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업 매각 나선 SKC·롯데케미칼·이수화학···신사업 투자 실탄 마련
LG화학, '사업 구조조정' 언급까지···성장성·수익성 부진한 기존 사업구조 개편 시급
불황 지속에 신용도 하락···유동성 확보 비상등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최근 석유화학업계가 성장성이 낮은 기존 화석연료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등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전 세계 석유화학 업황이 지지부진한 데다 산업 구조 변화로 중국의 석유화학사들의 자립도가 올라가면서 성장성이 낮은 기존 사업을 접는 모양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신사업에 투입하는 방법으로 탈출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수화학은 합작법인 GOC 지분 50% 전량을 사우디 화학업체 파라비에 매각하기로 했다. 계약 금액은 670억원이며 올해 3분기에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GOC는 이수화학이 인도네시아 살림그룹과 설립한 합자회사로 중국 내 연성알킬벤젠(LAB)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수화학은 화학 공장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신사업 투자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수화학에서 분리된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전구체 배터리를 중심으로 이차전지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업계는 향후 석유화학 업황이 회복되더라도 구조적 문제로 사업성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대규모 증설에 따른 자급률 확대로 시장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SKC는 지난해 필름·가공사업을 매각해 1조6000억원을 확보한 데 이어 SK피유코어 매각에 나섰다. SK피유코어는 폴리우레탄 원료 사업을 하는 SKC의 100% 자회사다. 시장은 SK피유코어 몸값을 5000~6000억원대로 예상한다.
SKC는 기존 사업을 매각해 마련한 투자금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배터리·반도체 소재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동박 생산설비 신·증설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SKC는 지난해 정읍공장 동박 생산능력을 연산 5만2000톤(t)까지 확대했고 말레이시아, 폴란드 등에 생산거점을 마련했다. 오는 2026년까지 연산 25만t의 동박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자회사 롯데케미칼파키스탄(LCPL) 지분 전량(75%)에 대한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수자는 현지 화학회사 럭키코어인더스트리즈로 거래 가격은 1900억원대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파키스탄 당국의 기업결합신고 심사 등을 거쳐 올해 안으로 매각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했다. 확보한 자금은 동박 등 이차전지 소재 사업 강화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대대적인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든 기업도 있다.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지난 19일 직원들에게 “장기 가동 중지, 사업 철수, 지분매각, 합작법인(JV) 설립 등을 통해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이에 따른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겠다”고 메일을 보냈다.
LG화학은 비주력 사업을 꾸준히 정리하고 실탄을 확보하고 있다. 전북 익산에 소유한 노후화한 소규모 양극재 생산시설·부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생명과학 부문에선 진단사업부를 1500억원에 정리했다.
불황에 따른 실적부진으로 신용도에 적신호가 켜진 기업도 늘고 있다. 업계는 수익성 악화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빠른 변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신사업 추진을 위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LG화학의 신용등급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로 내렸고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활용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81.8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간 지분 매각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던 LG화학이지만 그만큼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된다. LG화학 관계자는 “신성장 동력 투자를 위해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지분 매각 추진과 관련해서)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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