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는 4면짜리 명함 소지···저출산, 어르신, 청년, 장애인, 아동, 난임부부 정책 홍보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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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소지한 명함이 눈길을 끌고 있다. 평소 고위직이 복지부 정책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소신을 반영한 4면짜리 접는 명함이 정책 홍보용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복지부에 따르면 이기일 제1차관은 복지부 본부 고위직 특히 실장 이상은 영업맨으로서 부 정책을 홍보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과거 고위직 업무 중 정책과 홍보가 절반 정도씩이었다면 최근에는 정책이 10%이고 나머지 90%는 홍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 차관이 과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으로 활동할 당시 접했던 홍콩의 한 딤섬 전문점 명함에서 현재 그의 접는 명함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통상 일반 명함은 앞과 뒤 2면이지만 4면의 접는 명함으로 제작하면 그 안에 다양한 내용을 담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관념을 깨뜨린 당시 딤섬 전문점 명함도 총 4면으로 앞에는 딤섬 종류가 안쪽에는 7개 지점이 나와 있었다. 이에 이 차관은 “딤섬 전문점도 아이디어를 내 이렇게 홍보하는데 저도 우리부 직원들이 만든 정책을 명함에 새겨 국민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귀국 후 당시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4면짜리 접는 명함을 제작, 국민에게 정부의 코로나 정책을 홍보했다. 지금도 그가 소지한 당시 명함을 보니 2면과 3면에는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계획(‘22. 4. 15)’ 내용이 소개돼 있다. 4면에는 ‘학교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계획(‘22. 4. 20)’이 담겨있다.

이 차관은 “영업직은 물건을 잘 파는 영업기법이 있어야 하는데 그중 첫 번째가 상대방에게 저와 우리부 정책을 각인시켜야겠다는 생각에서 접는 명함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의 경우 공무원들이 많이 쓰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코로나 유행 시기 마스크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부득이 얼굴 사진이 포함된 명함을 쓰게 됐다고 한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의 난임부부 지원 정책 명함. / 사진=시사저널e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의 난임부부 지원 정책 명함. / 사진=시사저널e

이같은 정책 홍보 감각은 문재인 정부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이 차관 경력, 경험과 관련 있다. 지난 2016년 2월부터 2017년 9월까지 594일간 대변인으로 근무했던 그는 부처 홍보 평가 18위에서 1위로 끌어올린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차관으로 승진한 그는 복지부가 집행하는 정책을 명함에 자세하게 표기해 외부 인사나 기자들에게 제공해 홍보하고 있다. 이 차관이 발로 뛰는 복지부 영업맨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동안 제작한 이 차관 명함은 총 8종이다. 기본형과 장애인용 점자형, 원형, 어르신정책, 청년정책, 난임정책, 장애인정책, 인구아동정책 등이다. 이중 기본형과 점자형, 원형은 2면이다. 나머지는 4면이다. 한 달여 전 나온 난임부부 지원 정책 명함은 총 6면이다. 원형 명함은 일명 딱지명함으로도 불리운다. 동그란 형태의 명함이 딱지처럼 생겼는데 이를 받은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좋아한다고 한다.  

기자가 받은 명함 중 현안인 저출산 정책 내용을 보면 기본적으로 1면에는 다른 명함과 동일하게 사진과 사무실 주소, 이름, 전화번호, 메일주소 등이 기록돼 있다. 접히는 2면과 3면에는 ‘임신 출산 양육이 행복하도록 정부가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구체적으로 ‘임신 준비 과정부터 국가가 동행합니다’와 ‘출산 가정의 부담이 덜어집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에 대한 지원이 확대됩니다’ 등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어 4면에는 ‘세쌍둥이, 네쌍둥이의 행복한 출산을 축하드립니다’ 문구와 관련 사진이 게재돼 정부 역할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같은 그의 명함론은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습관, 오랜 관료 생활과 관련 있다. 과장 시절부터 수첩을 갖고 다니며 정책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수시로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에 그동안 메모한 수첩을 모으면 20권 분량이라고 한다. 행정고시 37회로 관가에 입문한 후 복지부에 배정된 이 차관이 관료 생활을 시작한 시점이 지난 1994년 4월 17일이다. 조만간 공직 생활 30주년을 맞게 된다. 이 차관은 “복지부 정책을 국민에게 잘 알리는 것이 고위직 관료 책무라 생각하고 후배들에게 권유하고 있다”며 “시계를 항상 10분 빠르게 맞춰놓고 10분 일찍 업무를 준비하는 것을 생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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