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임박
EDF, 안보 경쟁력 변수···팀코리아 우세 관측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30조원 규모 체코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대우건설이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체코 현지에선 대우건설이 포함된 팀코리아가 수주전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공 주관사로 참여한 대우건설은 이번 수주에 성공할 경우 대규모 일감을 확보함은 물론 유럽 원전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30조원’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이번 주 발표
16일 업계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이번 주 신규 원전 4기 수주전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일(17일) 발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우건설은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 한국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등과 팀코리아를 결성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상대는 프랑스전력공사(EDF)다.
체코 신규 원전은 두코바니(5·6호기), 테멜린(1·2호기) 지역에 각 1.2GW(기가와트) 이하 원전 4기를 짓는 사업이다. 사업비 규모는 최소 30조원대다. 팀코리아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다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한국형 원전 수출 성과를 내게 된다.
대우건설은 시공 주관사로 참여해 원전 기반 시설 건설, 주설비공사 건물 시공, 기기 설치 등의 작업을 맡을 예정이다. 앞서 대우건설은 백정완 사장 지휘 아래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벌였다. 지난 5월 체코 프라하에서 ‘체코-대한민국 원전 건설 포럼’을 열고 체코 정부 고위 관계자와 현지 원전업계 관계자 등과 만나 대우건설의 원전 기술력을 알렸다. 이어 원전 사업 예정지인 두코바니에서도 지역협의체와 만남을 가지며 홍보를 이어갔다.
◇“팀코리아, 가격 경쟁력 앞서”···EDF, 에너지 안보 경쟁력 변수로 떠올라
체코 현지에선 팀코리아의 수주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가 전통적인 원전 강국이지만 가격·기술 경쟁력에선 팀코리아가 앞선다는 평가다. EDF는 원전 56개를 운영하는 유럽 최대 원전기업이다. 유럽연합(EU) 전체 전기 생산량의 22%를 담당할 정도로 유럽에서 탄탄한 입지를 자랑한다. 이에 팀코리아는 입찰 단가가 낮고 납기 내 준공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한국형 원전의 건설 단가가 9조원 안팎인 반면 EDF의 원전은 15조~16조원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과거 우리나라는 UAE 바라카 원전을 일정대로 건설한 반면 프랑스가 핀란드에 지은 올킬루오토 3호기는 예정보다 14년 늦게 준공됐다.
EDF의 우세를 점치는 시각도 있다. 프랑스는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전에서 우리나라에 밀린 기억이 있는 데다 이번 수주전이 안방인 유럽에서 진행되는 만큼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지난 3월 체코를 포함한 EU 내 원전 추진 12개국과 공동성명을 내고 ‘원전 동맹’을 강조했다. 같은 시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체코에 방문하는 등 직접 세일즈에 나서기도 했다. 일각에선 EU 회원국인 체코가 EU에서 입김이 강한 프랑스를 선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EDF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EDF는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으로부터 기자재를 납품받는 등 러시아 원전 산업과 깊은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체코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거리 두기에 나서고 있다. 이번 수주전에 참여한 러시아의 로사톰을 입찰에서 배제시키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 7일 프랑스 총선에서 ‘탈원전’을 강조하는 좌파연합이 제1당에 오른 점도 변수로 꼽힌다. 체코 측의 막판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 원전 시장 확대 기대감도
대우건설은 이번 수주에 성공하면 막대한 일감 확보는 물론 폴란드,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도 마련할 전망이다. 폴란드는 수도 바르샤바로부터 240㎞ 떨어진 코닌시 퐁트누프에 신규 원전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팀코리아와 폴란드 최대 민간 발전사인 제팍(ZEPAK)·폴란드 국영전력공사(PGE)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최소 2기에서 많게는 4기까지 건설하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다. 2025년부터 발주 예정으로 사업이 본격화되면 대우건설은 2조5000억원 규모 수주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우건설은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3·4호기 신규 원전 건설 입찰에도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다른 유럽 주요국에서도 신규 원전 건설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네덜란드와 핀란드는 최근 추가 원전 도입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스웨덴도 지난해 8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2045년까지 최소 10기의 추가 원전 도입을 발표했다. 영국도 2030년까지 최대 8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 당시 원전 관련 9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체코 원전 성패가 향후 원전 수주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수주에 성공할 경우 앞으로 진행되는 유럽 원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