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3사 기존 캐파 확대 계획 조정 가능성은 낮아”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M15 팹 전경 /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M15 팹 전경 / 사진=SK하이닉스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삼성전자 등 주요 메모리 기업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 우려 속에도 투자를 늘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HBM 증설 투자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해서 수요 대비 공급 부족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이달 25일(현지시각) 마이크론을 시작으로 다음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 과정에서 HBM 투자계획도 공개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원은 “AI 가속기 등 시스템에 대한 개발이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HBM 공급 과잉 보다는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메모리 회사들이 최근 캐파를 늘린다고 한 부분은 HBM에 국한된 것이지, 다른 메모리 제품군에선 투자 확대에 대한 얘기는 없던 것으로 안다. 사실 HBM 캐파(생산능력)는 이제 막 투자를 늘리는 단계여서 현재 규모가 그리 크게 형성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투자를 지속 확대하겠다는 얘기는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메모리 3사는 내년에도 관련 투자를 대폭 늘리겠단 방침을 전달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내년 생산능력 확대를 올해 대비 2.9배가량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2배 이상 투자를 확대한단 방침을 전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5월 공식석상에서 올해 회사의 HBM 물량이 이미 완판된 상황이며, 내년 물량 역시 거의 완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마이크론 또한 HBM 캐파를 확대하기 위해 현재 대만 공장 인수 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승 사이클의 후반부에 접어들고 있는 D램 업황은 앞으로 AI향 HBM의 수요 강세 지속 여부와 공급 업체들의 증설 속도에 의해서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며 “HBM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띄고 있으며, 공급 업체들의 신규 증설은 경기 불안 심리로 인해 미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 상반기 D램 업황이 예상보다 견고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올 초부터 엔비디아에 8단 HBM3E 공급을 시작했으며, SK하이닉스는 이달 말 12단 제품까지 양산에 착수할 예정이다. 마이크론도 엔비디아 등에 12단 시제품을 공급하고 현재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아직 8단 HBM3E 평가를 통과했단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HBM3E 제품 평가를 통과하면서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는 시점이 향후 실질적인 HBM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메모리 기업들의 HBM 공급량은 250억기가비트(Gb) 수준으로, 수요(150억Gb)를 66.7%가량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삼성전자의 올 연말 기준 HBM 최대 생산능력은 월 17만장 수준에 이른다. SK하이닉스(월 14만장), 마이크론(월 2만장)과 비교해서도 높은 수준으로, 삼성전자가 품질 인증만 완료되면 실제 시장에서 공급되는 물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반도체 기업들의 주요 고객사인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 증가율은 내년 큰 폭으로 떨어져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반도체업계에선 HBM 공급 과잉을 논하기엔 이르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마케팅 담당은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HBM 중심의 투자와 증산은 일반 D램과 시장 구조와 양산 특성에서 확연히 달라서 투자가 곧 공급 과잉이라는 단순 논리로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HBM 다이 사이즈 패널티와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성을 고려하면 투자가 늘어도 생산량 증가는 제한적이며, 이러한 제약은 HBM 세대가 업그레이드될수록 가중될 것”이라며, “AI 산업 내 경쟁 심화로 HBM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공급사 캐파 확대에도 여전히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일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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