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설립해 1607억원 규모 인수, 12월 잔금 지급···주력은 HIFU, 레이저 제품군, RF
동화약품, 피부과 시장서 화장품·의약품과 연계···화장품 ‘인트린직’, 다한증약 ‘에크락겔’ 보유
2020년 인수 메디쎄이로 의료기기업체 경영 노하우 축적···인수 지휘 유인호 부사장 역할 관심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피부미용기기 업체 ‘하이로닉’을 인수한 동화약품이 향후 기존 화장품, 피부과 의약품 등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견 제약사인 동화약품은 피부미용기기 업체 하이로닉 주식을 양수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하이로닉 최대주주 이진우 이사회 의장과 특수관계인 이은숙 씨가 보유한 주식 838만 3277주를 1207억원에 매입키로 했다. 동화약품은 9일까지 계약금 120억원을 지급하고 12월 13일까지 잔금 1087억원을 지급키로 했다.
동화약품은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한다. 미래에셋벤처투자 프라이빗에쿼티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하이로닉 인수금액은 총 1607억원 규모다. 이중 동화약품은 500억원 가량을 투자키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하이로닉 주식소유 현황을 보면 이진우 의장과 이은숙 씨 외에 지분율 1%를 넘는 개인이나 세력은 없다. 12월 거래가 완료되면 동화약품이 하이로닉 최대주주가 될 전망이다.
하이로닉은 HIFU(고강도 집속 초음파), 레이저 제품군, RF(고주파) 기반 피부미용기기를 개발, 제조 및 판매하는 기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의료기기법이 정의하는 의료기기는 질병이나 상해를 진단, 치료, 경감, 처치 또는 예방하거나 보정할 목적 또는 임신을 조절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뿐만 아니라 구조 또는 기능을 검사 대체, 변형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을 지칭한다.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 A씨는 “하이로닉이 생산하는 품목은 의료기기로 규정된 피부미용기기와 의료기기에 해당하지 않는 피부미용기기로 구분된다”며 “주력은 사람 피부에 시술, 그 구조 변형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HIFU에는 DOUBLO 시리즈와 ULTRA VERA 및 V-RO(수출용 제품 명칭은 NEW DOUBLO)와 같은 제품이 포함된다. 레이저 제품군은 반도체레이저수술기 A-FIT, 엔디야그레이저수술기 Q-FIT와 PICOHI300, 의료용레이저조사기 SLIMUS 등이다. 고주파를 이용한 피부미용기기로는 범용전기수술기 젠틀로(해외 명칭 SILKRO)가 꼽힌다. 하이로닉은 2021년 218억원, 2022년 276억원, 2023년 337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2021년 46억원, 2022년 36억원, 2023년 53억원을 기록했다. 피부미용기기 생산을 주력으로 한 연간 300억원대 규모 업체로 분석된다.
이번 하이로닉 인수 핵심은 향후 피부미용기기가 기존 동화약품 화장품과 피부과 의약품, 메디쎄이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느냐 여부로 요약된다. 하이로닉은 2007년 12월 설립 후 주력 제품 특성상 피부과를 중심으로 피부미용의료시장에서 영업해왔다. 동화약품도 최근 피부과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 피부과 화장품 브랜드 ‘인트린직’ 제품은 보습제, 선크림, 클렌저 등으로 확장하며 병의원 공급 물량을 늘리고 있다.
2025년 출시를 목표로 한 겨드랑이 다한증 치료제 ‘에크락겔’의 경우 현재 품목허가 취득을 대기하는 상태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동화약품은 활명수류와 후시딘류 매출이 높은 업체인데 최근에는 전문의약품에도 비중을 두는 정황이 포착된다”며 “피부과 시장도 높은 진입장벽이 있지만 화장품 매출도 늘고 있어 가능성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동화약품이 2020년 7월 인수해 운영하는 의료기기 업체 메디쎄이도 경영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형외과와 신경외과에서 사용되는 척추 임플란트, 수술용 기구를 제조하는 메디쎄이는 2020년 188억원 매출이 2023년 266억원으로 성장 추세를 보인다. 동화약품이 메디쎄이에 이어 2023년 베트남 약국체인 운영기업 ‘중선파마’, 이번에 하이로닉 인수를 단행하자 관련 작업을 총괄한 오너 4세 유인호 부사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유 부사장이 2020년 당시 고심 끝에 메디쎄이를 직접 낙점해 현재 규모로 성장시켰다”며 “하이로닉도 그가 임원들과 협력, 인수를 확정지은 사례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참고로 베트남 남부 지역 내 140여개 약국체인을 운영하는 중선파마는 전문약과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 H&B 카테고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결국 피부미용기기 업체 인수에 거액을 투자한 동화약품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의료기기 업체 경험을 살려 화장품, 전문약과 묶는 효율적 전략을 준비해야 할 상황이다. 자금력이 풍부한 동화가 다른 업종에 잇달아 투자를 진행할 지도 관심사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