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제도 있지만 양육 2년에 끝나는 것 아냐···앞으로가 걱정"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남성 강진우(34세, 가명) 씨는 지난 2월 26일 첫 아이를 품에 안았다. 사랑스러운 딸이었다. 딸아이는 너무나 예쁘지만 강 씨는 요즘 “다들 이래서 하나만 낳는구나”를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금융 공기업에 재직 중으로 육아 휴직과 단축 근무 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육아가 1~2년 만에 끝나는 것은 아니라서 육아 휴직 등이 큰 의미로 다가오진 않는다. 

지금은 육아 휴직을 쓴 아내가 아이를 돌보고 있지만, 2년 후면 아내도 직장에 복귀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는 아이 돌봄이 필요한 앞으로의 긴 세월이 걱정이다.

Q. 혹시 둘째 생각도 있나

"아이를 둘 이상 낳기는 어려울 것 같다. 또래에 비해 빨리 결혼하고, 자녀도 일찍 낳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퇴직 연령 등을 고려해보면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Q. 퇴직 시기 때문이라는 건 경제적인 부분이 문제인건가

"경제적인 부분도 당연히 있다. 최근 지인에게 지난해 아기용품 값으로 쓴 카드값만 6000만원이었단 얘기를 들었다. 자녀가 있는 주변 지인 말을 들어보면 ‘국민 육아템’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으면 다 사게 된다고 한다"

Q. 공기업은 육아 휴직과 단축 근무 등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육아 휴직과 단축 근무가 가능하다. 최근엔 공기업에 다니니까 아이를 낳았지, 사기업이었으면 택도 없었겠단 생각도 많이 든다. 아이 육아를 1~2년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육아 휴직이나 경제적 지원 등도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10년 이상 돌봄이 필요한데, 맞벌이 입장에서 지금 당장보다는 그 긴 세월이 걱정이다"

 

직장인 강진우씨가 지난 2월 26일 태어난 첫 아이의 손을 잡고 있다. 그는 첫 딸이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왜 주변 맞벌이 가정에서 자녀를 하나만 낳는 지도 체감된다고 한다. /사진=강 씨 제공 
직장인 강진우씨가 지난 2월 26일 태어난 첫 아이의 손을 잡고 있다. 그는 첫 딸이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왜 주변 맞벌이 가정에서 자녀를 하나만 낳는 지도 체감된다고 한다. /사진=강 씨 제공 

Q. 아이가 좀 크면 낫지 않을까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주변에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지인이 있는데, 맞벌이 가정이라 돌봄 도우미를 쓴다. 출퇴근하는 돌봄 도우미로 아이들 등·하교와 등원 등을 봐준다고 한다. 돌봄 도우미 퇴근 시간은 오후 6시다. 한 달에 250만원을 지급한다고 한다. 아이 돌봄이 1~2년 집중한다고 끝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겠더라. 그래서 정부가 늘봄학교 등의 제도를 계속 도입하는 것 같긴 하다"

Q. 아내는 언제 회사에 복귀하나

"육아 휴직기간이 2년이라 일단 기간을 다 채울 것 같다. 아내 직장이 2년을 나눠서 못 쓰는 분위기라, 2년을 통으로 쓸 듯하다. 요즘은 출산 육아 휴직 등으로 인한 압박은 없다. 하지만 확실히 사기업은 모성보호시간(임신 중인 직원이 1일당 2시간 범위 내에서 휴식이나 병원 진료 등을 볼 수 있도록 한 제도)이 있어도, 쓴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는 했다. 아내도 모성보호시간을 못 썼다"

Q. 정부가 어떤 제도를 마련한다면 둘째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은가

"글쎄. 나라가 뭘 해준다고 자녀를 더 낳을 것 같지는 않다. 어차피 육아는 1만큼의 정성이 들어가면, 2를 하고 싶고 5의 정성이면 10의 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돼 끝도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달 마다 50만원, 100만원 등 경제적 지원을 해준다고 해서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는 않을 거다. 또 국가가 화수분도 아니고, 아이 양육을 다 책임져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국가적으로도 경제적 지원에는 한계가 있고, 결국 정부가 ‘무엇을 더 해줘야’ 사람들이 둘째를 낳고 자녀를 가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Q. 그럼 저출산 문제 원인과 해결책은 뭐라고 생각하나

“가치관의 변화나 부동산 가격 등도 있겠지만, 청년층의 사회 진출 나이가 많이 늦어진 점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저출산 대책에 청년층의 사회 진출 나이를 앞당기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하는데 3년씩 소모하면서 직업을 얻고 기반을 잡아야 하다보니 결혼을 하는 나이가 너무 늦어진 거 같다. 주변에 교사 등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은 확실히 결혼도 좀 더 빨리했다.

해결책은 결국 생활의 기반이나 안정이 아닐까. 출산은 가치관 문제인데, 가족이 주는 안정감, 현재 내 생활에 대한 만족감 등이 있어야 아이를 더 낳는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청년층 사회 진출 나이가 앞당겨지고, 소득 등으로 안정감이 생겨야 하는 것 같다. 일정한 생산이 있으면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는 뜻의 맹자의 항산항심(恒產恒心)처럼, 청년층의 사회 진출 나이가 앞당겨지고, 생활이 안정되고, 근무시간이 9시~5시 등으로 단축돼서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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