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선행 생산물량 등 반영
FPCB 사업 안정화 단계

시노펙스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노펙스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모바일용 연성회로기판(FPCB)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소재부품 전문업체 시노펙스가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 침체에도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24 시리즈 등 신제품 선행 생산 물량 등이 실적에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올해는 혈액투석기를 비롯해 반도체 생산공정에 사용되는 불소수지소재(AF) 필터 등 필터 부문 성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회사의 필터 사업 부문 매출 비중은 전체 대비 13% 수준이다.

시노펙스 관계자는 16일 “FPCB 사업은 지난 2020년도 사업 합병을 통해 물류 안정화에 집중했고, 이후 공정 개선과 자동화 장비 도입을 확대해 인건비 절감, 수율 향상을 이루는 등 전반적으로 안정화에 접어들었다”며 “2022년부터 수익을 확대해 지금은 회사 매출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앞으로는 신성장 동력에 투자를 집중해서 기업이 성장하는 것을 보여줘야 할 단계”라며 “올해 그 성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올해보다는 내년, 내년보다는 내후년 실적이 더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노펙스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2622억원으로, 전년(2448억원) 대비 7.1% 증가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94% 성장한 250억원을 달성했다. 회사는 전방 산업 판매 호조로 매출이 증가했으며 선제적인 비용 절감과 리스크 관리 등에 따라 수익성을 개선했다고 분석했다.

시노펙스의 주력 사업인 FPCB는 일반 인쇄회로기판(PCB)에 유연성을 더한 전기회로기판이다. 공간 활용과 무게 등 장점 때문에 스마트폰 등 첨단 이동통신 기기 등에서 활용도가 높다. 지난해 스마트폰 수요 감소로 PCB업체들의 실적인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시노펙스는 성장세를 유지했다. 회사의 전체 매출 대비 FPCB 사업 부문 비중은 87%가량에 달한다.

시노펙스가 자체 필터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혈액투석기 / 사진=시노펙스
시노펙스가 자체 필터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혈액투석기 / 사진=시노펙스

시노펙스는 올해부터 필터 사업 부문 매출 비중이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사 관계자는 “FPCB 시장은 현재 포화 상태로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성장하는 데는 어느 정도 제약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필터 사업역량을 기반으로 한 혈액투석기 등 신사업에 좀 더 방점을 두고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노펙스는 국산화에 성공한 혈액투석기를 통해 해외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지난해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적합인증서(GMP) 인증과 국제 의료기기 품질인증(ISO13485)을 획득한 데 이어, 올 3월 내 품목 허가를 앞뒀다. 유럽 판매 품목 허가(CE MDR)와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도 진행 중이다.

현재 혈액투석기는 FMC, 박스터 등 미국 기업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으나, 투석기 기종이 2~3개에 그쳐 선택권에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노펙스가 자체 필터 기술을 활용해 선보인 제품은 11종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의료기기 시장은 보수적이고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아서 품목허가가 된다고 해도 외국산이 점유하고 있는 시장을 극적으로 많이 가져올 수 있는 환경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당사 제품은 환자들의 선택권을 늘려주고, 좋은 품질과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꿔줄 것으로 기대한다. 혈액투석기 가격 부담도 상당한 편인데 신제품들이 나와서 보편화된다면 단가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케미컬용 AF필터 양산도 속도를 낸다. AF필터는 반도체 생산공정에서 불산, 황산, 질산 등 화학물질과 200도 이상의 고온을 견디면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부품이다. 국내에는 20나노 이하의 첨단 필터용 소재는 판매하지 않고 있어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시노펙스는 지난해 11월부터 AF필터 개발을 시작해 국내 최초 15나노 제품 개발에 성공했으며, 올 하반기 양산을 통해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다.

시노펙스 관계자는 “반도체 평탄화 공정에 사용되는 CMP 필터 시장에서 현재 70%가량을 점유하는 1위 업체”라며 “향후 AF필터 양산을 본격화하면 전체 필터 사업의 매출 비중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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