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사, 美 바이오 기업조건부 지분 인수
지난달에는 독일 백신 CDMO 기업 인수
유망 기업 투자 확대···“실적 성장통 극복”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이하 SK바사)가 3년째 실적 성장통 속에도 투자 활동은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SK바사는 지난 2022년부터 성장성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SK바사는 미국 바이오기업 선플라워(Sunflower Therapeutics)에 200만 달러(약 27억8000만원)를 투자하는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이하 SAFE)을 체결했다. SAFE는 현재 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운 초기 스타트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향후 요건을 갖춘 후속 투자가 있을 때 약정된 조건대로 지분 비율을 결정하는 인수 방식이다.

지난 2018년 설립된 선플라워는 항원, 항체 등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 제조 기술인 '효모 배양 시스템'을 개발한 바이오 기업이다.

SK바사 관계자는 “후속 투자가 이뤄지면 기업가치 또한 높아지는데 SAFE를 통한 투자는 적은 투자금으로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며 “선플라워가 가지고 있는 해당 효모 배양 시스템은 백신 공정을 간소화해 개발 및 생산의 효율성을 높여 제조 단가를 낮춰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선플라워의 IPO(기업공개) 및 제3자 인수합병 시 투자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SK바사는 이번 SAFE 투자를 통해 선플라워의 기술을 활용한 백신 공정 최적화를 기대하고 있다. 안동 L하우스의 백신 공정에 선플라워의 효모 배양 시스템을 도입하면 기존 대비 최대 7.7배의 수율을 개선해, 기존보다 도즈당 88.7% 수준으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올해 SK바사의 기업 투자활동은 선플라워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백신 위탁생산 독일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Biologika)’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다. 당시 SK바사는 IDT 바이오로지카의 CDMO 파트너십 이력과 다양한 백신,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경험 등이 인수 배경이 됐다고 밝혔다. SK바사는 IDT 인수를 통해 매출 성장을 비롯해 고객사 네트워크 확보, 글로벌 인프라 구축 등 시너지를 전망하고 있다.

안재용 SK바사 사장은 지난달 IDT 경영권 인수 기자간담회에서 “IDT 인수는 제조 인프라 강화 전략으로 회사가 CDMO 영역으로도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의미”라며 “내년 5월 준공하는 송도 R&D센터에서 확립된 최첨단 기술을 안동공장과 IDT에 적용하면 전 세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전략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실적 추이./ 표=정승아 디자이너
SK바이오사이언스 실적 추이./ 표=정승아 디자이너

SK바사가 M&A(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공격적인 M&A 전략 일환으로 지난달 IDT 지분 인수 이후 한 달 만에 미국 바이오벤처 지분 확보를 결정하게 됐다.

지난 2021년 SK바사는 매출 9290억원, 영업이익 474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2256억원)은 4배 이상 신장했고, 영업이익(377억원)은 무려 1158% 증가했다. 지난 2018년 SK케미칼에서 분사해 백신 사업 진출 뒤 거둔 최대 실적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고성장은 1년만에 꺾였다. 2022년 엔데믹 전환 후 SK바사의 최대 실적에 일등공신이었던 아스트라제네카와 맺은 CMO 계약이 종료됐고, 노바백스의 백신 CMO도 미진했던 탓이다. 이에 따라 SK바사 매출액은 2022년 4567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났고, 영업이익은 1150억원으로 4분의 1로 줄었다. 결국 지난해 적자 전환해 올해 1분기까지 200억대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팬데믹 동안 벌어들인 현금은 대내외 환경 변화에도 SK바사에게 든든한 지지대가 돼주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1조원이 넘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을 확보하며 신사업 및 투자 활동에 사용할 재원을 갖추게 됐다.

실제 지난해부터 SK바사는 현금 실탄을 기업 M&A, 사업 인수, CGT(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신사업 진출에 사용해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미래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해 M&A 대상 후보 기업들을 추려왔다. 고금리와 경제 불황 발 바이오 투자 시장이 경색된 틈을 타, 저렴한 가격에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들을 물색해온 것이다.

SK바사 관계자는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 시야를 넓혀 적극적인 투자 활동으로 글로벌 진출과 포트폴리오 확장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CDMO, 백신 생산 등 기존 사업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 M&A는 다양하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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