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시트 연구소···기술자립 성공 “유력사와 경쟁”
자율주행차·UAM 위한 국내외 최초 기술도 선행 개발

경기 화성시 동탄대로24길에 위치한 현대트랜시스 시트연구센터. 현대트랜시스의 본사이기도 하다. / 사진=현대트랜시스
경기 화성시 동탄대로24길에 위치한 현대트랜시스 시트연구센터. 현대트랜시스의 본사이기도 하다. / 사진=현대트랜시스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제네시스 G90에 장착되는 시트가 최종 판매가에서 1000만원 정도 비중을 차지합니다. 시트가 자동차 장치 중 엔진 다음으로 비싸다고 할 수 있죠. 시트가 그만큼 자동차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뜻입니다.”

지난 5일 경기 화성시 소재 현대트랜시스 시트 연구개발(R&D) 시설인 시트연구센터에서 만난 기업 임원이 전한 내용이다. 현대트랜시스는 시트연구센터를 운영하며, 완성차 고객 만족도를 좌우하는 주 요소인 시트의 세계적인 품질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의 극한온도 조건 소음평가(BSR) 실험실에서 시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현대트랜시스
현대트랜시스의 극한온도 조건 소음평가(BSR) 실험실에서 시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현대트랜시스

◇ 시트 全 요소 연구개발 가능···“글로벌 톱3 품질 비결”

이날 방문한 시트연구센터의 실험동에서 퉁퉁 치거나 슥슥 문지르고 위이잉하는 전자기계 움직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현대트랜시스 연구진들이 시트의 내구성이나 안전성, 규제 준수 여부 등을 평가하기 위해 시트를 두드리고 문지르고 조작하는 소리들이다.

연구진은 시트의 쿠션, 등받이, 머리받침 뿐 아니라 팔걸이과 스위치까지 소비자 손길이 닿는 모든 부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로봇팔, 대차 등 다양한 기계를 활용해 시트 품질을 테스트한 후 얻은 데이터를 시트 품질, 기능 개선에 활용 중이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시트연구센터에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시트 관련 요소 개발의 모든 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첨단 설비가 갖춰져 있다”며 “현대트랜시스는 센터에서 신기술 개발, 설계, 시험검증 등 연구 과정을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시트연구센터에서 확보한 기술은 국내 공장 두 곳뿐 아니라 해외 11개 법인과 제조공장에 확산돼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최종 제공된다. 현대트랜시스는 해외 법인의 시트 조립 담당자들을 현지 신차 출시 일정에 맞춰 시트연구센터로 데려와 조립 매뉴얼을 학습시키고 있다.

이날 인도법인 관계자들이 연구동 한 공간에서 현지 신차에 적용될 현대트랜시스 시트의 조립 과정을 배우고 있었다. 시트 양산 과정이 자동화하고 있지만 숙련된 사람의 손길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시트가 시장 요구에 따라 갈수록 기술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트랜시스 연구진이 슬레드 위에 장착된 시트와 인체모형(더미)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현대트랜시스
현대트랜시스 연구진이 슬레드 위에 장착된 시트와 인체모형(더미)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현대트랜시스

현대트랜시스는 세계적인 시트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종종 글로벌 유력업체의 기술을 벤치마킹해왔다. 차량을 직접 매입해 시트를 분해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신차 시트 사양을 살펴보며 기술 개발 과정에 참고했다.

또한 부단한 R&D, 양산 과정을 거치며 시트 상품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과 노하우를 확보했다. 이후 해외에서 공급받던 시트 관련 일부 요소를 모두 자체적으로 개발·공급하는데 성공했다.

이 결과 현대트랜시스는 현재 시트 제품을 현대자동차, 기아 뿐 아니라 북미 전기차 스타트업인 리비안, 루시드의 신차에 공급하며 품질을 입증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 파워가 발표한 시트 품질 만족도 조사에서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톱(Top)3’에 오르기도 했다.

