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개 병원서 91% 찬성률···주 4일제·임금 인상 요구
조합원 70% 간호사 참여 시 '셧다운' 벌어질 수도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서 촉발된 의료 공백이 6개월 이상 이어지는 가운데 전공의들에 이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파업에 나선다. 추석을 불과 몇 주 앞둔 상황에서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응급실을 중심으로 의료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달 19~23일 61개 병원사업장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한 결과, 91%의 찬성으로 총파업이 가결됐다고 24일 밝혔다. 보건의료노조에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60여 직종이 속해 있으며 조합원이 8만2000명에 육박한다.
투표에는 61개 사업장 총 2만9705명 중 2만4257명(81.66%)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2만2101명(91.11%)이 찬성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높은 투표율과 찬성률에는 6개월 이상 지속된 의료공백 사태에 인력을 갈아 넣어 버텨온 조합원들의 절실한 요구가 담겼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 불법의료 근절과 업무 범위 명확화, 주4일제 시범사업 실시, 간접고용 문제 해결, 총액 대비 6.4%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조정에 실패하면 보건의료노조는 오는 29일 오전 7시부터 동시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3일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이 결렬되자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냈고, 15일간의 조정절차가 시작됐다. 노조는 조정에 실패할 경우 오는 29일 오전 7시부터 동시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에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에 들어가게 되면 의료 공백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에 반대해 병원을 대거 떠나면서 상급종합병원도 의료진 부재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다른 직군까지 파업에 나서면 환자들의 불편은 상당히 커질 전망이다. 특히 전체 조합원의 70%에 달하는 간호사들의 파업 참여가 이어지면 의료 공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다만 보건의료노조는 동시 파업을 하더라도 환자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응급실, 수술실, 분만실, 신생아실, 중환자실 등에는 필수 인력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사태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을 결정한 중요한 배경인 의료 공백이 단기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정부는 수련 특례를 제공하겠다면서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까지 나섰지만, 의정 갈등의 핵심인 전공의들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에 지난해 이틀간 이어졌던 노조 총파업이 올해는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건의료노조는 “조정 기간이 만료되는 28일까지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사용자 측이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끝끝내 외면한다면 동시 파업 하루 전인 28일 의료기관별 총파업 전야제를 열고 이튿날부터 동시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