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판피린씨플러스액·판피린씨액 허가···동아 “중장기 관점 등록, 출시 계획 없다”
동화약품 “영업과 마케팅 전략 변화 없어”···작년 시장 1위 등극, 3Q 누적 375억원 매출
업계 “소비자 대상 마케팅 전략 중요”···동아, 디자인 바꿔 무게 감소 vs 동화, 싸이 모델 발탁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감기 환자 증가로 인해 감기약 판매도 늘고 있는 가운데 동아제약은 ‘판피린’ 라인업을 확대하는 반면 동화약품은 경쟁품목인 ‘판콜’ 영업과 마케팅을 유지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21년까지 감기약 시장 1위를 차지해왔던 판피린 또는 지난해 1위를 점유했던 판콜 중 어느 품목이 올해 시장 리딩 품목이 될지 주목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감기는 주로 바이러스로 말미암아 걸리는 호흡 계통 병을 지칭한다. 보통 코가 막히고 열이 나며 머리가 아프는 증상을 보인다. 독감 환자처럼 질병관리청이 정기적으로 집계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 힘들지만 최근 기온이 내려가고 기상학적 ‘겨울’ 도래를 앞두고 있어 감기 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약국 데이터 분석 서비스 ‘케어인사이트’에 따르면 이달 19일부터 25일 사이 기침감기약 판매가 전주 대비 4.0% 증가했다. 추석 이후 7주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인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동안 국내 감기약 시장을 주도해온 동아제약 판피린과 동화약품 판콜이 주목받고 있다.
우선 동아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피린씨플러스액’과 ‘판피린씨액’ 허가를 승인 받았다. 이에 동아제약의 판피린 브랜드는 현재 판매하는 알약 ‘판피린티’와 액상 제형 ‘판피린큐’, 허가는 받았지만 판매하지 않는 ‘판피린알파정’, ‘판피린에이액’, ‘판피린큐액(수출용)’, ‘판피린큐콜드액’ 외에 2개 품목 추가로 총 8개 품목이다. 참고로 판피린티정은 편의점, 판피린큐액은 약국에서 판매된다.
판피린 브랜드는 콧물과 코막힘, 재채기, 기침과 인후통(목 아픔), 가래, 오한, 발열, 두통, 관절통, 근육통 등 초기 감기 증상을 완화시켜 준다. 액상(병) 제형의 경우 병 크기가 작아 휴대가 좋고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 1961년 출시한 판피린은 2021년까지 감기약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매출이 많았던 품목이다. 구체적으로 2019년 345억원에 이어 2020년 366억원, 2021년 373억원, 2022년483억원을 달성했다. 올해의 경우 3분기 누적 315억원을 기록했다.
이 부분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감기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동아제약이 당장 판피린씨플러스액과 판피린씨액 출시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의약품인 2개 제품은 전문약이 필요로 하는 급여나 약가 작업을 거치지 않고도 출시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 동아제약 관계자는 “판피린씨플러스액과 판피린씨액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허가 등록한 제품”이라며 “아직 출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판피린 신제품을 당장 출시하지 않는다는 동아제약 계획을 회사 설명대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내년 등 이른 시일 내 출시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동아제약은 지난달 판피린큐액 아웃박스 디자인을 변경, 박스 무게를 줄이는 등 소비자를 배려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전문의약품이 없는 동아제약은 의사가 아닌 일반 국민을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세심하고 소소한 미케팅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도 “60년 이상 구축해온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소비자 친숙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동아제약이 신제품을 허가받고 마케팅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경쟁품목인 판콜을 판매하는 동화약품은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모습이다. 동화는 판콜 영업과 마케팅에 있어 변화가 없고 제형과 제품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참고로 동화약품은 일반약 ‘판콜에스’와 안전상비의약품 ‘판콜에이’, 어린이용 종합감기약 ‘판콜아이콜드 시럽’을 공급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지난 9월 가수 싸이를 판콜 모델로 발탁, 마케팅을 강화한 이후 대외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동화약품이 올 3분기에만 집행한 광고선전비가 70억원으로 확인돼 지난해 같은 기간 36억원의 2배에 육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싸이 발탁 등 판콜 마케팅에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가수 싸이를 의약품 광고 모델로 활용한 것은 보수적 제약업계에서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례”라며 “최근 판콜 매출 증가에는 이같은 마케팅 전략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언급했다.
현재 동화약품이 외견상 여유 있는 상황으로 판단되는 것은 지난해부터 판콜 판매 실적이 판피린을 앞서고 있는 점이 감안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동화약품에 따르면 판콜 매출은 지난 2018 230억원에 이어 2019년 303억원, 2020년 356억원, 2021년 341억원, 2022년 508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3분기 누적 375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판피린과 비교할 경우 지난해는 판콜이 25억원 차이로 시장 1위를 점유했다. 올해는 3분기 말 기준 60억원 앞서나가는 상황이다.
이에 올해 매출 추세를 감안하면 동화약품 판콜이 2년 연속 감기약 시장 1위를 달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동화약품이 이달 1일자로 판콜에스 가격을 14% 인상했기 때문에 4분기 판콜 실적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동화약품 관계자는 “판콜에스 가격 인상은 지난 2018년 10월 이후 5년여만에 단행한 것”이라며 “물가, 원재료 및 제반 비용 상승으로 인해 미뤄왔던 인상을 부득이하게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동화는 꾸준한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콜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3분기 누적 실적 등을 감안하면 올해 감기약 시장 1위를 차지할 품목으로 판콜에 무게중심이 실리는 분위기다. 두 제약사가 그동안 진행한 마케팅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구체적으로 줬는지도 향후 분석할 내용으로 판단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두 제약사가 직간접적으로 마케팅을 강조하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향후 감기약 시장에서 효율적 마케팅 전략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