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가격, 140달러 돌파하며 1년6개월 만에 최고치
‘수요처’ 조선·냉연·강관 기업, 가격 조정에 반응 냉담
수익성 악화 상황 지속···“원자재 따라 가격 현실화 이뤄져야 할 시점”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가 높은 철광석 가격에도 제품 가격을 원재료에 맞춰 인상하지 못하면서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쇳물의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 중인데도, 수요처인 냉연·강관업체나 조선업계가 판매가격 인상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어서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중국산 철광석 수입 가격은 톤(t)당 143.35달러다. 철광석이 140달러 선을 넘어선 것은 2022년 6월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지난해 5월 수요보다 공급량이 많아지면서 100달러 아래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지만 반년 만에 약 43%나 오른 셈이다.
철광석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최대 사용국가인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자국내 철강 제품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서다. 철광석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년사에서 “경제회복 호전 태세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재정을 투입해 부동산 등에 다양한 부양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철광석 가격 오름세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제품 가격을 올리려고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원자재값이 오르면 판매가를 인상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구매처가 훼방을 놓고 있다.
조선업계가 대표적이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은 선박 제조에 쓰이는 후판으로 중국산 등 수입산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국내 제품보다 저렴해 원가절감 효과가 있어서다.
이로 인해 철강업계는 철광석이 오른 만큼 후판값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조선향 후판값은 t당 90만원 중반 수준으로 합의됐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3만원 인하된 가격이다. 철광석 유통가격은 1.5배 올랐는데, 조선업계가 후판값을 올릴 경우 중국산 제품을 쓰며 국내 물량을 소진하지 않겠다고 ‘몽니’를 부린 결과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소가 원하는대로 후판 가격을 인하한 것은 제품을 생산해도 판매하지 못하면 재고자산으로 분류돼 누적 손해가 계속해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오르는 철광석 가격 대비 판매 가격을 낮춘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어서 감산은 물론 일부 고로에 대한 중단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후판뿐만 아니라 주력 철강재인 열연도 비슷한 상황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유통향 열연 가격은 이달초 기준 t당 85만원이다. 철광석 가격이 100달러 수준이던 지난해 5월 26일(100만원)보다 오히려 15만원 낮아진 셈이다.
철강사들은 현재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원가절감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전기차 시대 도래에 맞춰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및 친환경 규제 대응력 강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협상에서는 반드시 인상이란 결과를 이끌어내겠다는 각오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주력 제품을 생산·판매해도 큰 이익이 나지 않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며 “적정 수준으로 가격을 하루 빨리 되돌리지 않으면 지난해처럼 일부 보직의 경우 순환휴직 등을 다시 실시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