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취급 받던 철강슬래그, 고부가재료로 부상
비료·도로포장 등 활용도 높아져
건설 경기 부진에도 재활용 100% 목표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철강 생산 부산물인 슬래그가 부가가치가 높은 유용한 자원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아스팔트 도로포장과 연약지반을 강화하는 등에 슬래그를 사용하며 고부가가치화에 앞장서고 있다.
7일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강업계의 슬래그 재활용률은 평균 94.1%를 기록했다. 철강슬래그는 철강 제조공정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부산물이다. 전체 부산물의 약 90% 가량을 차지한다.
철강 슬래그는 쇳물을 녹이는 고로에서 발생하는 고로슬래그와 전로·전기로에서 발생하는 제강슬래그로 나뉜다. 고로슬래그 재활용률은 95.6%, 제강슬래그 재활용률은 92.1%를 달성했다.
고로슬래그의 경우 시멘트 혼합재, 슬래그시멘트 원료 등 콘크리트 결합재로, 제강슬래그의 경우 도로 노반재, 성토재, 지반 개량재 등 골재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 주로 건설자재로 활용되는 만큼 건설 경기 부진이 이어진 2022~2023년엔 슬래그 재활용률이 지난 2020년의 100%를 기록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는 철강 슬래그를 100% 가까이 재활용하겠다”는 게 철강업계 목표다. 특히 고로슬래그 기반 시멘트 사용을 늘려 재활용률 10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양사 모두 건설 계열사를 활용해 슬래그 재활용에 나선다. 포스코그룹 건설 계열사 포스코이앤씨는 친환경 고로슬래그를 석회석 대신 시멘트 제조에 사용한 ‘포스멘트(PosMent)’를, 현대건설은 ‘에이치멘트(H-ment)’ 사용을 늘릴 방침이다. 세아베스틸은 올해 말부터 정련슬래그를 이용한 저탄소 초속경 시멘트 조성물 생산에 나선다.
업계는 시멘트 외에도 전반적인 활용량을 늘릴 계획이다. 포스코는 규산질 슬래그를 비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포스코는 지난 3일 인도네시아 농업부와 규산질 슬래그 비료 상용화 추진 협악을 맺고, 인도네시아 합작법인인 크라카타우포스코를 통해 규산질 비료 원료인 슬래그를 공급하기로 했다.
규산질 슬래그 비료는 고로 슬래그로 만든 비료다. 논 산성화를 방지하고 벼의 줄기 성분인 규산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포스코는 규산질 슬래그 비료 활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감축량을 향후 탄소배출권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외 온실가스 감축 방법론 등록을 추진 중이다.
슬래그는 도로용으로도 사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슬래그는 일반 골재 대비 모양이 비교적 일정해 도로포장에 적용할 경우 도로 내구성이 일반 포장 대비 최대 2.2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국내 아스팔트 콘크리트 제조기업과 협업해 지난 6월 말부터 국도 3호선 5개 구간 등 아스팔트 도로포장에 제강슬래그를 적용했다. 연말까지 슬래그 10만t이 수도권과 중부지역 내 도로포장 공사에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