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후판 사용량 증가·철광석 가격하락 등 가격인하 요인 확대
철강사 “조선업계 위기 때 인하로 양보, 이번에는 인상으로 가닥 잡혀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모습. /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모습. / 사진=HD현대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가까스로 끝낸 조선 및 철강업계가 하반기에도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산 철강재의 저가 물량 공세에 조선업계가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국산 후판 사용량을 줄이면서 하반기 협상 마무리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모양새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사들과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을 협상 중이다. 후판은 선박에 쓰이는 6mm 이상의 철판으로 선박 원가의 약 20%를 차지해, 이 가격의 오르내림이 조선사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조선·철강업계의 후판값 협상은 매년 상·하반기에 각각 이뤄진다. 올해 상반기 가격협상은 7월 들어 마무리됐다. 일반적으로 5월께 마무리됐지만 올해는 2개월 늦어졌다. 후판의 핵심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의 하락에 따라 후판 역시 낮춰야 한다는 조선업계와 마진 감소를 막기 위한 철강사의 이견 조율이 쉽지 않아서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공산이 크다. 

상반기 협상에서는 값싼 중국산 후판 사용량을 늘리겠다는 조선업계의 으름장에 철강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후판 가격을 낮추는 데 합의했다. 합의된 후판 가격은 톤(t)당 90만원대 초반으로, 지난해 하반기 90만원 중반대보다 낮아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이 국내 제품보다 20~30% 저렴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품질이 좋지 않다”며 “조선업계가 수주난조로 어려움을 겪을 당시 철강사들이 후판 가격인하로 배려를 했던 것처럼 반대 상황인 현재에는 조선사들이 어느 정도 양보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반면 조선사들은 철광석 가격인하를 내세우며 시장원리에 맞게 후판 값을 더욱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값싼 중국산 후판을 사용하는 것은 수요처의 선택이며,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데 후판 값을 올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산 후판 비중을 기존 20%에서 25%로 늘린다고 밝힌 바 있다. 3~4년치 수주잔고가 확보되면서 국내산보다 저렴한 중국 후판으로 선박을 건조해 더 큰 이익을 거두겠다는 목표에서다.

하지만 중국 제품 투입을 더 큰 폭으로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 어느 정도 철강사들의 입장을 이번 협상에서 반영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후판값 하락이 수차례 계속되면서, 파트너사인 철강사의 상황을 이해해 소폭 인상으로 결론이 나야 한다는 목소리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사는 중국과 달리 안정적으로 후판 물량을 꾸준히 공급해줄 수 있는 거래처”라며 “양 측이 만족할만한 수준에서 하루 빨리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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