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1개 복수 콘텐츠 ‘세분화된 마케팅’ 추진···소비자 타겟 신제품 개발도 주력 
올해 5000억원 매출 돌파 확실, 영업익 증가···내년 박카스 매출 비중 변화 여부 관심

백상환 동아제약 대표이사 사장. / 사진=동아제약
백상환 동아제약 대표이사 사장. / 사진=동아제약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취임한 백상환 동아제약 대표가 본격 경영에 나섰다. 백 대표가 내년 세분화된 마케팅과 신제품 개발로 올해 매출 성장세를 지속할 지 주목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임명된 백상환 동아제약 대표는 취임 후 업무 파악을 진행했다. 1972년생인 백 대표는 고려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후 지난 2000년 동아제약에 입사했다. 동아제약 경영기획팀장과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지난해 동아쏘시오그룹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경영기획실장으로 옮겼다가 이번에 친정으로 복귀한 경영 전문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1966년생 전임 최호진 대표(현 부회장)에 이어 이번에 50대 초반 대표를 임명한 것은 보다 젊은 감각, 마케팅과 소비자 기호에 맞는 제품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그룹 고위층 의지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동아제약 향후 경영방침을 세분화된 마케팅과 신제품 개발에 맞춘 것으로 파악된다. 세분화된 마케팅이란 타겟 고객에 맞춰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진행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동아제약이 과거 1개 광고영상을 제작, TV와 신문, 라디오, 옥외 등 4대 매스미디어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 알리던 방식을 변경, 타겟층 취향에 맞도록 다양한 온라인플랫폼에 맞는 복수의 맞춤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즉 과거 제품이 1개이고 1개 콘텐츠였다면 향후 제품 1개에 여러 개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 핵심인 다른 제약사가 의료계 중심 마케팅에 올인한다면 박카스와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등 제품군을 보유한 동아제약은 소비자와 직접 소통이 중요하다”며 “백 대표가 소비자 마케팅을 강조하는 것은 이같은 사업구조와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백 대표 취임 후 공개된 첫 대외행보도 소비자 관련 행사다. 동아제약의 7회 연속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 획득을 기념, 지난 9일 개최된 ‘2022년 소비자중심경영 인증 수여식’이었다. 그가 소비자 화두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짐작 가는 행보다. 

백 대표가 추진하는 신제품 개발의 경우 동아제약 사업 부문과 밀접하게 연결돼있다. 기존 박카스와 OTC(일반약), 생활건강(건기식, 의약외품) 등 3가지 부문은 매출 증대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제품군이 한정돼있고 소수에 집중된 상황이어서 신제품을 개발, 출시해 품목을 다양하게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전임 최 대표도 의료기기 신제품 개발을 추진, 올 7월 여성 갱년기를 자가 진단할 수 있는 ‘이체크 갱년기 테스트기’를 출시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회사가 출시한 색소침착 치료제 ‘멜라토닝’은 기미와 주근깨, 노인성 반점 개선에 효능이 있는 일반약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멜라토닝처럼 약국 대상 영업 가능한 일반약과 화장품, 의료기기 등 틈새시장을 겨냥한 제품은 의외로 많다”며 “동아제약 직거래 약국은 1만5000곳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신제품을 개발, 출시하면 매출 증대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제약은 신제품 개발과 관련, 구체적 확인을 유보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처럼 백 대표가 세분화된 마케팅과 신제품 개발을 핵심으로 한 경영방침을 밝힌 것은 올해 동아제약 매출이 성장, 본인이 책임져야 할 내년에는 더 큰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동아제약은 올 3분기 누적 4114억원 매출과 531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전년대비 각각 25%와 28% 성장했다. 이에 지난 2013년 지주사 전환 후 첫 5000억원 매출이 확실한 상황이다. 동아제약은 지주사 전환 후 3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다가 6년만인 2019년 4000억원을 돌파했다. 이어 3년 만에 다시 앞자리(5000억원) 숫자를 바꿀 전망이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540억원을 넘어 올해 6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별로 보면 박카스 부문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소비 심리 회복으로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대비 13.4% 성장한 1937억원을 달성했다. 일반약 부문은 감기약 ‘판피린’과 어린이 해열제 ‘챔프’, 소화제 ‘베나치오’, 흉터치료제 ‘노스카나’, 여드름 치료제 ‘애크논’, 멜라토닝 등 판매 호조로 23.3% 증가한 1036억원을 기록했다. 생활건강 부문은 58.6% 증대된 1042억원을 올리며 주목 받았다. 442억원을 기록한 프리미엄 건기식 ‘오쏘몰’이 핵심이다. 숙취해소제 ‘모닝케어’와 구강청결제 ‘가그린’도 호조세를 보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생활건강 성장은 박카스로 상징되는 동아제약 핵심 품목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며 “신제품 개발은 생활건강에 집중돼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동아제약 경영진은 박카스 매출 집중도를 낮추는 전략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제 백 대표가 전략 수립과 집행을 책임지고 수행할 때”라고 말했다. 참고로 올해 박카스 부문 매출 비중은 47.1%다.  

백 대표는 내년 마케팅 강화와 신제품 개발 외에도 연구개발(R&D) 강화, 브랜드 확장 등을 통해 동아제약을 소비자 중심 헬스케어 전문기업으로 위상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실천에 옮길 전망이다. 경영실적 증대와 주요품목 확대는 필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전임 대표가 퇴임하거나 고문으로 옮기지 않고 부회장으로 근무하는 것도 백 대표에게 장점이 될 수 있다”며 “올해 성장세를 최소한 유지하거나 발전시키기 위해 그가 내년 시행할 마케팅 강화 전략과 신제품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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