를 확대해 CDMO와 자체 백신 파이프라인 사업 두 축으로 성장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IDT 인수가 최종 마무리되면서 올 4분기부터 SK바사의 실적에 IDT 매출과 영업이익이 연결로 반영될 예정이다. 업계는 IDT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SK바사 실적에 반영되면 재무 성과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IDT의 매출을 보면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던 2022년 3억1200만유로(약 466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팬데믹 호재가 사라진 지난해 약 2억7500만유로(약 4100억원)의 매출을 확보했다. 기업의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 세금 및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에서도 IDT는 2022년 3300만유로(약 500억 원), 지난해 1600만유로(약 240억원)로 준수한 흐름을 이어간 바 있다.
SK바사 관계자는 “이번 IDT 인수로 2배 수준의 매출 신장과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위주의 고객사 네트워크를 확보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CDMO 사업에서 새로운 성장 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IDT만 놓고 봤을 때는 오는 2028년까지 올해 대비 매출 2배 성장, 수익성은 매출의 25%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 노바백스 코로나19 변이 대응 백신 국내 공급
백신 사업에서는 미국 파트너사인 노바백스의 코로나19 JN.1 변이 대응 백신의 국내 공급을 시작할 방침이다. 또 백신 포트폴리오에서는 폐렴구균 백신을 가장 이른 시점에 상업화가 가능할 파이프라인으로 보고, 글로벌 3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노바백스가 개발한 코로나19 JN.1 변이 대응 백신을 12세 이상의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긴급 사용승인했다. 앞서 노바백스의 JN.1 변이 대응 백신은 미국 FDA 등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SK바사는 노바백스 백신을 최대한 빠르게 공급해 이달부터 시행될 질병관리청의 24-25절기 예방접종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SK바사는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국내 공급 독점권을 확보 중이다. 앞서 SK바사는 지난해 12월 노바백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대응 백신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확장 체결했다.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21가 폐렴구균백신 ‘GBP410’은 올해 안으로 미국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예상 중이다. 호주에서는 이미 임상 3상 IND가 승인되면서 4분기 내 환자 투약 개시를 목표하고 있다. 호주와 미국 외에도 유럽과 한국에서 임상 3상 IND 신청을 마친 상태다. GBP410은 폐렴과 침습성 질환을 일으키는 폐렴구균 피막 다당체에 특정 단백질을 접합해 만든 단백접합백신 후보물질이다. SK바사는 GBP410임상 3상 완료 시점을 2027년으로 목표를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SK바사 관계자는 “노바백스 코로나 변이 대응 백신 국내 공급은 이달부터 바로 시작할 계획”이라며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은 글로벌 3상이 올해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6월 체결한 독감 백신 국내 공급 계약은 전년 대비 7% 이상 확대된 바 있다”며 “하반기에 이 부분도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