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 지난해 영업이익률 한 자릿수로 떨어져
성수동에 매장 오픈하며 MZ세대 집중 공략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부문 한섬이 성장 정체기를 맞았다. 패션 업계 전반이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프리미엄 브랜드로 승부를 봤던 한섬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것이다. 한섬은 올해 새로운 돌파구로 ‘성수동’을 낙점하고 포트폴리오 확대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섬 최근 5년간 실적 및 구조. / 표=김은실 디자이너
한섬 최근 5년간 실적 및 구조. / 표=김은실 디자이너

29일 한섬 사업보고서를 보면 한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5286억원, 영업이익은 1005억원으로 기록됐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0.9%, 40.3%나 급감한 수치다. 지난해 한섬 실적은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규모다. 영업이익률 역시 6.57%로 다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패션 정체기 한섬의 해외 포트폴리오 늘리기

올해 1분기 한섬 실적 전망도 밝지는 않다. 증권가에서는 한섬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한 4014억원, 영업이익은 34% 줄어든 356억원으로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섬의 자회사 한섬라이프앤마저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한섬은 2020년 5월 한섬라이프앤(옛 클린젠코스메슈티칼) 지분 51%를 100억원에 인수하며 뷰티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2021년엔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를 론칭했다. 오에라는 스위스 현지 화장품 연구소와 협업해 개발한 화장품이다.

그러나 한섬라이프앤 실적은 아직 패션사업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섬의 자회사로 편입된 2021년 한섬라이프앤은 약 62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2022년에 47억원, 지난해 59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오에라는 평균 가격대가 20만~50만원대, 최고가는 120만원에 육박한다. 아직 사업 초기이기도 하지만 오에라는 높은 가격 탓에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섬 관계자는 “오에라 타깃층 자체가 VIP 고객이고, 프리미엄 뷰티 시장 자체가 규모가 크다기보다는 오에라, 리퀴드바 등으로 한섬에서 향수, 화장품으로 확장한 개념”이라며 “오에라는 목표 대비 성과도 잘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패션 불황 주기가 길어봐야 3년이라는 이야기가 많아 올 하반기부터는 실적 회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섬은 패션 정체기를 극복하고자 해외 패션 브랜드에 잇단 투자에 나섰다. 한섬은 ‘타임’, ‘마인’, ‘시스템’과 같은 자체 브랜드에 집중해왔다. 한섬이 높은 영업이익률을 냈던 이유다. 그러나 최근 들어 패션 주 소비층이 일명 MZ세대로 다소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한섬으로선 패션 포트폴리오 확대 필요성이 대두됐다.

지난해부터 한섬은 스웨덴 패션 브랜드 ‘토템’과 미국 럭셔리 브랜드 ‘피어오브갓’의 매장을 열었다. 캐나다 럭셔리 아우터 브랜드 ‘무스너클’과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브랜드 ‘아스페시’와 독점 유통 계약을 맺기도 했다.

◇더 낮은 연령층 확보, 성수동에 역량 집중

전반적으로 국내 패션업계 침체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김민덕 한섬 대표는 ‘성수동’을 실적 개선 카드로 꺼냈다. 창고, 공장 등이 즐비했던 성수동은 카페거리로 재탄생하며 MZ세대에게 일명 핫플레이스로 떠오른지 오래다. 성수동에는 해외 명품 브랜드부터 패션 플랫폼 기업 등 트렌드를 선도하는 패션 업체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지난해 성수동에 오픈한 한섬 이큐엘 그로브. / 사진=한섬
지난해 성수동에 오픈한 한섬 이큐엘 그로브. / 사진=한섬

김 대표는 성수동에 가장 큰 편집숍 ‘이큐엘 그로브(EQL GROVE)’로 MZ세대 공략에 한창이다. 이큐엘 그로브는 1653㎡(2층, 약 500평) 규모로 성수동에 있는 패션 편집숍 중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한섬은 매장에 의류 판매뿐 아니라 카페 공간까지 마련해 다양한 고객이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성수동에 한섬은 수입 패션 브랜드 편집숍인 ‘톰그레이하운드(TOMG)’와 온라인 전용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런던언더그라운드’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한섬은 올 상반기 목표로 미국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키스(KITH)’의 국내 1호점을 성수동에 오픈할 계획이다. 한섬은 지난해 키스의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키스는 2011년 미국 뉴욕서 시작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자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다.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등 패션 성지 방문시 꼭 들어야 하는 곳으로 꼽힌다.

유통업계에선 한섬이 최근 ‘주류판매업’을 정관에 추가했다는 점에서 별도 주류 매장을 선보일 것이란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미 이큐엘 그로브에선 카페부터 디저트 전문점, 피자, 샌드위치 등 식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한섬 관계자는 “올해 초 정관 변경에 주류 판매업이 추가됐으나 EQL 내부에 카페가 있고, 톰그레이하운드 매장에서도 식음료 팝업스토어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면서 “요즘 패션업계에 식음료 복합 매장이 많아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정관에 포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는 신규 브랜드를 확대하고 시스템, 타임 등은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며 “시스템의 경우 5년 연속 파리 패션위크에 참가하고 있는데 올해는 파리에 플래그십 매장도 오픈한다. 국내 자체 브랜드들은 해외로 진출시키고 해외 유망한 브랜드들은 국내에 들이면서 신규 시장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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