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3년간 직원들에 8권 선물···새 업무 맡으면 독서로 지식 습득, 업무파악에 도움
올해 63권 읽은 ‘다독가’ “재미있어 읽는다”···매주 5권 독서로 출발, 객관적 상황 인식 가능
대변인 재임시 종이신문 읽어, 매일 온라인 구독···부 직원 “내년부턴 업무지시 줄이기를”

그래픽=시사저널e
그래픽=시사저널e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분주한 공직생활 중에서도 본인이 먼저 읽고 직원들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책을 선물해온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의 ‘독서행정’이 눈길을 끌고 있다. 

25일 복지부에 따르면 조규홍 장관을 비롯한 부 직원들은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와 근무할 정도로 방대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기존 업무는 물론 겸직하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일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수면시간도 부족하다. 이처럼 시간을 아껴쓰는 상황에서도 이기일 차관은 꾸준히 독서하고 이 중 읽을 만한 책을 직원들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차관은 2022년부터 3년 동안 총 8권을 직원들에게 선물했다. 본인이 서점에서 구매해 읽은 후 ‘직원들도 함께 읽고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드는 도서를 서평을 곁들여 제공했다. 분야는 인문학과 철학, 자기계발서 등 다양한 편이다. 올해 선물한 책을 보면 최재천 교수의 ‘숙론’이 있다. 이 차관은 올 6월 서평에서 “치밀하게 준비하고 유연하게 진행하라, 격의 없는 대화에서 배우라, 한 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맞장구쳐라, 많이 읽은 사람의 말과 글이 훨씬 풍성하고 질적으로 우수하다 등의 내용이 공감 갔다”고 썼다.

이어 복지부에서 같이 근무했던 박기수 교수가 쓴 ‘끌리는 이들에겐 이유가 있다’를 9월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그는 서평에서 “직원 여러분들도 끌리는 매력을 장착한 직장인이 되길 기원한다”고 했다. 이 차관은 추천한 책을 읽은 복지부 직원 관련 질문에 “(해당 도서가) 그동안 읽고 싶은 책이었다, 고동진 삼성전자 대표가 쓴 ‘일이란 무엇인가’에는 평소 제가 하는 이야기가 있으며 고 대표와 제 생각이 같다고 해 웃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말단 직원에서 시작, 경영인에 오른 고 대표 비법은 ‘긍정적 사고’라고 한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 사진=시사저널e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 사진=시사저널e

이 차관은 다독가로 알려졌다. 올 들어 63권을 읽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앞서 언급한 ‘일이란 무엇인가’라고 한다. 단순하게 책을 많이 읽고 직원들에게 선물하는 것만이 이 차관의 독서행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인사발령으로 새 업무를 맡으면 서점으로 가는 경우가 빈번했다. 예를 들어 장애인복지 업무를 맡으면 서점에 있는 장애인복지론을 비롯한 관련 서적을 구매해 읽는다. 가능하면 그 주 관련 서적을 읽은 후 전문가와 관련단체 사람들을 만나면 업무 파악이 쉽게 진행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이 차관은 재미있어 책을 읽는다고 했다. 2005년 과천으로 이사한 후 매주 일요일 자택 앞 도서관에 가서 책을 5권씩 빌려오는 습관을 들였다고 한다. 당시 매주 5권 읽기가 목표였는데 책에서 최신정보나 트렌드, 역사지식 등 많은 것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는 기억에 남는 책에 대한 질문에 “중국 춘추전국시대에서 진나라 통일까지 시기를 다룬 역사소설 ‘구용 열국지’인데 영웅호걸과 사상가, 에피소드를 읽으며 ‘내가 지금 걱정하는 것은 정말 하찮은 것이구나’라며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됐다”고 했다. 

요즘같이 시시각각 정보가 범람하는 환경에서 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에 이 차관은 대변인으로 활동할 때부터 종이신문을 즐겨 읽었다. 대변인 재임 시는 모든 신문을 다 봤으며 현재는 매일 새벽 온라인으로 보고 사무실로 출근한 후 조석간과 경제지를 구독한다고 한다. 이 차관은 언론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도되면 적극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은 “국민을 위한 정책을 하면서 국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려면 신문이 좋다”며 “저는 언론이 우리를 대신해 민생현장을 파악해주는 ‘자문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일하는 이 차관의 적지 않은 업무지시가 때로는 직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복지부 직원은 “새벽 단톡방에 언론 대응을 지시하는 내용이 올라와 놀란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누구나 그 자리에 올라가면 일이 많은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내년부터는 이 차관이 업무지시를 조금 줄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