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김 대표 체제 1년, 사업 체질 개선 주력
성과 부진 브랜드 정리···1년 사이 브랜드 7개 축소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패션업계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반등 모멘텀 찾기에 한창이다. 윌리엄 김 대표가 수장에 오른지 1년이 지난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코스메틱을 중심으로 주력 사업인 패션의 부진함을 메꾸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브랜드에 투자하며 탄탄한 사업 기틀을 마련할 방침이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부진한 패션 시장을 극복하는데 힘쓰고 있다. 윌리엄 김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체질 개선을 키워드로 삼았다. 해외 패션브랜드뿐 아니라 코스메틱, 디지털 등 전 영역에 걸쳐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1700억원 책임졌던 셀린느 공백, 신세계인터 역성장

윌리엄 김 대표는 취임 이후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했다. 수익이 크지 않은 브랜드는 정리하고 핵심 브랜드의 마케팅을 강화해 힘을 실어주는 식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2년 49개였던 패션 부문 브랜드를 지난해 42개까지로 축소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최근 5년간 실적 및 주력 사업 포트폴리오. / 표=김은실 디자이너
신세계인터내셔날 최근 5년간 실적 및 주력 사업 포트폴리오. / 표=김은실 디자이너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지체 브랜드 보브(VOV)와 지컷(G-CUT)을 자회사 신세계톰보이에 양도했다. 동시에 신세계톰보이를 K패션 전문 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코스메틱 사업도 올해 1월 기존 1본부 체제에서 2본부 체제로 조정했다. 지난해만 신규 화장품 브랜드 7개를 론칭하며 코스메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업 재정비에 나선 배경엔 셀린느가 있다. 셀린느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산하에 있는 명품 브랜드다. 가방·벨트·지갑 등 가죽 제품 컬렉션을 잇따라 선보이며 명품 시장서 입지를 다졌다. 특히 셀린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연간 매출액 1700억원을 책임졌던 든든한 매출원이었다.

그러나 셀린느와 계약이 종료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영업익이 크게 축소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이 1조3543억원, 영업이익 487억원으로 기록됐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12.8%, 57.7% 감소한 규모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전년 대비 66.6% 축소된 396억원으로 집계됐다. 패션업계에서 셀린느의 빈자리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성적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는 이유다.

증권가에서도 신세계인터내셔날 올해 실적에 대해 “뚜렷한 성장 모멘텀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SK증권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0.1% 감소한 3120억원, 영업이익은 11.6% 증가한 115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패션 부문 매출액은 전년 대비 5% 감소한 809억원으로 추정했다.

◇부진 이어지는 패션 빈자리 ‘코스메틱’으로 채운다

일단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효율 중심에 방점을 찍고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두 축인 패션 부문은 신규 브랜드 발굴에 집중하고, 성장 흐름인 코스메틱을 강화해 실적 방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윌리엄 김 대표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수입 화장품 사업의 독보적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면서 “스위스퍼펙션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스위스퍼펙션. /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 스위스퍼펙션. /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또 “올해는 의미 있는 발전을 이루기 위해 효율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개선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포트폴리오 확대와 인프라 빌딩, 디지털 역량 강화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며 성장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업보고서를 보면 코스메틱 매출 비중은 지난 2021년 24.7%에서 지난해 28%로 올랐다. 반면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은 같은 기간 75.3%에서 72%로 하락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스위스퍼펙션을 2026년까지 연 매출 1000억원 이상 브랜드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유럽이나 북미, 중동 등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영업,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다. 또 전세계 고급 스파, 호텔 입점을 확장하면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도 확대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장기적으로 디지털과 글로벌 사업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에스아이빌리지 거래래액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도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에스아이빌리지는 지난해 거래액 32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중국과 스위스에 법인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미국 법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아메리카’를 설립했다.

무엇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올해 확보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관심사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 2022년 276억원에서 지난해 1257억원으로 980억원가량 증가했다. 보브와 지컷 사업을 신세계톰보이에 양도한 대금(583억원)과 보유하고 있던 몽레르코리아 잔여 지분(9.9%)을 전부 매각하면서 159억원 처분이익이 발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확보한 현금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차입금 상환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면서 “패션, 뷰티 분야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회사와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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