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하반기 전공의 마감, 대규모 복귀 없을 듯···정부, 내달 상급종병 구조 전환 확정 
전공의 대신 전문의와 PA 간호사 활용···응급과 심뇌 등 필수의료 강화, 일반병상 축소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하반기 모집을 통해서도 대다수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전공의 없이 상급종합병원이 운영되는 구조 전환 방안을 내달 확정한다. 정부는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상급종병을 전문의 중심으로 바꿔 중증과 응급 진료에 집중하게 할 방침이다.

28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오는 9월 수련을 시작하는 전공의 하반기 모집이 이달 31일까지 진행된다. 전공의 수련 관련 사항을 결정하는 복지부 심의기구인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가 정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은 7645명이다. 정부가 9월 수련에 지원할 경우 전문의 자격 취득이 늦어지지 않도록 특례를 적용키로 했지만 하반기 모집에 지원할 전공의는 극소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다수 전공의는 수련병원 복귀보다는 일반의 활동이나 입대 등 다른 길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수련병원이 모집 공고를 냈지만 채용 과정에서 병원 재량을 근거로 전공의를 채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최근 전국 의대 교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설문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의대 교수 3039명 중 50.2%(1525명)는 하반기 모집에서 전공의를 아예 뽑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빅6’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진행되고 있지만 복지부 담당자들조차 사직 전공의 복귀율은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하는 상황이다. 

의대생도 대다수가 국시에 응시하지 않아 전공의 배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지난 26일까지 의사 국시 실기시험 원서를 접수한 결과, 의대 본과 4학년 3000여명의 5% 수준인 159명만 원서를 냈다. 전년 국시 불합격자와 외국 의대 졸업자들까지 포함해도 내년 시험 원서 접수자는 346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1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에 복지부는 의사 배출 ‘절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공의 비중이 컸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복지부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8월 말경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향의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가동한 비상진료체계를 바탕으로 병원 구조의 새 판을 짜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인력 구조 측면에서 병원이 전문의 등 숙련된 인력을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의사, 간호사 교육과 훈련을 시행할 계획이다. 쉽게 설명하면 지금까지 당직 근무를 어리고 값싼 전공의를 중심으로 했다면 앞으로는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로 팀을 꾸려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이런 방식으로 국내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 10명 중 4명 가량에 달하는 전공의 비중도 단계적으로 줄인다.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국 병원에서 전공의 비율은 약 10%에 불과하다.

복지부는 전공의 요구 사항 중 하나인 근무 여건 개선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전공의 근로 시간을 주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줄이고 연속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도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한다. 또 지도전문의를 확충하는 등 수련도 내실화하고 수련 비용 지원 등 국가 책임도 강화한다. 

복지부는 전문의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상급종합병원이 중증과 응급, 희귀질환에 집중하는 진료 체계도 확립할 계획이다. 응급, 심뇌, 외상, 고위험 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를 강화하는 한편 일반병상은 최대 15%까지 줄인다는 방침이다. 중등증 환자는 진료협력병원으로 보내고 경증환자는 의원급이 담당하도록 진료협력체계도 강화키로 했다.

아울러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의 무분별한 병상 확장을 막기 위해 병상당 전문의 기준 신설을 검토키로 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의 겅우 10병상 당 전문의 수가 21.7명인데 국내 병원들은 가장 많은 경우가 4.8명이다. 복지부는 전공의 중심에서 벗어나 인력구조를 전환한 상급종합병원에는 중증 중심으로 수가도  인상해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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