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조욱제 대표 임기 종료···경영진, 이사회 열어 연임이나 교체 결정 전망
유한, 공채 출신 능력 기준 대표 선발 관행···업계 “외부 출신에도 문호 개방해야” 지적
조 대표 연임 시 부사장 간 경쟁 치열할 듯···교체 시 기존 부사장 유리 가능성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내부 승진과 외부 영입 등으로 인해 유한양행 부사장이 기존 2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공교롭게 내년 3월 현 조욱제 대표 임기 종료를 앞둔 시점이어서 주목된다. 향후 조 대표 연임이 결정되면 부사장 6명이 향후 3년 동안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예상된다. 반면 조 대표가 만약 내년 3월 물러나게 될 경우 조만간 후임자가 결정될 전망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30일자로 R&D(연구개발) 조직 효율성 제고 및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일부 조직을 개편하고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R&D본부 산하 중앙연구소 및 임상의학부문을 사업본부급으로 격상, 중앙연구소, 임상의학본부, R&BD 본부를 김열홍 R&D 총괄 사장 직속으로 개편했다. 김 사장도 R&D본부장에서 R&D 총괄 사장으로 새롭게 발령 받았다. 이번 개편에 따라 중앙연구소장 오세웅 전무, 임상의학부문장 임효영 전무, 약품사업본부장 유재천 전무는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유한양행은 이번에 R&BD 본부장으로 이영미 부사장을 영입했다. 서울대 대학원 제약학과 박사 출신인 이 부사장은 연세대에서 생명공학과 연구교수, 하버드 의대 다나파버 암 연구소 Research Fellow를 거쳐 한미약품에서 연구센터 상무 및 수석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말까지 eR&D, R&BD 조직을 총괄해왔던 인물이다. 그는 1966년생이다.
이에 유한양행 부사장은 기존 이병만 경영관리본부장과 이영래 생산본부장 등 2명에서 4명이 추가돼 총 6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김열홍 R&D 총괄 사장을 합하면 총 7명의 부사장 이상 임원이 조욱제 대표이사 사장을 보좌하는 구도가 가동될 전망이다. 이처럼 유한양행의 부사장 이상 임원 확대가 주목 받는 이유는 지난 2021년 3월 취임한 현 조욱제 대표가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맞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유한양행은 대표 임기 종료 전해 일정 시점에서 이사회를 열어 대표 연임이나 또는 후임자를 결정하는 것이 관행이다. 조 대표도 3년 전인 지난 2020년 6월 하순 당시 경영관리본부장에서 총괄부사장에 임명되며 대표 발탁이 결정된 바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 대표가 연임될 경우에는 공식 발표할 필요가 없으며 후임자가 결정되면 발령을 통해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이 유한양행 관행이며 역시 이번에도 유지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한양행은 이사회 일정부터 결정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이사회는 안건 유무에 따라 불규칙하게 열리므로 사전 개최 여부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간을 두고 유한양행이 이사회를 열어 차기 대표를 사실상 결정하는 관행은 유한의 특수한 경영상황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알려진 대로 유한양행은 지분의 다수를 갖고 있는 오너 없이 유한재단이 지난해 말 기준 15.77%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대표의 경우 공채를 통해 입사한 평직원 출신 중 능력과 실력을 기준으로 선발하는 관행을 갖고 있다. 특히 부사장을 단 후에는 경쟁을 통해 경영인으로서 자질 여부를 평가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도 관행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 대표 임기 종료 수개월 전 후임자를 결정하는 관행은 경영 구상에 필요한 시간을 제공하고 불필요한 잡음을 최소화해 대표 내정자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에 현실적으로 조 대표는 향후 연임이나 교체 등 두 가지 전망이 가능하다. 우선 조 대표는 그동안 회사 경영을 무난하게 이끌어왔다는 평가가 적지 않아 현재로선 연임 가능성이 다소 높다는 지적이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대표이사는 1회 연임이 가능하다. 조 대표 직전 이정희 전 대표와 김윤섭 전 대표도 연임을 기록한 바 있다.
만약 조 대표가 연임될 경우에는 향후 3년간 부사장들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유한양행이 R&D 조직 효율성 제고 및 성장 동력 확보를 기치로 조직을 개편하며 부사장직을 늘린 것이 구체적 실적과 성과로 연결될 가능성이 예상되는 분위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등 일부 비용 증가는 예상되지만 전문가들이 업무에 집중하면 회사의 전반적 R&D 능력 배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유한양행이 지향하는 글로벌 R&D 전문업체로 도약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최근 변화 조짐이 보이는 유한양행 인사전략이 향후 대표 인선에도 영향을 줄 지 여부가 핵심사안으로 꼽힌다. 앞서 언급대로 공채 출신이 아닌 외부에서 수혈된 전문인력도 대표 발탁 가능성을 제시해야 개방적 경쟁 체제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내부 출신이 주로 진행했던 부사장 간 경쟁이 외부 출신 인력에게도 적용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경영진 능력”이라며 “성과를 높이기 위해 대표 인선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기존 영업전문인력이 유리했던 대표 인선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이정희 전 대표와 조 대표는 영업통으로 분류됐던 인물들이다. 이제는 맡고 있는 업무 분야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전반적 경영을 이끌어갈 능력과 판단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조직개편도 제2의 ‘렉라자’를 찾으려는 경영진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R&D 전문가가 회사 내부에서 인정받는 풍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측면에서 최근 영입된 이 부사장은 업계가 주목하는 임원이다. 한미약품에서 10년을 근무하며 eR&D, R&BD 조직을 총괄했던 그는 기술이전 업무에 능력을 보였던 인물이다. 그의 영입은 최근 유한양행의 변화된 인사전략을 실감케 한 사례로 꼽힌다.
반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조 대표가 전격적으로 교체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기존 부사장 중 후임 대표가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이병만 본부장과 이영래 본부장은 조 대표가 취임한 지난 2021년 3월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을 받아 업무를 수행해 왔다. 이같은 대표 교체가 현실화되면 3년 전 사례처럼 조만간 이사회가 열릴 가능성도 예상된다.
결국 최근 유한양행이 외부 전문가를 적극 영입하는 등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차기 대표 발탁이 이번이든 3년 후든 유한양행이 능력과 실력을 갖춘 개혁적 인물을 최우선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은 당장 매출보다는 신약 개발에 비중을 두는 업체로 변화를 선언했는데 관행을 조금씩 바꾸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며 “신약 개발만큼 중요한 유한의 개혁에도 업계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