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콥터, 파리올림픽서 시범운항···SKT 투자한 조비, 내년 상용화
2025년→2028년, 늦춰진 상용화 목표 시기
지분법 손실 지속···추가 투자금 마련도 숙제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미래 하늘길을 누비게 될 도심항공교통(UAM) 시장을 놓고 현대자동차와 한화시스템, SKT가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유독 한화시스템이 투자한 ‘오버에어’의 사업 진척도가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텔레콤이 투자한 UAM 경쟁사 조비에비에이션(조비)이 1만 시간의 시험 비행을 마치고 내년 상용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하는 데 반해, 오버에어는 미국 연방항공청(FAA) 인증 문턱을 넘지 못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6일 개막하는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선 독일 스타트업 볼로콥터가 개발한 eVTOL이 시험 운행에 나선다. 조종사 1명이 승객 1명을 태우고 최대 시속 110㎞로 드골 공항 등 5곳에 건설된 승강장(버티포트)을 이동한다. 운임은 한화로 16만원 정도라고 한다.
UAM은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소형 항공기를 활용한 미래 교통체계다. 현재 헬리콥터가 UAM 역할을 하고 있지만, 비싼 이용료와 큰 소음 탓에 이용에 제약이 많다. UAM이 교통 혼잡 문제를 해결해줄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약 36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은 에어택시라고 불리는 기체 eVTOL 지만 국내에는 제작 기술력을 갖춘 업체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선두주자는 조비와 아처 등 대표적인 eVTOL 개발 업체를 보유한 미국이다. 현대차를 제외한 주요 대기업들은 기술력을 갖춘 해외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통해 UAM 시장 선점에 나선 형국이다.
SKT는 지난해 1위 UAM 기체 제조사 조비에 1억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했다. 기체 독점 사용권과 함께 지분 2%를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투자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미국 조비 에비에이션은 올해 초 5단계로 구성된 미 연방항공청(FAA) 항공인증 절차 중 3단계를 통과했다. 업계 최초다. 상업 운행 목표 시기도 가장 빠르다. 내년 운행을 목표로 델타항공과 함께 공항 셔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2026년부터는 두바이까지 사업 영토를 확장한다.
UAM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에 나선 건 한화그룹이 SKT보다 한발 빨랐다. 그룹의 방산·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 한화시스템은 지난 2019년 7월 국내 최초로 UAM 시장 진출을 발표했다. UAM 조기 상용화를 위해선 선제적으로 과감한 인수합병(M&A)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019년 eVTOL 제작업체 오버에어에 약 2500만달러(약 350억원)을 투자했다. 2022년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6500만달러(약 900억), 한화시스템이 5000만달러(약 695억원)를 추가 투자했다. 이를 통해 한화시스템은 오버에어 지분 45.3%를 보유하게 됐다. 한화시스템은 오버에어에 회사 인력을 파견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여왔다.
문제는 2000억원에 가까운 투자를 통해 나온 기체 ‘버터플라이’는 FAA의 형식 인증 절차도 밟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FAA의 형식 인증 절차는 총 5단계로, UAM 제작업체는 마지막 단계인 운영승인을 받아야 상업 운행에 나설 수 있다. 당초 올해 초 추진하기로 했던 시험 비행도 FAA 형식 인증 벽에 막혀 불발됐다.
이에 상용화 시기 목표도 미뤄지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20년, 상용화 시기를 2025년으로 잡았으나, 다음 해엔 2026년으로, 최근에는 2028년으로 수정했다. 지난해 말 버터플라이 첫 번째 시제기를 생산한 것이 오버에어의 최근 성과다.
오버에어가 지속적인 적자를 내면서 한화시스템의 재무건정성도 악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버에어의 순손실 규모는 2020년 94억원에서 지난해 771억원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른 한화시스템의 오버에어 지분법 손실은 지난해 말 기준 350억원이다. 연간 영업이익의 30% 이상을 오버에어 투자로 날린 셈이다. 올해 1분기에는 그 규모가 177억원으로, 한 해 지분법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추가 투자금 마련도 숙제다. 상용화까지 가기 위해선 향후 최소 10억달러(약 1조3200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한화그룹이 현재까지 오버에어에 세 차례 투자한 금액의 6배 수준이다. 오버에어의 유일한 ‘쩐주’ 한화그룹의 추가 자금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오버에어 투자 성과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리더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부회장은 오버에어가 보유한 원천기술을 100% 활용할 수 있어야만 에어택시 조기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투자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