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 비에이치앤바이오 생산 현장 공개
국내산 원재료 고집···농가와 계약재배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교촌에프앤비가 소스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간장, 레드, 허니 등으로 분류되는 교촌 대표적인 치킨에 일일이 소스를 붓질하는 조리 방식을 취하고 있다. 국내 치킨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교촌에프앤비의 소스 사업이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잡을지 관심이 모인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26일 충청북도 진천군에 위치한 비에이치앤바이오(BHNbio)의 글로벌 종합 식품 생산 현장을 공개했다.
충북 진천 덕산읍 1만5375㎡에 달하는 부지에 연면적 9392㎡ 규모로 조성된 비에이치앤바이오 생산 현장은 연간 최대 1만2465톤(t)의 소스를 생산하는 시설을 갖췄다. 현장에는 컵 포장기, 파우치 포장기 등 5종(10대)의 충진설비와 10대의 배합탱크가 있어, 하루에 30~40t의 소스 생산이 가능하다.
비에이치앤바이오 진천 생산 현장은 2017년 준공됐다. 이 곳에선 교촌치킨의 대표 소스는 물론 국내 주요 식품업체에 납품하는 OEM/ODM 소스 2000여종이 생산된다.
교촌에프앤비는 비에이치앤바이오를 “국내 유일하게 자체 소스 생산 시설을 갖춘 곳”이라고 소개했다. 교촌에프앤비에 따르면 경쟁사의 경우 매운맛엔 캡사이신, 단맛엔 인공 감미료를 사용하는 등 화학 조미료를 쓰지만, 교촌은 국내산 농산물 천연 재료만을 사용해 소스를 만든다.
글로벌 기업 중에서도 교촌에프앤비처럼 자체 생산 시설을 갖춘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찾아보긴 어렵다. 전 세계 치킨 프랜차이즈 중 소스 특화 및 자체 생산 시설을 갖춘 브랜드는 칙필레와 닌도스, 케인스 치킨, 데이비스 핫치킨 등에 불과하다.
현재 교촌에프앤비는 7개국(미국·캐나다·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두바이·중국·대만)에 진출한 교촌치킨의 모든 해외 매장에서 판매되는 치킨에 제공되는 소스도 비에이치앤바이오에서 제조하고 있다.
비에이치앤바이오 진천 생산시설은 ‘자동화 설비’로 채워졌다. 안전사고 예방과 위생에 특화된 일명 ‘물 없는 공장’으로 글로벌 수준의 ‘스마트팩토리’ 제조시설까지 갖췄다. 실제 기자가 확인한 비에이치앤바이오 생산 현장 바닥엔 단 한 방울의 물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생 관리에 철저했다.
아울러 비에이치앤바이오엔 원료 투입부터 포장까지 최첨단 자동화 로봇 설비 라인이 구축돼 있다. 스마트팩토리의 연면적은 4600㎡(약 2900평) 규모다. 통상 2900평 규모의 공장에서 100명가량의 인력이 요구되지만, 비에이치앤은 자동화 시설을 갖춰 단 27명이 근무 주이다.
특히 교촌에프앤비는 엄격한 품질관리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다. 비에이치앤바이오에서 생산되는 교촌 소스들은 대부분 ‘비가열 공법’으로 만들어진다. 비가열 공법은 원물의 영양 손실을 최소화하고, 가장 신선하고 진한 맛을 살릴 수 있다. 예컨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레드 소스’는 청양 홍고추를 가열하는 대신 직접 짜내 매운맛을 자아낸다.
김태윤 비에이치앤바이오 생산품질혁신본부 상무는 “유통기한이 가열공법에 비해 짧고 제조원가는 비싸지만 국내산 프리미엄 식재료 본연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청양 홍고추를 직접 착즙하는 등 비가열 제조공법을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교촌에프앤비는 간장, 레드, 허니로 대표되는 치킨소스에 국내산 원재료 사용을 고집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의 핵심 원재료는 간장, 레드, 허니에 각각 사용되는 국내산 마늘, 청양 홍고추, 아카시아꿀이다. 이를 위해 교촌에프앤비는 최근 3년간 3825t에 육박하는 국내산 농산물을 계약재배 등을 통해 수매하는 등 지역 농가의 판로 개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는 권원강 창업주가 삼은 경영 원칙이기도 하다.
송원엽 비에이치앤바이오 대표는 “교촌은 간장, 레드, 허니로 대표되는 치킨 소스를 제조하기 위해 마늘, 청양 홍고추, 아카시아꿀 등 프리미엄 우리 농산물의 상당수를 계약재배로 들여와 지역 농가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촌에프앤비는 청양고추의 대표 산지 충남 청양은 물론 경기 여주·이천부터 강원 원주·인제·홍천, 충북 단양, 경북 영양, 전북 정읍, 전남 해남까지 전국 각지의 청양 홍고추 산지 농가를 발굴해 계약재배를 진행 중이다.
비에이치앤바이오가 최근 3년간 매입한 청양 홍고추는 2800t을 뛰어넘는다. 이 중 절반 이상(58%)이 계약재배 물량이다. 또 국내산 마늘과 아카시아꿀은 최근 3년간 각각 약 700t, 315t이 매입됐다. 이 외에도 교촌 소스에 쓰이는 식재료들도 대부분 국내산 농산물로 수급한다.
특히 비에이치앤바이오는 계약재배 농가로부터 시장가격과 관계없이 정해진 납품가격으로 일괄 구매를 진행해 농가의 안정적인 계약재배를 돕고 있다. 비에이치앤바이오가 지역농협 등을 통해 직접 운송하기 때문에 농가 입장에서 납품시 세척, 선별, 건조, 포장 등 작업을 생략할 수 있어 우리 농가의 인건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강원도 원주 신림면 일대서 계약재배로 홍고추를 납품하는 농민 김영옥씨는 “농사를 짓는 것도 힘들지만 판로를 찾는 데도 만만찮은 노력이 필요한데, 교촌과 계약재배를 하고 나선 오직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어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득 비에이치앤바이오 구매자재팀장은 “고추는 산지와 출하 시기를 까다롭게 따져야 같은 맛을 낼 수 있는데 최근 매운 고추를 재배하는 농가가 감소하고 있어 전국을 돌며 원활하게 청양 홍고추를 납품할 수 있는 계약재배 농가를 지속 발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