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사전청약자와 본청약자 분양가 이원화한 공급 사례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사전청약은 주택공급 부지를 선정하고 시장에 조기 공급 시그널을 줌으로써 서민들의 주택 패닉바잉을 막고 주거 안정화를 높이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앞서 소개했듯 문화재 발견, 맹꽁이 출현, 건설사업자 선정 지연 등 갖가지 이유로 상당수 사업장의 본청약이 예정보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3년가량 늦어지며 사전청약자들의 주거 불안정을 되레 키우고 있다.
LH 사장이 도입 초기에 불안한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 청약을 기다리는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결집해 철저히 관리하고 일정에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던 것과 영 딴판이다. 특히 사전청약 당시 공지한 예상분양가 보다 수천만원 올라버린 실제 분양가 고지가 사전청약자들을 울리고 있다.
◇과거엔 사전청약 당시 고지한 분양가 그대로 분양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이름만 다를 뿐 사전청약과 비슷한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제도가 도입된 바 있다. 서울 구로구 항동, 인천 남동구 구월동, 위례신도시, 고양원흥, 하남미사, 구리갈매, 남양주진건, 부천옥길 등에서 3차에 걸쳐 총 3만7500여 가구 공급을 계획했는데 본 청약에 앞서 청약 티켓을 선점하도록 한 것이다.
이때도 모집공고가 난 기간으로부터 본청약까지 짧게는 2년, 길게는 8년까지 지체되는 등 사업이 지연됐다. 결국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며 사전예약자의 절반은 이탈했다. 결국 전세난민만 양상한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 만 2년 만인 2011년 폐지됐다.
그래도 그때는 지금보다 상황이 나았다. ‘본청약 진행 시 분양가가 변동될 수 있다’는 안내 문구가 있었음에도 사전예약 당첨자들에게는 물가상승률 등의 반영 없이 사전예약 때 밝힌 분양가 그대로 주택을 공급해서다. 대신 본청약부터 당첨된 이들에게는 당시 시세대로의 분양가로 공급하며 분양가를 이원화했다. 이 같은 정책은 10여 곳의 보금자리주택 사업장에 적용됐다.
과거 사전예약 당첨자들은 사전예약 당시 분양가로 계약할 수 있었기에 본청약 지연에 따른 금전적 손실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사전청약자들은 본청약이 지연될수록 분양가는 상한선 없이 계속해서 치솟게 된다. 오히려 10여년 전 대비 사전청약자 보호 측면에서는 퇴보한 것이다.
◇ “민간 사전청약 사업장 분양가 인상률은 더 심각“ 호소
공공 아닌 민간 사전청약 사업장도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달 말 인천 검단신도시 AB20-1블록 제일풍경채 3차 시공사인 제일건설은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본계약 관련한 공급계약 체결의사 확인 안내문을 발송했다. 안내문에 따르면 84A타입 최고가 기준 분양가는 5억2200만원이다. 이는 사전청약 당시 추정분양가 4억6070만원보다 13% 상승한 수준이다.
그러나 대지비를 제외한 건축비만 비교할 경우 상승폭은 더욱 확대된다. 아파트 분양가는 건축비와 대지비를 더한 값으로 결정되는데, 민간분양 사전청약은 토지매입이 끝난 후에 진행하기 때문에 대지비 변동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84타입의 사전청약 당시 분양가 중 대지비는 1억6772만원으로 이를 제외한 건축비는 2억9299만원에서 3억5428만원으로 21%나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기본형건축비 고시 인상분을 모두 고려해도 사전청약 당시 대비 건축비 인상분은 6~7% 정도에 불과하다.
기본형건축비는 국토교통부에서 매년 3월과 9월에 분양가상한제 지역에 적용될 건축비 기준을 고시하는 것이다. 지난해 9월 2.53% 인상됐으며, 올해 3월과 9월에는 각각 2.05%와 1.7%를 올린 바 있다. 사전청약자들은 분양가 상승분 21%에서 건축비 고시 인상분을 제외한 약 15%의 분양가 인상분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당초 예상가 수준의 분양가 책정을 호소한다.
해당 사업장의 바로 옆 사업장도 같은 이유로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검단신도시 AB20-2블록 민간사전청약 중흥S클래스의 시공사인 중흥토건도 지난달 말 사전청약자들에게 분양가를 최고가 기준 84타입 4억9800만원, 101타입 5억9400만원으로 통보했다. 이는 사전청약 당시 추정금액에 견주어보면 각각 4500만원, 6000만원이 인상된 수준이다.
사전청약 당시 추정분양가의 대지비는 84타입 1억5500만원, 101타입은 1억8700만원이었다. 추정분양가에서 대지비를 제외한 건축비는 84타입 2억9700만원, 101타입은 3억1500만원이었다. 앞서 언급한대로 사전청약 당시 토지는 이미 매입된 것으로 대지비는 큰 변동이 없기 때문에, 최근 공개된 실제 분양가의 건축비는 84타입 3억4300만원, 101타입 3억6600만원이 된다. 결국 건축비로만 보면 두 타입 모두 16%가 증가한 수준이다. 이 사업장 역시 국토부가 공시하는 건축비 고시 인상분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특히 이 사업장의 경우 시공사인 중흥토건이 사전청약자들에게 사전 고지없이 동 배치를 임의로 변경을 시도함에 따라 본청약 등 사업일정이 지연됐다.
두 곳의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건설사와 지자체의 업무 지연으로 인한 본청약 연기, 그로 인한 분양가 상승을 고스란히 사전청약 당첨자가 떠안게 된 것을 지적한다.
업계에서도 사전청약의 과도한 분양가 상승은 제고의 여지가 있다고 말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업과 행정기관의 업무 미숙함이 사전청약자에게 전가될 수 있는 구조”라며 “사전청약이 앞으로도 명맥을 유지하려면 사전청약 모집공고 분양가 이행, 분양가 상승분 세부내역 공개, 입주예정일 명시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