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공단과 렉라자 약가협상 타결···정당 6만 8964원 약가 인하, 내년 매출 증대 주목
조욱제 대표, 2021년 3월 취임 후 렉라자 매출 200억원대 제고···간담회 참석 등 열정 보여
차기 유한양행 대표는 창립 100주년 준비···조 대표, 올해 3Q 누적 1조 4218억원 매출 달성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페암 치료제 ‘렉라자’가 정부와 약가협상을 타결시켜 2차 치료제에서 1차 치료제로 전환이 사실상 결정됐다. 이에 그동안 렉라자에 공을 들였던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 연임 여부 결정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렉라자 약가협상을 타결시켰다. 지난 10월 하순 약가협상을 개시한 유한양행이 최근 마무리한 것이다. 건보공단과 제약사의 약가협상 기간이 60일 운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에 비해 이른 시점에 종료됐다는 분석이다.
현재 유한양행이 타결시킨 렉라자 약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제약사는 공단과 약가협상 과정에 대해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렉라자 약가는 정당 6만 8964원이다. 렉라자는 하루 3정을 복용하기 때문에 하루를 기준으로 한 20만 6892원이 약가로 알려지기도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렉라자 사례처럼 2차 치료제에서 1차 치료제로 급여를 확대하는 경우 약가협상에서 일정 비율을 낮추는 관행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현재로선 이보다 더 많이 약가가 내려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매달 1일을 기준으로 약가를 고시하는 관례상 다소 시간이 남았음에도 유한양행이 약가협상을 마무리한 것은 약가인하를 감수하는 대신 준비에 만전을 기하려는 전략으로 판단된다”며 “경쟁품목인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와 비슷한 시점에서 협상을 타결시킨 점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한양행 렉라자가 약가협상을 타결시킴에 따라 1차 치료제 전환은 사실상 결정됐다는 분석이다. 향후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이 남아있지만 요식행위이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오는 2024년 1월 1일자로 유한양행 렉라자가 1차 치료제로 전환되면 가장 큰 변화는 매출로 예상된다. 해당 적응증에 우선적으로 치료하는 약제가 1차 치료제인데 상대적으로 2차 치료제에 비해 매출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공단과 타결시킨 약가가 확인되지 않았고 가장 큰 변수는 타그리소여서 내년 렉라자 매출 전망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참고로 렉라자 매출은 2021년 41억원, 2022년 161억원에 이어 올해 200억원 안팎의 실적이 예상된다.
최근 업계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부분은 1차 치료제 전환 등 렉라자의 향후 행로가 오는 2024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느냐로 요약된다. 이에 유한양행은 원론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조 대표 연임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라며 “차기 대표는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직전 열리는 이사회에서 결정되며 주총에서 승인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렉라자 한 품목이 아니라 그동안 3년간 실적으로 조 대표가 평가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로 임기 3년의 유한양행 대표는 한차례 연임이 가능하도록 규정돼있다.
반면 업계 판단은 이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조 대표가 유한양행 총수를 맡은 것이 지난 2021년 3월인데 두 달 전인 2021년 1월 국산개발신약 렉라자는 비소세포페암 치료제로 허가 받았다. 이후 조 대표는 렉라자 급여와 약가 결정, 출시 과정을 이끌었고 1차 치료제 전환 준비도 직접 챙겼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지난 7월 개최된 렉라자 1차 치료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에 조 대표가 참석해 설명한 것은 그가 얼마나 렉라자에 공을 들였는가를 증명하는 것”이라며 “대표가 적극 나서니 회사 임원들도 외부 행사에 참석, 회사 홍보를 분담했다”고 전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유한양행은 오는 2026년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며 “차기 유한양행 대표는 100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또 다른 100년을 선포해야 하는 중책으로 회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 대표는 취임 후 경영실적도 무난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2021년 1조 6878억원에 이어 2022년 1조 7758억원, 올 3분기 누적 1조 4218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3분기 누적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 7.3%와 영업이익 174.6% 증가율을 기록했다.
결국 렉라자 허가 직후 취임, 그동안 1차 치료제 전환 등을 진두지휘했던 조 대표가 임기 만료 시점을 앞두고 전환을 마무리했다. 이에 그가 내년 3월 연임, 국내와 글로벌 시장에서 렉라자 성과를 달성하며 창립 100주년을 준비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