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C 장비, 기존 실리콘 대비 이온 주입·열처리 방식서 차이
전력반도체 시장 급성장에 파운드리 사업화 검토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가 화합물 기반 전력반도체인 실리콘카바이드(SiC)용 공정 장비를 발주하며 신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SiC용 전력반도체 공정 장비를 발주했다. 국내 장비사 중 SiC 설비를 다루는 업체는 아직 없는 만큼 수주에 성공한 곳은 외국 기업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미국과 일본업체 등에 SiC 공정 장비 및 분석 평가 설비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방식으로 SiC 전력반도체 사업을 추진 중이다. SiC 반도체는 6인치 웨이퍼가 중심이지만, 삼성전자는 생산성이 높은 8인치 기반 공정으로 사업화 가닥을 잡고 장비 반입을 통해 기술 개발과 제조를 병행할 예정이다. 다만 SiC 시장이 이제 태동기인 만큼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시기는 내후년 이후로 예상된다.
SiC 기판을 활용한 전력반도체는 기존 실리콘(Si) 웨이퍼보다 내구성과 전력 효율이 우수해 전력 변환과 제어를 담당하는 소자 분야에서 차세대 제품으로 꼽힌다.
SiC용 장비는 기존 Si 전력반도체와 이온 주입과 열처리 방식에 차이가 있어 전용 설비가 필요하다. SiC 소재는 Si보다 딱딱해 더 높은 에너지로 이온을 주입한 뒤 고온에서 열처리해 활성화하는 전용 장비가 필요하다. 이 2가지 공정은 기존 Si 장비에서 호환이 불가능하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전력반도체 사업을 8인치 방식으로 검토 중”이라며 “이를 위해 기존 8인치 설비를 대부분 활용할 예정이지만, SiC 전용으로 투자가 필요한 설비는 발주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구형 공정인 전력반도체보다 신공정 중심의 사업에 더 집중해왔다. 시장 규모가 작은 것도 사업 진출의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력반도체는 전기자동차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 성장률이 가파르다. 삼성전자는 올초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산하에 전력반도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iC 전력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억900만 달러(약 2조1490억원)에서 올해 22억7500만달러(3조390억원)로 전년 대비 41.4% 성장이 예상된다. 2026년에는 시장 규모가 53억2800만달러(7조118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SiC 전력반도체 주문을 받아 장비 발주에 나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기존 거래선인 유럽의 인피니언이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 잠재 고객으로 거론된다.
삼성전자가 8인치 기반 SiC 전력반도체를 위탁생산해 수익화가 가능한 시점은 2025년 이후로 점쳐진다. 8인치 공정은 6인치 웨이퍼보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많지만, 기술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고 수율 확보도 미지수다. 8인치 SiC 웨이퍼 상용화 시점도 내년 이후로 전망된다. 이같은 한계에도 삼성전자는 기흥캠퍼스에 8인치 파운드리 라인을 보유 중이고, SiC 시장이 8인치로 확대돼야 수익성 극대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6인치 공정을 건너뛴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6인치 SiC 기판 조달도 원활하지는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가 8인치 공정 설비 도입과 밸류체인 구축, 수율 향상 등의 작업을 마무리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며 “매출이 발생하는 시점은 2025년 이후, 시장 형성 이후 사업이 본격화되는 시점은 2030년 정도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