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사회 참여 당시 7억원 사용···최정우 회장·후추위원 경찰 수사
포스코 “수사 진행 중이지만, 후추위 활동 지속 최선”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포스코홀딩스의 차기 회장 선임 과정이 안개 속에 빠져들고 있다. 경찰이 이사회의 호화 출장 등을 문제 삼아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내서다. 이로 인해 후보군 공개 등 계획된 향후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금융범죄수사대로 포스코 사건을 이첩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조직은 일선 경찰서가 담당하기 어렵고 복잡한 대형 경제·금융 사건의 수사를 전담하는 곳이다.

경찰은 앞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사내·사외이사 등 16명을 업무상 배임 또는 배임수재 혐의로 입건해 조사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여할 당시 약 7억원이 사용됐는데, 이 비용 출처에 불법성이 있다는 고발이 접수돼 수사가 시작됐다.

의혹의 핵심은 출장 비용이 사규에 따라 포스코홀딩스가 집행해야 하지만, 자회사인 포스코와 캐나다 자회사 포스칸이 나눠서 집행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경찰에 입건된 이들 중에 차기 회장 선임 과정을 전담하는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에 속한 인물 전원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후추위는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진으로 구성됐는데, 이들이 본격적인 경찰 수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당초 계획한 회장 선임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후추위의 활동은 내부 후보자 7인 결정 및 외부 후보자 15명의 추천을 받은 것이다.

외부 후보자의 경우 평판 조회를 거쳐 오는 17일 내·외부 회장 후보 리스트를 확정할 방침이었다. 다음 절차는 외부 인사 5인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통해 후보자 검증을 실시해,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해 이사회에 추천한다. 이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후보자의 회장 선임이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전경. / 사진=포스코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전경. / 사진=포스코

단, 경찰의 강력한 수사 의지 및 압박에 해당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불투명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차기 회장을 선발하는 절차를 맡는 위원회의 신뢰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는 등의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KT의 앞선 사례를 보면 경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 위원회 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루 빨리 재구성해 선임 과정을 재개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구현모 전 KT 대표는 일감 몰아주기 관련 검찰 수사와 국민연금공단의 사퇴 압박 등으로 지난해 2월 연임 의지를 꺾은 바 있다. 사외이사들도 줄줄이 사임했다. 이로 인해 KT는 신규 사외이사진을 꾸려 현재 대표인 김영섭 후보자의 회장 선임 과정을 진행했다.

시장에선 KT의 지난해 모습이 포스코홀딩스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이미 최정우 회장의 3연임은 공정성에 위배된다며 반대 의사를 공식화했다. 이 상황에 경찰의 배임 의혹 수사까지 더해지면서 김현모 전 대표가 겪은 ‘악몽’이 고스란히 포스코에서도 나타나고 있어서다.

포스코 측은 호화 이사회 논란에도 차기 회장 인선 작업은 흔들림 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회장 선임 일정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위원회나 사외이사 교체 등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 현재 후추위를 운영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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