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3월 매출, 전년比 15.4%↓···“재고 소진 이뤄져야 파운드리 회복”
삼성전자 파운드리 수익성도 하락 전망···“TSMC보다 실적 타격 더 클 것”

대만 TSMC 본사. /사진=연합뉴스
대만 TSMC 본사.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반도체 불황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수주형 사업 구조여서 범용 제품인 메모리에 비해 시황 변동 영향을 덜 받는 파운드리 시장도 부진 조짐이 뚜렷하다. 파운드리업계 1위와 3위인 대만 TSMC와 UMC 모두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도 1분기 수익성이 전 분기 대비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위축 영향으로 파운드리 시장 침체는 2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서버 등에서 제품 주문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3분기 이후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면 파운드리 공장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업황이 서서히 살아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TSMC 1분기 월별 매출 추이. /자료=TSMC,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TSMC, 4년 만에 월간 매출 ‘역성장’

12일 TSMC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달 매출은 1454억800만 대만달러(약 6조3121억원)로 지난해 3월보다 15.4% 줄었다. 전월보다도 10.9% 감소한 수치로 TSMC 월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한 건 지난 2019년 5월 이후 약 4년 만이다.

1분기 매출은 5086억3300만 대만달러(22조848억원)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했다. 올초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 열풍으로 핵심 부품인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주문이 급증해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인 5255억 대만달러(22조8067억원)보다는 3% 이상 밑돈 실적이다.

UMC 1분기 매출은 542억 대만달러(2조3528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14.5% 감소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TSMC와 U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각각 58.5%와 6.3%로 1위와 3위다.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한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도 수요 부진으로 불황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최근 TSMC에 최첨단 공정인 3나노미터(nm) 제품 주문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TSMC 공장 가동률은 평균 70% 수준으로 파악된다. 스마트폰과 PC에 들어가는 고성능 반도체 공장 가동률은 이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TSMC는 100%의 가동률을 유지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도 1분기 실적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폭 흑자 내지는 적자 전환이 점쳐진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잠정 실적 설명 자료를 통해 “IT 수요 부진 지속에 따라 부품 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돼 전사 실적은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시스템 반도체도 경기 부진 및 비수기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매출 전망. /자료=트렌드포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글로벌 파운드리 매출, 전년比 4% 역성장 전망

파운드리 업황은 2분기에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용 제품을 제외하면 PC와 스마트폰, 서버 등에서 수요 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1분기 글로벌 PC 출하량이 569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다고 분석하면서 시장에 쌓인 재고가 3분기 이후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완제품업체들이 부품 주문량을 늘리지 않고 있다. 수요 반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제품 생산을 최소한으로 계획하는 분위기”라며 “재고 소진이 이뤄져야 조금씩 주문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파운드리에서 그나마 수요가 견조한 품목은 차량용 반도체다. TSMC는 28나노, 45나노 등 구형 공정으로 차량용 제품을 꾸준히 생산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최선단 공정에 주력하는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삼성전자의 실적 타격이 TSMC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파운드리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4% 역성장할 전망이다. 파운드리 매출 증가율은 2020년 24%, 2021년 26.1%, 지난해 28.1%로 고성장을 이어왔지만, 올해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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