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회장 전경련 주도 ‘한국판 워렌버핏과의 점심’ 프로젝트에 참여
김병준 회장대행, 임기 짧아 더 속도감 있게 변화 추진 나선다는 평가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한미일 경제협력 관련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과의 접점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정권 때 무너졌던 과거 위상 회복을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 정권 교체 후에도 전경련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상황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이뤄진 재계 회동엔 참석했으나, 이후 있었던 비공개 만찬에선 빠졌다. 또 허창수 회장 사임 후 마땅한 차기 회장을 찾지 못해 김병준 회장 대행체제로 운영되면서 전경련의 고난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랬던 전경련이 본격적으로 위상회복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윤 대통령의 방일 및 방미 일정이 이뤄지면서부터다. 양국 재계와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전경련은 방일 및 방미사절단을 꾸리며 재계와 정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미일 동맹이 더욱 공고해짐에 따라 이 같은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내부분위기와 관련, 전경련 관계자는 “확실히 과거보다 일이 많아지고 바빠졌다”고 전했다.
전경련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 진도를 빼려는 모습이다. 특히 위상회복의 핵심 변수인 4대그룹 복귀를 위해 물밑작업에 나섰다는 평가다. 전경련은 국민소통 프로젝트로 ‘한국판 워렌버핏과의 점심식사’를 추진하며 첫 번째 인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내세웠다. 특정 이벤트지만 재계 일각에선 4대 그룹 수장과의 접점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재계 인사는 “과거 정권 같았으면 전경련 관련 프로젝트에 4대 그룹 수장이 참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전경련이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과 설립키로 한 미래파트너십 기금에 4대 그룹이 참여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대행은 지난 10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4대 그룹 기금 참여 여부와 관련해 “협력에 관한 문제는 전경련 회원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4대 그룹의 참여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해당 기금은 윤 대통령 한일 외교의 연장선상으로 나온 것이어서 참석여부를 놓고 4대 그룹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4대 그룹이 설사 기금에 참여한다고 해도 이를 확대 해석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한 재계 인사는 “기금에 참석하는 것 정도와 전경련에 다시 가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재계에선 김병준 회장대행 체제 이후 전경련이 더욱 광폭행보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회장대행으로서의 활동기간을 못받아 놓은 만큼 더 적극적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김병준 회장대행은 초기부터 6개월로 임기를 정했고, 벌써 약 절반 가까이 흘렀다”며 “일 추진에 있어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식으로 허창수 회장의 후임을 정하기 전, 사실상 비대위원장 성격의 역할을 정치권에서 통뼈가 굵은 김병준 회장대행에게 맡긴 것은 묘수였다는 해석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위상회복을 위해선 정치권 및 정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기업인보다는 정치권 인물이 전경련을 대신해 움직이는 것이 덜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