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프랑스 시알 파리서 혁신상 수상
구미현 회장 부스 살펴···“격려 차원 방문”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식품박람회 ‘시알 파리 2024(SIAL PARIS 2024)’ 아워홈 부스에 구미현 회장이 방문했다. 대표이사직에 오른 이후 첫 외부 경영 활동이다. 구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며 매각과 IPO(기업공개)를 언급한 가운데 이번 행보를 놓고 업계선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구미현 회장은 남편 이영열 부회장과 함께 최근 프랑스 파리 노르빌뺑드 전시관(Paris Nord Villepinte)에서 열린 시알 파리 아워홈 부스에 방문했다. 지난 8월 경영권을 취득해 대표이사직에 오른 구 회장 부부가 공식 일정을 소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알 파리는 식품 산업 전문가와 투자자 등이 모이는 유럽 최대 식품 산업 박람회다. 독일 ‘아누가’, 일본 ‘푸덱스’와 함께 세계 3대 식품 전시회로 꼽힌다. 시알 파리는 오는 23일(현지시간)까지 열린다. 우리나라에선 역대 최대 규모인 116개 업체가 참가해 K-푸드 알리기에 나섰다.
아워홈은 이번 시알 파리에서 단독 부스를 설치하고 간편식(HMR)과 식재 상품, 소스 및 플레이버(향미유) 등 대표 제품을 전시해 아워홈의 연구개발과 제조 역량을 알렸다. 또 부스 내 조리, 시식 코너를 마련해 K-푸드를 바이어와 관람객들에게 제공했다. 즉석 조리 코너에선 국내서 파견된 아워홈 셰프가 직접 만든 K-BBQ, 궁중불고기잡채, 김치라이스볼, 김치전 등을 제공하고 시식 코너에선 길거리 떡볶이와 구씨반가 청잎김치, 갈치김치, 콩비지찌개 등을 마련했다.
특히 아워홈의 구씨반가 청잎김치는 시알 파리에서 간편식 혁신 제품 부문서 최우수 혁신 제품에 선정됐다. 시알 파리에 참가한 국내 기업 중 최우수 혁신 제품에 선정된 기업은 아워홈이 유일하다.
시식 행사에 참여한 글로벌 바이어와 관람객들은 “전체적으로 요리들이 매콤하고 감칠맛이 살아있다”, “육류와 채소를 조화롭게 즐길 수 있어 만족스럽다”, “간편하고 빠르게 조리하면서도 맛이 좋은 제품들이 인상적이다”고 평가했다.
구미현 회장은 현장에서 아워홈 부스를 꼼꼼히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에선 구 회장이 “아워홈 경영에서 손을 뗀 것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외부에 전달한 것으로 해석한다. 지난 6월부터 아워홈은 이영표 경영총괄사장을 필두로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했다. 그간 업계 안팎에선 구미현 회장이 전업주부 출신이고, 회장 취임 이후 아워홈 매각과 IPO를 고려한다고 언급해 구 회장표 아워홈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짙어졌다.
실제 구 회장은 대표이사 회장에 오르면서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을 근원적으로 끝낼 수 있는 방법은 경영권 이양”이라며 경영권 매각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사흘 만에 구 회장은 IPO를 추진하겠단 입장을 발표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구미현 회장이 아워홈 제품이 시알 파리서 수상한 것을 격려하고자 방문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아워홈은 매각과 IPO를 동시 고려하고 있다. 아워홈이 매각과 IPO에 나서기 위해선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 구 회장이 IPO 추진 계획을 공식화한 것 역시 기업가치를 높이겠단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아워홈은 2026년 상반기 IPO를 목표로, 연내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홈은 지난해 매출 1조9835억원, 영업익 94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8.1%, 75.7%나 늘어난 규모다. 올해 아워홈은 매출 2조원, 영업익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아워홈이 지난 2022년 IPO를 추진할 당시 기업가치가 2조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5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업계선 아워홈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단 점에서 매각과 IPO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현재 아워홈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구본성 전 부회장 38.56%, 구지은 전 부회장 20.67%,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 19.6%, 구미현 회장 19.28%로 큰 차이가 없다. 상법상 지분 3% 이상 주주는 언제든지 임시주총을 열 수 있다. 따라서 아워홈 남매 갈등은 향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아워홈 정관상 이사회서 지분 매각을 승인해도 주요 주주에게 우선 매수권이 부여된다. 즉 아워홈이 매각 대상자를 찾더라도 구 전 부회장이 지분 매수에 나서면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선 아워홈은 기업가치를 높이고자 새로운 시장 개척에 공들이고 있다. 본업인 급식 사업은 물론 구지은 전 부회장이 집중했던 해외사업에 확대할 계획이다. 아워홈은 최근 아파트 내 급식 시장과 군 급식 시장을 노리고 있다. 해외사업도 경우 아시아 중심에서 유럽 시장으로 시장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선 아워홈이 유럽시장 진출 확대가 안정되면 급식사업을 넘어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지분 매각시 구 회장의 지분가치가 높아질 수 있단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아워홈 관계자는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에서 당사 제품이 혁신 제품에 선정되고 그랑프리까지 수상한 만큼 당사 연구, 제조 역량은 물론 K-푸드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해외 기존 거래처에 대한 수출 물량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유럽, 중동(할랄) 등 신시장 개척에 고삐를 당길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