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 치킨 3사 중 유일하게 영업익 늘어
나홀로 가격 인상 여파, 충성 고객 잃어
주가도 상장 이후 하향 곡선 이어가는 중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치킨 프랜차이즈 빅3(bhc·BBQ·교촌에프앤비) 순위가 뒤바뀌었다. 그간 매출 기준 부동의 1위를 지켰던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2022년 2위, 지난해 3위로 추락했다. 교촌에프앤비는 창업주인 권원강 회장 복귀 이후 신사업과 글로벌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아직까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촌에프앤비가 ‘치킨 가격 인상 주범’이라는 꼬리표를 떨쳐내기엔 역부족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때 부동의 1위였던 교촌치킨이 매출 기준 3위로 추락했다. 교촌치킨이 지난해 교촌오리지날, 허니콤보 등 대표 메뉴 가격을 나홀로 최대 3000원 인상하면서 충성 고객이 대거 이탈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450억원, 영업이익 24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83%나 늘었다. 별도 기준으로도 교촌에프앤비 매출은 4259억원으로 전년 대비 14.6% 줄었고, 영업이익은 240억원으로 738.5%나 급증했다. 교촌에프앤비는 치킨 기업 중 유일하게 영업익이 올랐다.
표면적으로 교촌에프앤비가 회복세를 보인 듯 했지만 경쟁사 실적과 비교하면 대조된다. 특히 교촌은 창업주인 권원강 회장 복귀 이후 1위에서 내려왔다는 점은 뼈 아프다. bhc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5.5% 오른 5356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1위에 등극했다. BBQ는 전년 대비 12.8% 증가한 매출 4731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bhc와 BBQ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각각 1203억원, 553억원으로 두 자릿수 감소했다.
특히 교촌에프앤비는 ‘코스피 직상장’ 기업이지만 주가가 줄곧 하향세다. 통상 식품사들은 가격을 인상하면 주가 호재로 이어지지만 교촌에겐 통하지 않은 모양새다. 교촌에프앤비 상장 첫날 종가는 3만1000원이었으나 현재 7860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교촌에프앤비는 영업익이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육계 가격이 오르면서 영업이익률이 1.7%였지만 지난해 5.6%로 올랐다는 점에서 실적 흐름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것이 교촌 측 설명이다.
특히 교촌에프앤비는 규모의 경제보다는 ‘내실 경영’을 우선시한다. 이는 권 회장의 경영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교촌치킨 매장은 1378개로 전년 대비 10개가량 늘어나는데 그쳤다.
문제는 교촌에프앤비 이미지다. 교촌은 지난해 치킨 가격을 인상하면서 ‘치킨 가격 인상 주범’이라는 꼬리표를 얻었다. 가격 인상과 동시에 업계에선 교촌이 ‘치킨 1마리=3만원’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교촌이 충성 고객을 대거 잃은 이유다.
일단 교촌에프앤비는 글로벌과 신사업을 다음 전략으로 세웠다. 국내 치킨 시장은 포화 단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교촌은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K1 소스’와 같은 소스사업, 외식 브랜드 메밀단편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글로벌과 신사업 부문이 교촌에프앤비 실적을 견인하긴 어렵다. 글로벌과 신사업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교촌의 지난해 글로벌 사업 매출은 178억1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3% 성장하는데 그쳤다. 글로벌 매장 수도 2021년 65개에서 2022년 67개, 지난해 74개로 소폭 늘었다. 신사업에 해당하는 가정간편식·가공소스·수제맥주 등 매출은 전년 대비 5.3% 감소한 133억6800만원에 달했다.
반면 경쟁사인 bhc는 아웃백과 슈퍼두퍼 등으로 업계 첫 1조 클럽에 달성했고 BBQ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며 성장을 지속했다. 일각에서 교촌에프앤비의 전략이 뒤늦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아울러 교촌에프앤비가 자신 있게 론칭한 주류 사업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교촌은 지난 2021년 LF그룹의 자회사 인덜지가 소유한 강원 고성군 토성면의 수제맥주 공장 문베어브루잉을 111억2800만원에 인수했다. 치킨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1991라거·1991벨지안위트에일·문베어소빈블랑IPA·문베어모스카토스위트에일 등 제품을 출시했지만 경쟁력을 얻지 못했다. 문베어브루잉은 지난해 손상차손 규모만 57억4000만원에 달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치킨 업계는 규모의 경제 사업이라 신규 출점을 많이 하면 매출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교촌은 가맹점주들의 영업권 보호를 원칙으로 신규 출점 수가 경쟁사 대비 적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출점도 국내와 비슷하게 공격적으로 점포수를 늘리기 보다는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주류 부문도 맥주에서 막걸리로 넓혀 발효식품 사업을 본격 준비 중이며, 현재 부지를 확보해 행정 절차를 밟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