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지난해 영업적자 2163억원 기록···업황 부진에 영업현금창출력 악화
대규모 투자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감소세
SK넥실리스 북미 투자 및 소재사업 투자 시점 재검토···동박 25만t 생산체제 마련도 일부 지연될듯
“올해 반도체 소재 사업 본격 성장 전망···동박 원가절감 통한 사업 수익성 확대 예상돼”

말레이시아 사바주 소재 SK넥실리스 공장 전경. / 사진=SKC
말레이시아 사바주 소재 SK넥실리스 공장 전경. / 사진=SKC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SK피유코어, SK엔펄스 파인세라믹스, 웨트케미칼 사업 등을 매각하며 투자금 마련에 분주했던 SKC가 지난해 영업현금창출력이 저하되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SKC는 기존 화학 사업 위주에서 반도체·배터리 소재 사업으로 전환하는 등 체질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완전한 ‘현금 중심의 사업’을 꾸려나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최두환 전 SK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금 중심의 사업으로 재무건전성을 재고해 나가겠다”고 경영 방침을 밝힌 바 있다. SK넥실리스의 북미 투자를 비롯해 신성장 동력인 반도체 소재 사업까지 회사가 벌어들인 현금을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SKC는 그간 수익성이 떨어지는 비핵심 사업부를 매각하며 신사업 투자를 위한 실탄을 마련해왔다. 반도체·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지난 2022년 회사의 모태 사업인 필름 부문을 매각하면서 1조6000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마련한 뒤 지난해 10월에는 폴리우레탄을 만드는 SK피유코어를 4103억원에 매각키로 했다. 최근에는 반도체 소재사업 투자사 SK엔펄스가 영위하던 반도체 전공정 기초소재 사업부를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3600억원에 넘겼다.

대규모 투자금을 조달한 SKC지만 장기적으로 현금 중심 사업을 전개하면서 신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선 영업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SKC의 실적은 지난해 들어 줄곧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SKC는 지난 2022년 4분기 24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주 SKC는 경영실적을 공시하면서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적자 216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핵심사업으로 꼽았던 이차전지(동박)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한 데다 화학 사업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회복 지연과 공급 경쟁 심화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탓이다. 

반도체 테스트 솔루션 분야의 글로벌 1위 업체인 ISC를 인수하는 등 대규모 투자로 현금 곳간도 빠르게 소진되는 모습이다. SKC의 지난해 3분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량은 7756억원이다. 지난해 말(1조984억원)과 비교하면 30%가량 감소한 것이다. 차입금 등 부채 부담도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매입 채무 및 차입금 등을 합친 규모는 2662억7925만원으로 자산 대비 2배가 넘는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상황이 이렇자 SKC도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특히 신사업인 SK넥실리스의 북미 투자와 친환경 소재 사업 투자 시점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동박 25만톤(t) 생산체제 마련 계획도 일부 지연될 것으로 분석된다.

SKC로선 당장 올해부터 주력 신사업인 동박과 반도체 소재 시장의 업황 반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SKC는 당장 동박 사업 업황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면서도 업황 회복이 기대되는 반도체 소재 사업 중심으로 실적 개선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한다. ISC를 반도체 소재 사업의 핵심축으로 삼고 오는 2027년까지 반도체 사업 부문 매출을 3조원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유지한 SKC CFO는 최근 열린 2023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부터는 ISC 실적이 전부 반영되는 만큼 양적, 질적 향상이 있을 것”이라며 “SK엔펄스의 CMP 패드, CMP 슬러리, 블랭크 마스크, ISC의 테스크 소켓 모두 꾸준히 2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동박 업황은 올 하반기에나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원가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SKC는 전기료가 싼 말레이시아 지역 생산라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기료는 동박 제조원가의 15%를 차지한다. 

SKC는 지난해 11월 말레이시아 1공장을 가동했고 올해 2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두 공장의 생산능력은 총 5만7000t에 달한다.

SKC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생산 비중을 확대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회사의 시장 점유율 역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올해 하반기까지 공장 가동률을 80~9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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