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구조 개편안 띄운 한화···풍력과 플랜트, 한화오션에 몰아줘
한화, 사업군별 전문화 효과 기대···증권가는 "글쎄"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지주사 한화로부터 플랜트·풍력 사업을 양수하는 한화오션 행보에 대한 시장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해상풍력과 육상플랜드 사업을 한화오션이 가져가게 됐는데 이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반면 한화 측을 비롯한 일부 증권사는 “한화오션과 양수하는 사업 부문 간 시너지 효과가 충분하며 이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일부 사업을 한화오션과 한화솔루션에 양도하고 모멘텀 부문을 물적분할하는 사업 구조 개편을 단행한다. 사업군별 전문화를 추진, 각 계열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한화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함께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한화오션은 한화 건설부문의 해상풍력 사업과 글로벌부문의 플랜트 사업을 양수하기로 했다. 양수 금액은 4023억원이다. 양사 간 사업부 양수도기일은 2024년 7월 1일이다.
이외에도 한화 모멘텀부문은 물적분할하고 태양광 장비 사업은 한화솔루션이 인수한다. 한화모멘텀은 이차전지 장비 사업에 초점을 맞춰 전문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영업양도를 통해 사업군별 전문화를 추진해 각 계열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자신한다. 한화오션의 경우 선박 건조부터 에너지 생산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권혁웅 한화오션 부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조선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넘어 미래 해양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글로벌 혁신기업이 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 증권가는 회의론···“부족한 시너지·과도한 몸값·수익성 우려”
한화그룹의 사업 개편 계획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증권가를 중심으로 “수익성 없는 사업을 비싼 값에 무리하게 사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수 사업인 해상풍력과 플랜트 사업의 정보가 부족해 불확실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장서 4000억원에 달하는 양수 사업의 인수 가격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양수 사업의 수익성은 물론 해당 사업 부문에 포함된 현금과 부채 규모에 대한 정보가 모두 필요하다”며 “당분간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발생하게 된다”고 했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 연구원은 “해양 플랜트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오션에 육상 플랜트 사업이 어떠한 시너지를 가져올지 회의적 시각도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해상풍력 설치선의 강자이자 과거 풍력 원천기술을 보유했던 한화오션의 풍력사업 재개에 있어 사업부 인수가 자체 역량 확보보다 효율적이라는 부분을 증명하기 위한 데이터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업 양수 후에도 당장 수익을 내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즉각적으로 진행되는 현금 유출 대비 2개 사업부의 단기 실적 기여도는 낮을 것”이라며 “신규 인수한 사업부의 사업 기간이 길고 운전자본이 증가한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 “시장 의구심 과해”···해명나선 한화
한화오션 측은 시장의 의구심을 인식한 듯 해명에 나섰다.
인수 가격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대해선 “돈 버는 사업을 제값에 사 왔다”는 식의 설명을 내놨다. 사업 양수도 계약과 관련 회계법인이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평가한 가치평가가 반영됐다는 주장이다.
한화 측에 따르면 해당 회계법인은 풍력 사업 가액은 풍력발전 파이프라인 10곳에 대한 공사 수익과 매출원가, 사업추진비·회수액, 사업단계별 타당성 등이 산정됐다. 플랜트 사업의 경우 국내외 설계·조달·시공(EPC) 공사 실적을 바탕으로 향후 5년간 추정 평균 매출·지분가치 등을 몸값에 반영했다.
일부 증권사도 한화오션 측 주장에 힘을 싣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양 사업부 모두 순자산 가치만큼 지불하고 양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순자산에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하기에 양 사업부 마다 속한 전방 업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화 측은 사업 양수를 통해 한화오션의 외형 성장을 비롯해 수익성 증대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사업부에서 올해에만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어 4000억원에 달하는 몸값이 과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플랜트 사업의 경우 지난해 매출 6800억원, 수주잔고 9500억원을 기록했고, 풍력 사업은 2.3기가와트(GW) 규모의 파이프라인을 확보 중이다.
강 연구원은 “한화임팩트와 같이 그룹사 일감을 확보하고 있는 플랜트 사업부의 안정적인 수익성이 가장 큰 버팀목”이라며 “풍력 사업부 실적 또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한화그룹은 시장의 우려와 달리 한화오션과 양수 사업의 시너지 효과도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의 기존 건설 부문 내 풍력발전 사업이 보유한 파이프라인과 한화오션의 풍력발전 터빈 설치선, 해상변전소 역량을 결합해 해상풍력 밸류체인을 완성할 경우 충분한 수익성이 기대된다는 게 한화오션의 설명이다.
플랜트 사업의 경우 한화오션의 해양 플랜트 사업과 결합을 통해 육상과 해양의 업황 사이클이 달라 사업 결합을 통해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한화 측은 판단한다. 또한 사업 경험이 풍부한 기존 한화 플랜트 사업 내 EPC 인력을 확보해 해양플랜트 업체인 한화오션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한화그룹 사업개편 계획에 대한 엇갈린 평가 속에서도 한화오션의 자금 여력에 대한 평가는 이견이 없다. 풍부한 현금 곳간을 활용해 추가 증자 없이 두 사업부를 인수할 것이란 평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말 기준 1조7000억원 규모의 현금과 현금성자산을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