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성비 높고 근속연수 길어···“상호 존중 문화 속 역량 발휘”

프랑스 클레르몽페랑에 위치한 미쉐린 그룹 본사. / 사진=미쉐린 코리아
프랑스 클레르몽페랑에 위치한 미쉐린 그룹 본사. / 사진=미쉐린 코리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유럽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자랑하던 프랑스도 출생아 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현지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6.6% 감소한 67만8000명으로, 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던 194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경제 불안,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 등이 저출산 요인으로 꼽힌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초 출산휴가 기간 연장, 육아휴직 중 보조금 인상 등 개혁안을 마련했다.

국내에 진출한 프랑스 기업들도 정부 기조에 발맞춰 직원 대상 출산, 육아 지원 제도를 운영한다. 

프랑스 클레르몽페랑에 위치한 글로벌 타이어업계 1위 미쉐린타이어를 계열사로 둔 미쉐린그룹은 사람을 돌보고(people caring), 존중하는(respect for people) 것을 가치로 여기며 미쉐린 원케어 프로그램을 통해 출산휴가 확대 등을 실시하고 있다.

미쉐린 코리아의 홍선영 인사팀장, 강도경 복리후생 매니저를 화상 인터뷰하며 사내 복지 제도의 도입 배경과 경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었다.

◇ 법정 출산휴가 외에 본사 기준 휴가기간 부여

미쉐린코리아는 지난 1991년 설립돼 올해 33주년을 맞은 프랑스계 기업이다. 지난달 말 기준 현재 임직원 95명이 근무하고 있고 지난해 매출액 1654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미쉐린코리아 구성원의 남녀 비율은 6대4로 비슷한 수준이다. 여성에 대한 배려도 눈에 띄는데 본사가 마련한 미쉐린 원케어 프로그램을 반영해 올해부터 출산휴가를 기존 90일에서 8일 연장(14주)했다. 남성 직원의 출산 휴가 기간도 기존 10일에서 20일로 늘었다.

또한 임직원이 사망했을 때 유가족들을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쉐린 코리아는 본사를 비롯한 해외 사업장에 도입하지 않은 제도로, 직원 유가족인 자녀의 학자금을 인원 수에 상관없이 지원하며 직원의 출산, 육아 과정을 돕고 있다.

홍선영 팀장은 “미쉐린 원케어 프로그램은 아이 출생 후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사망한 직원의 유가족이 처한 경제 문제를 지원하며 직원과 가족이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미쉐린그룹은 내년까지 모든 산하 기업에서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결정한 상태고 미쉐린 코리아도 프로그램을 준용해 일정 수준 이상 지원하도록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쉐린코리아는 미쉐린 그룹의 글로벌 사업장에서 원케어 프로그램을 발 빠르게 도입한 사업장 중 한 곳이다. 이 결과 올해 신규 개시한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로 직원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었다. 프랑스 정부가 저출산 개혁안으로 내놓은 것과 유사한 사내 제도가 한국 직원들에게도 환영을 받았다. 

◇ “국내 지사 출산휴가 사례 모그룹에도 소개”

강도경 매니저는 “둘째 아이가 태어난 후 길어진 출산 휴가를 썼는데 첫째 아이를 돌볼 시간이 늘어나서 좋았다는 직원 호응이 있었다”며 “해당 사례를 모그룹에 소개했고 이를 인지한 해외 사업장에서 관련 제도의 조기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미쉐린 코리아 본사. / 사진=미쉐린 코리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미쉐린 코리아 본사. / 사진=미쉐린 코리아

미쉐린코리아는 본사 방침에 따라 사망한 직원의 유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검토하는 중이다. 또한 경력단절 여성들이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채용 절차를 기획하고 있다.

강 매니저는 “출산 지원 뿐 아니라 육아에 있어서도 혹시 모를 사고 등에 대비해 직원 자녀 돌봄을 고려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가족 친화적인 직장 문화를 만들기 위해 외부 사례를 벤치마킹하거나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홍 팀장은 “미쉐린 그룹은 직원들과 서로 배려하고 돌보는 과정에서 각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항목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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