유주영 시트설계1팀 팀장은 “2021년부터 제네시스 신차를 기점으로 시트 기능별 부품을 해외에서 납품받지 않고 내재화했다”며 “자립 기술로 양산한 부품을 이후 현대차, 기아 등 일반 브랜드 신차에 순차 공급해 왔다”고 설명했다.

시트연구센터 방문객이 1층 홍보관에 전시된 UAM용 시트 콘셉트를 체험하고 있다. / 사진=현대트랜시스
시트연구센터 방문객이 1층 홍보관에 전시된 UAM용 시트 콘셉트를 체험하고 있다. / 사진=현대트랜시스

◇ PBV·자율주행차·UAM용 시트 선행 개발···“신성장동력 발굴”

다만 현대트랜시스는 포비아(Forvia), 리어(Lear), 애디언트(Adient), 토요타방직(トヨタ紡織) 등 글로벌 유력 업체들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신성장 동력 확보에 고심하는 중이다. 이 일환으로 현재 미래 먹거리로서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에 탑재할 시트의 선행 연구에 힘쓰고 있다.

센터 1층 홍보관에 자동차 모양을 본딴 구조물 안에 일반 차량에서 볼 수 없는 형태의 시트들이 전시돼 있는데, 모두 현대트랜시스가 국내 또는 세계에서 처음 개발한 시트다.

이 중 하나가 쿠션 길이, 시트 형태 등에 따라 크게 세가지 시트 모듈을 개발하고 고객 니즈에 따라 시트 모듈을 다채롭게 혼합 적용할 수 있는 PBV 모듈러 시트다. 현대트랜시스 선해연구 부서는 PBV 모듈러 시트에 탐(TAM)이라는 브랜드를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방문객이 현대트랜시스의 자율주행 비전 모델인 HTVM 24를 체험하고 있다. / 사진=현대트랜시스
방문객이 현대트랜시스의 자율주행 비전 모델인 HTVM 24를 체험하고 있다. / 사진=현대트랜시스

탐은 트랜시스 오토모빌리티 모듈러(Transys Automobility Moduler)의 약자로, 연구 부서 차원에서 콘셉트 단계로 구상한 요소다. 현대트랜시스가 탐을 실제 출범할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B2B 기업으로서 사업 저변 확장을 위한 대외 커뮤니케이션에 고민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또한 2년마다 한번씩 시트의 비전(vision) 모델을 개발하는 현대트랜시스의 최신 작품인 HTVM 24 차세대 모빌리티는 승객 생체신호 감지, 발 마사지, 냉장고, 모니터 등 기술을 집약한 종합 모빌리티 공간 솔루션이다. 보편화한 자율주행차가 승객에게 어떤 이동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현대트랜시스의 고민이 담긴 기술이다.

이밖에 현대차그룹이 현재 미래 사업으로 주력하고 있는 UAM에 적용할 시트에 대한 구상이 담긴 UAM 디자인 솔루션은 경량화와 안전을 모두 고려한 형태로 선행 개발된 상태다.

현대트랜시스 연구진이 슬레드 시험실에서 연구 수행 중이다. / 사진=현대트랜시스
현대트랜시스 연구진이 슬레드 시험실에서 연구 수행 중이다. / 사진=현대트랜시스

◇ 시트 사업, 현대트랜시스 주요 수익원···“인재 적극 확보”

현대트랜시스는 현재 보유 중인 시트 기술 경쟁력을 대중에 알리며 시장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시트 사업은 지난해 현대트랜시스 영업이익의 70%(928억원) 다수 비중을 차지하는 점에서 중요한 부문이기도 하다.

현대트랜시스는 사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데 공들이고 있기도 하다. 자동차 업계 인재들이 모여있는 동탄에 시트 연구시설을 구축하고, 탐 같은 브랜드를 개발하는 등 대외 소통 강화를 고심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전개되고 있는 행보다. 2007년 설립 당시 70명 정도였던 시트연구센터 내 R&D 인력은 현재 500명까지 늘었다.

여수동 현대트랜시스 대표이사(사장)는 이날 현장에서 “자동차 실내공간은 탑승객의 생활영역으로서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시트는 미래차의 가장 중요한 품목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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