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일각서 박 차관 교체 건의 검토, 대통령실은 진화···일각 “대체 인물 찾기 어렵다”
은성호 수석, 복지부 인구정책실장 거론···청와대와 저고위 파견 경력, 인선 결과 주목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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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보건복지부의 전현직 고위직 중 박민수 차관과 은성호 수석(행시 기수순) 거취가 주목 받고 있다. 공교롭게 박 차관과 은 수석은 서울고 선후배 사이다. 

31일 정치권과 관가에 따르면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026년 의대 증원 유예 정책을 대통령실에 건의함에 따라 의정갈등이 다시 이슈로 부상했다. 이와 함께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거취도 논란이 됐다. 여당인 국민의힘 일각에서 박 차관 교체 건의를 검토하는 상황으로 파악된 것이다. 그동안 대한의사협회나 의료계가 박 차관 교체를 거론한 것은 여러 차례지만 여당에서 검토 움직임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박 차관 교체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인물은 박은식 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다. 박은식 전 위원은 지난 27일 한 종합편성패널에 출연,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 차관에 대한 인사 정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참고로 광주 출신 박 전 위원은 한양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박 차관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의료대란을 복지부 정무직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나 의원은 28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의정갈등을 이 정도로 오랫동안 수습하지 못했다면 (복지부) 책임자는 물러나야 된다”면서 “새롭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 의원은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된다”며 “새로운 협상자가 온다면 변화를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박 차관 거취가 이슈로 부상하자 대통령실은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 A씨는 28일 여당 일각이 의료개혁을 지휘하는 박 차관 교체 요구를 검토한다는 주장에 대해 “전혀 (교체를) 검토한 바 없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 B씨는 “박 전 위원처럼 여당 일각에서 박 차관 교체 건의를 검토한 것은 사실로 분석되며 대통령실이 교체 여부를 검토하지 않은 것도 맞다”며 “하지만 대통령 인사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국민의힘에서 적지 않은 비중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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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내부 의견을 완전하게 파악할 수 없지만 일단 현 체제 유지에 힘을 싣는 분위기도 일각에 있다. 익명을 요청한 관가 관계자 C씨는 “박 차관이 2022년 10월부터 활동하며 의대 증원 정책을 총괄했고 현재도 의료개혁 업무를 진행하는데 그를 대체할만한 인물 찾기가 쉽지 않다”며 “대통령실 분위기도 유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단, 박 차관 교체 건의를 검토하는 여당 일각 움직임이 향후 현실화될 경우 그의 부내 입지는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관가 관계자 D씨는 “박 차관 능력이나 실력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정무직이고 의료대란 장기화 등 여러 변수가 그의 입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박 차관과 함께 복지부 안팎에서 주목하는 인물은 은성호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다. 박 차관(39회)과 은성호 수석(38회)은 서울고 선후배 사이다. 서울고에 이어 행정고시 38회에 합격한 은 수석(1967년생)은 복지부에서 3대 과장으로 꼽히는 보험급여과장을 경험한 인물이다.

이어 공공의료과장,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파견, 지역복지과장, 복지정책과장, 사회서비스정책과장, 읍면동 복지허브화 실무추진단장, 질병관리본부 기획조정부장, 저출산고령사회의원회 파견,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노인정책관, 첨단의료지원관 등을 역임했다. 참고로 은 수석은 지난해 9월 복지부를 퇴직한 후 현재 민간인 자격으로 여당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같은 경력을 거친 은 수석은 지난 5월 말 김현준 전 실장(현 한국사회보장정보원장)이 복지부를 명예퇴직한 후 공석인 인구정책실장 하마평에 오른 상태다. 저고위 파견과 노인정책관 경력이 있고 행시 동기 중 전병왕 전 보건의료정책실장과 김혜진 기획조정실장이 실장을 달아 세 번째 승진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다. 

현재 은 수석은 업무 폭증으로 분주하다. 정기국회를 앞둔 시점에서 준비할 사안이 많은데 한동훈 대표가 2026년 의대 증원 유예를 주장하면서 관련 업무도 늘어난 것이다. 윤석열 정부 핵심 개혁정책인 의대 증원을 위해 서울고 선후배가 주요 포스트에서 활동하는 국면이다. 참고로 은 수석 상사는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이다. 

솔직하고 정이 많아 평판이 우수한 은 수석이 만약 하마평 대로 복지부에 복귀해 인구실장으로 승진할 경우 서울고 1년 후배인 박 차관과 한솥밥을 먹게 될 전망이다. 관가 관계자 E씨는 “박 차관과 은 수석의 향후 거취는 예상이 어렵지만 복지부가 필요로 하는 인재인 것은 맞다”며 “추석 이전으로 예상되는 인구실장 인선 결과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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