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성 전 부회장, 아워홈 임시주총 소집 청구
‘구본성·미현씨’ 연합 전선, 아워홈 매각 가능성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아워홈 오너 일가의 남매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구지은 부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 사이서 주요한 역할을 해온 구미현씨가 이번엔 구 전 부회장 편을 들며 일명 ‘구본성·미현씨’ 연합 전선을 이루면서다. 구지은 부회장은 임기 종료를 한 달여 앞둔 가운데 어떤 카드로 반격할지 관심이 모인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은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그간 캐스팅보드 역할을 해온 구미현씨는 구 전 부회장과 손을 잡았다. 구지은 부회장 측도 사내이사 재신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조만간 열리게 될 임시주총은 이번 남매간 경영권 분쟁의 주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구 전 부회장이 청구한 임시주총 안건에는 지난 주총에서 선임이 불발된 구 전 부회장의 장남 구재모씨와 전 중국남경법인장 황광일씨의 사내이사 선임, 기타비상무이사로 구본성 본인 선임의 건이 담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홈 경영을 둘러싼 남매간 갈등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고(故) 구자학 회장 자녀들의 지분율이 고르다는 점이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아워홈 지분은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38.56%)과 미현씨(19.28%), 명진씨(19.6%), 구지은 부회장(20.67%) 등 4남매가 전체 98.11%를 보유하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은 2021년 보복 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 차에서 내린 운전자를 친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아워홈 경영 일선에서 퇴출됐다. 당시 구미현·명진·지은 세 자매가 의결권을 공동 행사해 구지은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구명진 이사는 등기임원에 올랐다. 이들 임기는 오는 6월3일까지다.
그러나 지난달 17일 열린 아워홈 정기 주총에서 구미현씨가 돌연 구 전 부회장과 손을 잡았다.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 주주는 구미현씨와 그의 남편 이영열씨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가결시켰고, 현재 아워홈을 이끄는 구지은 부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선임안과 이사보수 한도 승인의 건은 모두 부결시키며 실력을 행사했다.
유통업계에선 구본성·미현씨의 연합을 놓고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로선 구 전 부회장의 경영권 복귀, 구미현씨는 지분 매각이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구미현씨는 과거에도 아워홈 경영권 매각을 목표로 구 전 부회장 편에 선 바 있다. 이번에도 구미현씨는 경영권보다는 지분 매각 또는 배당금에 더 관심이 있는 모양새다.
실제 구미현씨는 지난 2021년 아워홈이 경영정상화 차원에서 배당금을 대폭 줄이자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구미현씨는 2022년 구 전 부회장과 손잡고 아워홈 매각을 시도했다. 당시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과 KKR 등 40여곳이 매각안내서를 수령하고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구본성·미현 연합이 지속될 경우, 아워홈이 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구지은 부회장은 아워홈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뿐더러 구 부회장이 구상하는 ‘뉴(New) 아워홈’도 어려워진다. 구 부회장은 올해 올해 아워홈 신성장동력으로 ‘푸드테크’를 낙점하고 사업 확대에 힘써왔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2024년을 뉴 아워홈을 향한 변곡점의 한 해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아워홈은 일반적인 식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넘어 IT와 푸드테크 기술에 기반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식음업계 테슬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아워홈은 지난해 두산로보틱스, 그립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푸드테크 사업을 시작했다. 올 초부턴 본격 글로벌 진출에 나섰다. 구 부회장은 비즈니스전략·글로벌·기술경험혁신 등 직접 구성한 참관단을 이끌고 CES2024 기간 내내 현장에 머물며 푸드테크·AI·헬스케어 등 다양한 관련 전시 부스를 참관했다.
특히 구 부회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들을 방문해 개인 맞춤형 영양식단을 제공하는 아워홈의 캘리스랩 고도화, 글로벌 확산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눴다. 관련 콘퍼런스 세션에도 참가해 아워홈 역량을 점검하고 글로벌 기술 동향을 파악하면서 수주 확대를 위해 영업활동에도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워홈 관계자는 “현재 임시주총 일정을 조율 중으로 안다”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