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열연 판매가격, 2년새 14.1%↓
원가절감 등으로 연간 1조원 감축 목표
철강업계, 중국 측 철강재 밀어내기에 불만 표출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포스코의 주력 제품인 열연의 가격이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하락세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열연이 쓰이는 전방산업이 호황이어서 수요는 많은데, 가격은 낮아지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회사 측에서 어떤 대응방안을 내놓고 실행할지 관심이 쏠린다.
열연은 주로 자동차 및 선박 제조에 활용된다. 국내 자동차·조선업계는 판매량 및 수주잔고 증가에 힘입어 기존보다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열연 제품이 필요해 포스코 등 철강업계도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열연 제조사의 올해 7월 생산량은 97만5000톤(t)이다. 지난해 12월 103만t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전방산업의 커지는 수요에 따라 공급량도 늘린 셈이다.
그러나 판매가격은 내림세다. 포스코의 톤(t)당 열연 판매가격은 2022년 110만5000원에서 지난해 96만7000원, 올해 상반기 94만9000원으로 낮아졌다. 2년새 14.1% 떨어진 것이다. 수요가 많아졌는데,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중국 때문이다.
중국 철강사는 자국 내수 부진에 현지에서 물량 소화가 되지 않으면서, 우리나라 등에 밀어내기 저가 수출량을 늘리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중국 철강재 수입량은 2022년 339만6000t, 지난해 465만t, 올해 472만1000t으로 증가 추세다.
수요처인 국내 자동차·조선업계가 저렴한 중국 열연 제품 사용량을 확대하면서, 포스코 등의 가격 협상력이 약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판매량 증가에도 큰 수익을 얻을 수 없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장인화 회장 역시 열연값 하락 등에 위기를 느껴 취임 직후 실시한 ‘현장 동행 100일’ 일정의 첫 행보로 포항제철소 제2 열연공장을 선택했다. 아울러 중국산 물량공세로 가격 협상력이 낮아진 만큼 당분간 기본에 충실한 실적 방어 정책을 펴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실적방어를 위한 원가절감 및 가공비 줄이기, 원료비 혁신 등의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며 “연간 1조원 이상의 원가절감 효과 등을 얻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업계 차원의 대응도 서두르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의 저가 물량 밀어내기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예상에 큰 위기감을 느끼고 현재 상황에 대한 어려움을 직접 목소리로 나타내기도 했다.
현대제철은 최근 중국에서 열린 ‘한중 민간철강회의’에서 중국산 철강재의 국내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현지 관계자에 우리 업계의 고충을 전달했다. 중국이 자국내 재고를 해소하기 위해 저가 밀어내기 공세를 펼치는 것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재의 무차별적인 국내 유입에 산업 생태계가 심각하게 교란되고 있다”며 “국내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은 물론, 수요처인 전방기업도 중국산 물량의 과도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