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공정위에 사업자단체금지행위 신고서 제출···병원에 구상권 청구 검토 요청
일부 환자 “진료 예약 변경 연락 못 받았다”···서울대병원 무기한 휴진 돌입에 환자들 불안
서울대, 전공의 처분 취소와 정원 재조정 요청···인의협 “진료 중단은 환자 등 떠미는 행위”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주도하는 총파업(집단휴진)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대병원도 이날 무기한 휴진을 개시했다.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협을 신고하는 등 강경 정책을 예고했다. 반면 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공의 행정처분 완전 취소 등을 요청하고 나섰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서울대병원이 무기한 휴진을 개시한 데 이어 18일에는 의협의 집단휴진이 예정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골든타임 동안 치료해야 하는 환자를 위해 ‘중증 응급질환별 전국 단위 순환 당직제’를 실시한다. 수도권과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 등 4개 광역별로 매일 1개 이상 당직 기관을 편성, 야간과 휴일 응급상황에 대비한다. 대상 질환은 급성대동맥증후군과 12세 이하 소아 급성복부질환, 산과 응급질환이다. 향후 다른 응급질환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암 환자가 적시 치료 받을 수 있도록 국립암센터 병상을 최대한 가동하고 서울 ‘빅5’ 병원과 핫라인도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복지부는 이날 공정위에 의협에 대한 사업자단체금지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 사업자단체인 의협이 개별 사업자인 개원의를 담합에 동원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사업자단체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각 사업자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정부는 각 병원장에게 일부 교수들 진료거부 장기화로 병원에 손실이 발생하면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도록 요청했다. 병원도 집단 진료거부 상황을 방치하면 건강보험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정부 방침은 병원에게도 집단휴진 대책을 요청하면서 책임을 공동 부담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의료계가 ‘집단휴진’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정부는 ‘집단 진료거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눈에 띈다.
이어 정부는 18일 휴진 신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현장 상황을 체크할 전망이다. 당초 휴진 신고가 전체 기관의 30%를 넘었을 경우 18일 아침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현재로선 이같은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휴진 신고율이 4%대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단휴진이 임박한 상황에서 정부가 더 강력한 제재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환자단쳬 관계자 A씨는 “현장에서는 환자들이 기존 질병에 각종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추가돼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는 상황인데 정부가 강력한 제재를 동원해야 집단휴진 참여자가 줄고 기간도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진료과목과 의료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5-6개월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공교롭게 무기한 휴진과 진료 예정일이 겹친 환자들은 예정일이 순연됐고 심할 경우 내년으로 예정일이 잡힐 가능성도 예고된다. 일부 환자들은 서울대병원의 사전 진료 예약 변경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일부 노년층 환자들은 진료 예약이 변경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이날 서울대병원을 찾았다가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단체 관계자 B씨는 “일부 환자들이 이날 서울대병원을 방문했다가 예약 변경을 뒤늦게 파악하고 헛걸음친 사실을 연락 받았다”며 “일부는 예약 변경 사실을 통지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B씨는 “환자들이 답답해하는 내용을 보면 서울대병원이 무기한 휴진을 언제까지 진행할지 그리고 진료 개시에 앞서 언제부터 예약을 받을 지 등을 알 수 없다는 점”이라며 “정작 (진료를 거부한) 교수가 아니라 환자들과 통화하는 간호사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서울대병원 관계자 C씨는 “(예약 변경 착오는) 모르는 일”이라고 답변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교수 967명 중 529명(54.7%)이 무기한 휴진에 동참한 상황이다. 이에 외래 축소, 정규 수술·시술·검사 일정 연기 등 조치가 진행됐다. 서울대 비대위는 이날 서울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집회를 열고 “의료 붕괴가 시작됐는데 정부가 귀를 막고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마지막 카드는 전면휴진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재승 비대위 투쟁위원장은 “의료 붕괴는 시작됐고 우리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볼 것”이라며 “정부가 끝까지 안 들어주면 휴진을 철회하고 항복 선언을 해야 하겠지만 이후 의료 붕괴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방 위원장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완전 취소 ▲현장 의견 반영이 가능한 상설 의정 협의체 ▲2025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환자단체 관계자 A씨는 “서울대 비대위는 이날 집회에 이어 ‘전문가 집단의 죽음’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며 “국가가 환자 진료하라고 의사 면허를 줬는데 무슨 권리로 진료를 거부하고 심포지엄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의사들 휴진에 대해 환자단체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의사단체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일부 의대 교수들이 정부와 전공의 간 중재자 역할을 포기하고 의사 증원 반대 투쟁에 앞장서는 현 상황에 반대한다”며 “의대 교수들 진료 중단은 벼랑 끝에 놓인 환자들 등을 떠미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날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서울대병원이 일부 혼란을 겪은 만큼 집단휴진이 예고된 18일에도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사태 진압을 요청하고 있어 집단휴진과 궐기대회가 예정대로 진행될지에 업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