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정책 결정서 박 차관 역할 명확한 규명 필요···현재 정책의 극히 일부분만 알려진 상황
박 차관에 비판과 옹호 엇갈려, 개각서 2차관 교체 전망···차기 정부서 증원 정책 평가 있어야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다사다난했던 2024년도 한 달 가량 남았다. 올해 많은 이슈가 있었지만 보건의료계를 넘어 국민 일상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화두는 의료대란이다. 이 과정에서 좋든 싫든 이슈 중심에 섰던 인물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다. 

지난해부터 진행된 논란 끝에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한 후 2월 하순 발생한 전공의들의 근무 현장 이탈 과정에서 그는 복지부 정책을 총괄했다. 복지부를 잘 모르는 일부 국민들은 그를 장관으로 잘못 인지할 정도로 언론에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정부를 대변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드는 궁금증은 과연 그가 수행한 정확한 업무와 영향력, 초기부터 의대 증원을 추진하고 확정한 주체 등이다. 박 차관 등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한 인물들도 일부만 인지하고 전체를 정확히 모를 수 있다고 판단된다. 각자 본인이 맡은 일 하기에도 벅찬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일반인들이 일부는 보게 되지만 전체를 자세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 ‘0.917’이라는 수치를 인용할 때가 있다. 0.917은 얼음이 물에 잠기는 비중을 표시한 숫자다. 즉 얼음이 물에 떠 있을 때 밖에서 사람들이 보는 부분은 얼음 전체의 0.083이다. 나머지 0.917은 물 밑에 있어 사람들이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전체의 0.083 부분만 보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게 된다.

얼음 전체를 보고 판단해도 어려운데 0.083 부분에 대한 평가가 정확할 가능성은 낮다. 기자가 0.917을 거론한 것은 그만큼 국민들이 의대 증원 결정 과정을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말하기 위해서다. 증원 정책 결정을 1이라고 가정할 경우 국민들이 인지하는 부분은 0.083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관련 정책 결정은 현재까지도 베일에 싸여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세력으로 국회를 꼽기도 한다. 일부 타당성이 있긴 하다. 국회가 열리면 정부는 대부분 긴장하며 대응한다. 하지만 의대 증원과 관련해서는 2월 하순 경 전공의 이탈이 가시화된 후 상임위도 열지 않은 것이 국회다. 선거 전은 이해하더라도 선거가 끝난 후에도 의료대란을 외면했던 국회가 22대 개원 후 청문회를 열었지만 새롭게 밝혀낸 사실은 적었다.  

그들 중 일부는 지난 9월 추석연휴를 앞두고 박 차관을 포함한 특정 관료 실명을 거론하며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민들이 ‘요청’한다면 겸허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지만 능력이 부족하고 일 안 하는 정치인들이 매일 야근하며 일만 하는 복지부 관료들에게 무슨 자격으로 퇴진을 거론했는지 묻고 싶다. 앞서 거론했지만 현재는 전체의 0.083도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실력 있는 정치인이라면 전문가들과 모임을 갖고 공부해서 어떤 수준으로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하는지 정책대안도 제기해야 하는데 정작 그런 행동하는 정치인을 찾기 힘들다.

과로 탓도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박 차관이 그동안 실언이나 하지 말았어야 할 발언을 일부 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올 3월 ‘카데바’를 공유하거나 수입까지 가능하다는 발언은 위험하고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다. 국내 의료 발전을 위해 시신을 기증해준 분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발언이라는 것이 전반적 평가다.

반면 박 차관이 고3 딸 의대 진학을 위해 의대 정원을 늘렸다는 의혹은 현재 시점에서 판단한다면 사실과 일정 거리가 있다고 본다. 비교적 사소한 정책도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이 적지 않고 지켜보는 눈이 많다. 그런데 의대 증원이라는 핵심과제를 담당 부처 차관이 주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대한민국 정부 시스템이 그 정도로 호락호락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같은 일이 발생하면 고위직 관료를 감시하는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책임질 사안이다. 이같은 우여곡절을 거쳐 박 차관은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제외됐고 내년 1월 경으로 예상되는 개각에서 복지부 2차관을 물러날 가능성이 예상되는 상황에 접어들었다. 결국 의대 증원은 다음 정부에서는 어떤 방식이 됐든 정책 결정 주체와 과정 등이 명확하게 규명돼야 한다. 국회가 아닌 다른 방식을 희망하며 박 차관 역할 등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정치인이 아닌 국민 몫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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