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올해 첨단 패키징 매출 전년 比 2배 확대 전망
삼성전자, RDL 인터포저 활용한 2.5D 패키징 기술 강화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삼성전자와 TSMC가 첨단 패키징 기술에 방점을 두고 인공지능(AI) 반도체 대형 고객사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대량의 정보를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빠르게 전달해주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통합 반도체 안에 최대한 많이 넣는 것이 최근 2.5D 패키징 기술 핵심 역량으로 지목된다.

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TSMC와 삼성전자는 칩 연결 핵심 역할을 하는 인터포저 부품을 기존 실리콘 대신 재배선(RDL) 인터포저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2.5D 패키징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양사의 기술 형태는 유사하지만, 현재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TSMC의 파운드리와 패키징 솔루션을 선택하고 있다. 탄탄한 파운드리 생태계와 오랜 업력으로 신뢰를 구축한 TSMC에 삼성전자가 도전하는 형국이다.

대만 디지타임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엔비디아가 향후 3년 뒤 공급할 AI 반도체 물량까지 이미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AMD, 구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테슬라 등 자체 AI 칩을 제조 중인 여러 빅테크 기업이 TSMC에 파운드리를 맡기고 있다.

◇ 2.5D 패키징 시장, 오는 2028년 105조원 규모로 성장

TSMC는 올해 기반 위 칩-웨이퍼 통합 기술(CoWoS) 등 첨단 패키징의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몇 년간 연평균 50%가량의 성장률을 계속 이어간단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TSMC 패키지 생산능력이 엔비디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한 나머지 물량을 공략 중이다. 엔비디아 외에도 올해 파운드리 고객 수를 전년 대비 2배로 확대하고, AI 칩 관련 매출을 1.8배가량 확대하겠단 목표다.

시장조사업체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5D 패키징을 비롯한 첨단 패키징 시장은 지난 2022년 443억달러(약 58조원) 수준에서 2028년 786억달러(약 105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HBM 탑재 수 증가에 따라 전체 반도체 패키지 크기가 커지면서 앞으론 RDL 솔루션을 활용한 패키징 기술이 주류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TSMC와 삼성전자가 2.5D 패키징 솔루션에서 핵심 부품으로 지목한 RDL 인터포저는 인터포저 내부에 재배선층이 형성돼있는 유기 소재의 부품으로, 공정 절차가 간소하고 제조 비용이 저렴하단 장점이 있다.

최대 12개의 HBM을 지원하는 삼성전자의 ‘아이큐브-E’ 2.5D 패키지 구조 / 사진=삼성전자
최대 12개의 HBM을 지원하는 삼성전자의 ‘아이큐브-E’ 2.5D 패키지 구조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최대 12개의 HBM을 지원하는 ‘아이큐브-E’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RDL 인터포저와 함께 실리콘 브릿지를 병행해서 사용하는 패키징 기술이다. 실리콘 브릿지는 기판에 내장한 실리콘 칩 조각으로, 실리콘 인터포저를 사용하는 것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면서도, RDL 인터포저 대비 고용량 데이터 처리에 강점을 지닌다.

◇ 삼성전자, HBM 탑재량 3배 이상 늘려 

삼성전자가 제시한 아이큐브-E 패키징 기법은 RDL 인터포저를 기판 위에 깔아 GPU 등 로직 반도체와 HBM을 수평으로 연결하고, 수직으로는 구리 기둥(카파 포스트)을 세운 다음 이 안에 소량의 실리콘 브릿지 칩 조각을 내장하는 형태다.

실리콘 브릿지가 로직과 HBM 사이에 이동하는 고용량 데이터의 처리를 맡고, 나머지 영역은 배선 기술을 활용해 전체 전기 신호 전달 속도의 지연을 줄이는 방식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기존 실리콘 인터포저를 사용했을 땐 HBM이 들어갈 수 있는 개수가 12개 이하로 제한되지만, RDL 인터포저와 실리콘 브릿지를 같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했을 땐 이보다 3배 이상 더 많은 HBM을 넣을 수 있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아이큐브-E 기술을 통해 12개의 HBM을 지원하는 패키지 크기는 95mm x 105mm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2026년 최대 16개의 HBM을 탑재한 RDL 인터포저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며, 해당 패키지 크기는 최대 130mm x 130mm 수준까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글로벌 후공정 업체(OSAT)인 ASE, 앰코, SPIL 등이 삼성전자에 실리콘 브릿지 솔루션을 갖춘 RDL 인터포저 부품을 제공 중이며, 국내 업체로는 네패스 등이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TSMC 또한 RDL 인터포저와 실리콘 브릿지로 실리콘 인터포저를 대체하는 ‘RDL 인터포저 위드 브릿지’ 방식의 CoWoS-L 2.5D 패키징 기술을 확보해 고객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실리콘 브릿지 없이 RDL 인터포저만을 활용한 CoWoS-R 솔루션도 확보한 상태다.

TSMC는 내년 출시되는 엔비디아의 차기 GPU ‘블랙웰’ 제조에 CoWoS-L 패키징을 처음 도입할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서치인터내셔널에 따르면 TSMC는 블랙웰을 GPU 로직칩 2개와 HBM4(6세대) 8개를 CoWoS-L 패키징을 만들겠단 구상이다. CoWoS-R과 CoWoS-L을 통해 최대 12개의 HBM을 지원하는 패키지를 만들 수 있단 설명이다. 앞서 엔비디아의 지난해와 올해 판매 실적을 견인했던 H100과 H200 제품에는 GPU 1개, HBM3E(5세대) 6개를 마이크로범프 및 실리콘 인터포저로 연결한 방식의 패키징 방식이 적용된 바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