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고교 선배의 장관 부임으로 되레 역차별…국장 승진여부 등 인사 관심
복지부 한 관계자의 이런언급은 장관 지명이 정책이나 행정에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말로 요약된다. 장관 자체가 인사의 결정권자이지만 본인의 거취로 후배들도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알려진 대로 김용익 전 의원은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외갓집이 있는 전북 익산으로 옮겼다가 상경한 후 지난 1968년 서울고에 입학해 71년 졸업한 서울고 23회다. 김 전 의원이 새 정부 초기 복지부 장관 유력 후보에 올랐다가 탈락한 사유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만약 그가 장관에 부임했다면 후배들 인사 내용이 좀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말이 무성하다.
그만큼 장관의 직속 후배는 음으로 양으로 견제를 받게 된다. 가장 기본적으로 장관 본인이 이를 의식하게 된다. 노무현 정권의 유시민 복지부 장관은 배병준 국장에게 대놓고 좋은 보직을 포기하라고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장관과 배 국장은 대구 심인고 선후배 사이다. 배 국장의 심인고 1년 후배가 김주영 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이다.
이처럼 고교 선배가 장관으로 부임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은게 관가 속성이다. 최근 수년간 복지부에는 서울고 출신들이 수장으로 와 눈길을 끌었다.
이명박 정부의 임채민 전 장관은 서울고 28회다. 박근혜 정부의 문형표 전 장관과 정진엽 전 장관은 각각 서울고 27회와 25회로 확인됐다. 공교롭게 후배가 먼저 복지부 장관을 한 후 선배가 바통을 받아 장관을 역임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문형표 전 장관의 경우 업무능력 유무에 따라 인사를 철저히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진엽 전 장관은 인사에 있어 특정인을 배려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가 산하기관장 인사에 거의 개입하지 않았던 사실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사항이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복지부의 서울고 출신들은 인사를 앞두고 주목 받기도 했지만 예상대로 실속은 없었다는 평이다. 이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복지부 인사에 있어 실력만으로 정정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될지 주목된다.
현재 복지부 본부의 서울고 출신들 중 최고 선배는 맹호영 통상협력담당관이다. 서울고 31회인 맹호영 담당관은 타 대학을 다니다 서울대 약대(81학번)에 늦게 입학했다. 당시 약무직의 특성인 참사를 거쳐 정식으로 7급 공무원이 된 그는 복지부에서 31년간 근무해왔다. 보험약제과장과 기초의료보장과장, 요양보험운영과장, 보건복지인력개발원 파견 등을 역임했다.
복지부 실장급 인사가 예상보다 다소 지연돼 이번 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맹 담당관의 국장 승진 여부도 관심사다. 공석인 기획조정실장과 복지행정지원관 등을 감안하면 최대 3명인 국장 승진자 중 그가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다. 복지부 본부 외에도 소속기관인 질병관리본부의 센터장(국장급)도 한자리가 공석이다. 맹 담당관 승진에 쏠리는 관심은 네이버 사이트에서도 확인된다. 복지부 인사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맹 담당관 이름이 뜬다.
서울고 38회인 은성호 읍면동 복지허브화 실무추진단장은 행정고시도 38회다. 은근히 38이란 숫자와 인연이 많은 은성호 단장은 보험급여과장과 공공의료과장,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파견, 지역복지과장, 복지정책과장, 사회서비스정책과장 등을 거쳤다.
솔직하고 정이 많은 은 단장은 다른 공무원들처럼 형식적 멘트를 하지 않는다. 승진에 대한 희망을 숨기지도 않는다. 최성락 국장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으로 영전하며 공석이 된 복지행정지원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은 단장보다 한 기수 낮은 박민수 주미국대사관 공사참사관(행시 36회)은 서울고 39회다. 박민수 참사관은 예정대로라면 귀국해 발령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초 지난달 미국 파견기간이 종료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참사관은 미국 파견을 6개월 연장해 내년 2월 경 임기를 마무리하고 귀국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 2010년 4월부터 2년 8개월 가량 복지부 최장수 보험정책과장으로 근무했다. 이어 2012년 대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실무위원 파견에 이어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대통령비서실 보건복지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활약했다. 박 참사관은 능력과 실력이 검증된 인물이다. 머리 회전이 빠르고 순발력이 있다.
이밖에도 김문식 기초연금과장과 정성훈 사무관이 서울고 출신이다. 김문식 과장은 행시 43회 출신이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설립추진단 정책기획팀장과 행정관리담당관, 요양보험제도과장, 아동복지정책과장 등을 거쳤다. 올 1월 현재 보직으로 발령을 받아 활동 중이다.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했다.
정성훈 사무관은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 출신 공무원이다. 일차의료개선팀에 이어 건강정책과에서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했었다. 복지부 입부 동기인 정제혁 서기관이 청와대로 파견되며 공석이 된 질병관리본부 동해검역소장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그는 이르면 오는 11월 경으로 예상되는 복지부 정기승진인사에서 서기관 승진이 유력하다.
복지부 관계자들은 “이제는 실력과 능력 외 다른 요소들은 인사의 고려 요소가 되면 안 된다”며 “이번 인사는 철저하게 능력 위주로 단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