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 전 세계 최대 규모 액화수소플랜트 준공
미래 수소 시장 선점 경쟁···그레이 수소 이어 블루 수소 플랜트 올해 착공
롯데케미칼 "정부 정책 속도에 발맞춘다"···'선점 경쟁' 보단 '신중론'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SK그룹과 롯데그룹이 수소사업을 두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는 전기차 배터리 등 시황이 둔화된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추진함과 동시에 글로벌 1위 수소 기업을 목표로 수소 생태계 구축에 여전히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반면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수소사업의 생산목표를 줄이는 등 투자속도 조절에 방점을 찍었다.
수소사업 경제성과 미래 성장성 중 어디에 더 큰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두 대기업이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는 모양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 E&S는 지난 8일 인천에 연 3만톤(t) 규모의 세계 최대 액화수소플랜트를 준공했다. SK그룹의 수소 생태계 구축 계획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것이다. 수소 생산 시 탄소 배출이 발생하는 그레이 수소를 활용하는 사업으로, 수소 로드맵을 착실히 밟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액화수소는 기체 수소를 극저온 상태(영하 253도)로 냉각해 액화한 것이다. 수소는 액화 상태에서 기체 상태 대비 800분의 1로 부피를 줄일 수 있다. 한번에 운송할 수 있는 양도 기체수소의 10배에 달한다. 이러한 특성 덕에 운송과 보관이 보다 쉬워 상업적인 쓰임새가 많다.
SK E&S는 오는 6월 말까지 시운전을 마치고 상업가동에 나선다. 당초 SK E&S는 액화수소플랜트 상업가동 시점을 지난해 11월로 잡았으나 줄곧 가동 시기를 연기해왔다. 그간 인프라와 수요처 확보가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6월부터는 수소버스를 중심으로 액화수소 공급을 시작한다.
SK그룹의 수소사업 투자는 미래 수소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선점 경쟁’ 성격이 강하다. SK그룹은 2021년 3월 국무총리 주재 제 3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인천 액화수소플랜트 구축 계획을 처음 발표한 이후 SK E&S를 중심으로 수소 생태계 조성 작업을 추진해 왔다.
아직은 수요 수요가 충분히 올라오지 않았지만, 다가올 수소 경제 개화기에 앞서 미리 생산시설, 인프라 구축에 나선 것. 액화수소가 수소 유통을 돕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은 연 3만t에 달하는 액화수소를 사용할 수요처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가동률도 수요에 맞춰 유동적으로 조정한다. 완전 가동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액화수소충전소도 전국에 약 40개소를 구축할 계획이지만, 올해는 일단 20개소 운영 개시가 목표다.
생산단가가 높아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평가받는 블루·그린 등 청정수소 생산도 목전에 두고 있다. SK E&S는 충남 보령 LNG 터미널에 세계 최대 규모 블루 수소 플랜트를 올해 착공할 계획이다.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적용해 생산한 저탄소 LNG를 생산 원료로 활용한다. LNG를 고온·고압의 수증기와 반응시키고 CCS 기술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면 블루수소가 만들어진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동티모르 바유운단 가스전에 매장한다.
반면 롯데그룹은 수소 사업을 두고 “정부 정책 속도에 맞춰나가겠다”며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던 2년 전과 비교해 다소 보수적인 기조로 전환했다.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이네오스화학 등을 중심으로 그레이 수소 생산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 상황을 살펴봤을 때 투자 규모 및 시기를 일부 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수소 사업 신규 수요는 대부분 청정수소에서 나오는데 이 부분은 정부 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게 롯데 측 입장이다. 롯데케미칼은 전날 열린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시점상으로 가까운 미래에 이차전지 소재 관련 투자를 많이 진행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수소·암모니아는 정부가 창출하는 수요 등을 여러 가지를 고려해 진행할 것이나, 시간이 좀 더 걸리는 사업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투자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2년 5월 “2030년까지 수소 사업에 6조원을 투자해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11월 “수소 사업 설비투자는 2030년까지 누적 3조원, 매출 목표는 3조원”이라고 수소사업 관련 ‘속도조절’ 방침을 공식화했다.
적자 경영이 이어지는 상황서 아직 수요가 충분치 않은 신사업 영역에 무리한 투자를 하기엔 부담이 커 이 같은 기조 변화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1353억원을 내 적자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25배 이상 확대됐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지금 국회에서 계류 중인 수소 관련 법안도 있고 인프라 구축도 더딘 상태”라며 “정부 정책 모니터링 등을 통해 수소사업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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