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필름·복사열 시스템이 발열하거나 외부열 차단
공조·배터리 사용량 낮춰 효율↑···양산화·확대 추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 기아가 차량 실내 온도 조절 신기술을 개발해 고객의 탑승 경험을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양사는 22일 서울 장충동 소재 행사장에서 열관리 신기술 소개 행사 ‘히트 테크 데이’를 개최했다.
현장에서 나노 쿨링 필름, 복사열 난방 시스템, 금속 코팅 발열 유리 등 3가지 기술을 공개, 시연했다. 탑승객이 차량에서 가장 먼저 경험할 수 있는 변수인 실내 온도에 관한 제어 기술의 연구개발 성과를 알리려는 목적이다.
나노 쿨링 필름은 차량 유리에 부착하면 태양 에너지에 포함된 적외선을 반사, 방출해 실내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제품이다. 현재 흔히 쓰이는 틴팅 필름처럼 외부 열을 차단할 뿐 아니라 내부 열을 방출하는 점에서 차별화했다.
이번에 공개한 필름은 앞서 지난해 7월 행사를 통해 양사가 공개했던 동명 제품보다 성능, 품질, 면적이 개선됐다. 현장에 마련된 아이오닉6 2대 중 나노 쿨링 필름 적용한 차량의 앞유리 표면 온도는 39도로, 부착하지 않은 차량(56도)보다 17도나 낮았다. 현대차 연구 결과 실내 온도도 부위에 따라 13도 넘게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민재 현대차·기아 에너지소자연구팀 책임연구원은 “필요에 따라 운전자가 기능을 껐다 켜고, 차량 외관에 적용 가능하도록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고 양산화도 준비 중”이라며 “나노 쿨링 필름 가격대는 선행 개발 단계를 기준으로 시중 틴팅 필름 가격대의 중간, 상단 범위 정도”라고 말했다.
◇ 문·팔받침서 발열, 히터 덜써 전기차 주행거리 8% 연장
복사열 난방 시스템은 탑승객 주위 발열체를 통해 체감 온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기술이다. 이날 행사에 전시된 EV9의 1열 스티어링 컬럼 아래쪽, 도어, 센터 콘솔 등 일부 부위에 고온 필름형 발열체가 장착돼 있었다. 발열체가 도어 트림 85도, 운전대 아래 전면부 115도 정도의 열을 내면 각 부위를 감싸는 직물 소재가 인체에 적합한 온도로 열을 낮춰 방출한다.
화상 방지 시스템이 적용돼 신체가 닿는 즉시 이를 감지하고 온도를 낮춰 부상 위험성을 낮춘다. 도어 트림에 손을 댔을 때 온도가 바로 낮아지는 느낌이 들지는 않지만, 겨울철 옷을 입은 채 대면 따뜻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양사가 모의 실험한 결과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히터와 활용하면 적정 온도에 도달하는 데 에너지를 17%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기차 고객은 히터를 덜 사용해 주행거리 확대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현대차가 코나 일렉트릭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복사열 난방 시스템 적용시 주행거리가 8% 연장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복사열 난방 시스템은 현재 무릎 부위에 적용하는 커스터마이징 사양으로 팰리세이드, 코나 등 신차 5종 고객에게 제공되고 있다. 양사는 향후 신차에 기본, 선택 사양으로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제공할 예정이다.
◇ 앞유리 서리 5분만에 완전 제거···“시중 대비 저렴하게 제공할 것”
전면에 적용되는 금속 코팅 발열 유리는 유리 내 20개층으로 삽입된 금속 코팅에서 열을 일으킨다. 기존 차량의 발열 유리에 쓰인 13.5볼트보다 높은 48볼트 전압 시스템을 적용해 유리 내부의 금속 코팅에서 빠르게 열을 내 서리, 습기를 제거한다. 양사 연구 결과 영상 18도 기온에서 유리에 앉은 서리를 5분 내 완전히 없앨 수 있다.
금속 코팅 발열 유리 적용시 태양 에너지 차단율이 60%로 일반 유리(35%)보다 1.7배 높다. 금속 코팅 발열 유리를 적용하면 히터 작동을 줄여도 돼 차량 에너지 효율 개선에 도움된다.틴팅 필름을 추가 적용하면 차단율이 85%까지 높아질 수 있다. 유리 내외부 표면 온도는 8.7도 차이 났고, 계기반(클러스터) 주변 온도가 일반 유리(88도)보다 16도나 낮은 72도까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 업체에 현대차 금속 코팅 발열 유리와 동등한 수준의 코팅 처리를 맡기면 수백만원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금속 코팅을 신차 탑재 전 유리 제품에 얹는 것이 아니라 초기 제작된 유리(플로트 글래스)에 대면적 코팅한 후 성형, 대량 양산해 원가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사는 금속 코팅 발열 유리 관련 기술을 국내외 주요 시장에 특허 출원했고 향후 출시되는 신차에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차량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하나의 생활 공간인 모빌리티로 변모하고 있다”며 “현대차·기아는 모빌리티 안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고객들의 니즈가 커져 냉·난방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다양한 온도 제어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